
중국 당국이 최근 수년간 보기 드문 대규모 단속을 벌이며 기독교 지하교회 지도자들과 신도들을 무더기로 체포한 사실이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공안이 지난 10월 초 전국 여러 지역에서 비공식 개신교 교회인 시온교회와 관련된 목회자와 신도 약 30명을 동시에 구금했으며, 이 가운데 18명은 정식 체포됐다고 2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체포 대상에는 베이징과 상하이, 광시 자치구 등지에서 사역하던 목회자들이 포함됐으며, 이들의 연령대는 30~50대가 주를 이뤘다. 직업 또한 변호사, 과학자, 음악 전공 학생 등으로 다양해, 단속이 특정 계층이 아닌 교회 공동체 전반을 겨냥했음을 보여준다. 당국은 체포 사실을 알리는 간단한 통지서만 전달했을 뿐, 구체적인 혐의 내용이나 수사 경과는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단속에는 조선족 목회자인 김명일 목사(중국명 진밍르, 영어명 에즈라 진)도 포함됐다. 김 목사는 2007년 베이징에서 미등록 복음주의 교회인 시온교회를 설립해 사역해 왔다. 중국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모든 종교 단체에 국가 등록과 정치적 통제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에 따르지 않는 교회들은 지하 형태로 활동해 왔다.
시진핑 집권 이후 종교에 대한 통제는 한층 강화됐다. 주요 가정교회들이 잇따라 폐쇄됐고, 시온교회 역시 2018년 이후 오프라인 예배를 중단해야 했다. 이후 온라인 예배로 전환해 신도 수가 급증했으나, 중국 정부는 최근 미인가 온라인 종교 활동까지 ‘정보 네트워크 불법 사용’ 혐의로 규정하며 단속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경찰이 예배 도중 교회 모임 장소에 들이닥치거나, 심야에 목회자 자택을 급습해 수색을 벌였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노트북과 종교 서적, 개인 기록물 등이 압수됐으며, 10월 이후에도 단속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에서 열린 시온교회 신도들의 추수감사절 모임 역시 경찰에 의해 해산됐고, 일부 체포된 목회자들의 가족은 해외로 피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탄압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과 한국의 한인 교계를 중심으로 시온교회를 돕기 위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미주복음방송은 특별 모금 생방송을 통해 11월 말까지 약 10만 달러를 모금해 시온교회 측에 전달했다. 방송에는 김명일 목사의 부인 안나 류 사모와 딸 그레이스 김이 출연해 구금 상황과 중국 지하교회의 현실을 전했다.
국제사회 기독교인들의 연대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순교자의소리는 미국의 인권단체 차이나에이드와 함께 온라인 24시간 기도회를 열었으며, 전 세계에서 약 5만 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약 1만 명은 중국 내 신자였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중국 정부에 김명일 목사 등 수감된 종교인들의 석방과 종교의 자유 보장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국회에 대표 발의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