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야 땅에서 발굴된 집채만 한 바위조각. 샌들을 신은 한 인물의 형상이 새겨진 이 바위 앞에서 한 작가는 오래전부터 품어온 물음을 다시 꺼냈다. "도마는 정말 이 땅에 왔던 것일까?" <샌들 신은 사도 도마>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1987년 '도마 석상'이라 불리는 유물을 취재한 뒤 37년 동안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이야기를, 작가는 마침내 한 편의 장대한 상상적 순례 소설로 되살려냈다.
■ 가야로 향한 사도 도마, 그 발걸음을 소설로 따라가다
저자는 예수의 열두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인 도마가 예수의 지상명령을 따라 인도에서 한반도 가락국까지 건너오는 대서사적 여정을 그린다. 혈연은 아니지만 가족으로 입양되어 예수와 형제처럼 자라난 도마, 그리고 허황옥 공주와의 동행을 통해, 복음이 '땅끝'까지 퍼져 가는 역동적 여정을 새롭게 상상한다.
허황옥은 단순한 전설 속 공주가 아니라, 가야연맹의 탄생을 돕는 정치적 인물이자 복음을 전하는 '여사도'로 등장한다. 도마와 허황옥이 가락국에 이르기까지 겪는 수많은 파란과 기적, 그리고 신비한 이정표들은 마치 독자를 고대의 대륙과 해양을 가로지르는 순례 길로 이끈다.
■ "숨겨진 씨앗창고를 찾아라"
소설에는 예수께서 도마에게 먼 미래와 하나님의 섭리를 보여주는 장면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예수는 세계 곳곳에 흩뿌려진 '디아스포라'를 찾아 그들의 흔적을 살피며, 훗날 복음이 확장될 준비를 하고 계시는 분으로 그려진다. 작가는 이러한 장면들을 통해 인류와 역사를 향한 하나님의 거대하고도 세밀한 계획을 서사적으로 드러낸다.
■ 가야의 낙동강과 이스라엘의 요단강이 만나는 지점
소설은 가락국의 지리와 풍습, 신화적 배경을 성경적 이미지와 절묘하게 병치한다. 해 뜨는 나라의 젓줄인 낙동강과 이스라엘의 요단강, 무궁화와 샤론의 장미가 나란히 놓이며, 동서 문명의 상징이 서로를 비추는 장면은 작품의 독특한 매력을 이룬다.
■ 도마 석상, 누구의 손이 새겼는가
작품 후반에는 도마와 그의 전도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도마 석상'이 등장한다. 허름한 옷과 샌들을 신은 도마의 형상, '지전행(地全行)'과 '야소화왕인도자(耶蘇花王引導者)'라는 문구, 아람어 이름 '타우 멤'이 등장한다. 그런데 글도 읽지 못하는 '엘리엇'이라는 인물이 어떻게 거대한 바위에 이토록 정교한 글과 형상을 새길 수 있었는지, 작가는 이를 신비로운 기독교적 상상력으로 풀어낸다. 소설의 백미 중 하나다.
■ 지금 시대의 '도마 순례'가 될 소설
<샌들 신은 사도 도마>는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재구성한 소설이 아니다. 도마가 진짜 가락국에 왔는지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그 여정을 통해 복음이 어떻게 새로운 땅을 만나고, 새로운 민족과 신앙의 역사를 만들어가는가라는 질문이다.
가야와 이스라엘, 고대와 현재, 역사와 신앙이 한 줄기로 이어지는 이 소설은 독자에게 영적 상상력을 일깨우며 지금 시대의 '도마 순례'로 초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