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성공회(Church of England) 계열 초등학교가 인기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의 노래를 학교에서 부르지 말도록 학생들에게 지도해 달라고 학부모들에게 요청한 뒤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불필요한 조치"라며 반발했으며, 학교는 결국 안내문을 일부 수정했다. 

도싯주 풀(Poole)에 위치한 릴리풋 코E 초등학교(Lilliput Church of England Infant School)는 최근 학부모에게 보낸 공지에서 해당 애니의 '악마 관련 표현'이 학교의 기독교적 가치와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텔레그라프(The Telegraph)가 보도했다. 

대리 교장 로이드 앨링턴(Lloyd Allington)은 안내문에서 영화 속 악마주의적 설정이 "기독교 공동체 안에서 일부에게 매우 불편함을 준다"고 밝혔다. 그는 가정 내에서 아이들이 어떤 콘텐츠를 즐길지는 부모의 자유지만, 학교는 기독교 정체성을 지닌 공동체로서 그 가치에 민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는 K팝 걸그룹이 악마를 사냥한다는 설정으로, 경쟁 그룹인 '사자보이즈'(Saja Boys)가 유혹과 집착을 노래하는 악마 아이돌로 등장한다. 해당 영화는 넷플릭스 역사상 최다 시청작으로 등극했으며, 사운드트랙 또한 큰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 대표곡 '골든(Golden)'은 10주간 영국 차트 1위를 기록했고, 영국 공군 군악대가 버킹엄궁 근위병 교대식에서 연주하기도 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 조치가 과하다고 지적했다. 한 학부모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말도 안 되고 지나친 간섭"이라고 반발하며, 아이들이 방과후에도 해당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이런 일은 처음 본다"며 "학교가 외부 압력 때문에 과도한 조치를 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전체적으로 학교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의 우려가 커지자 학교는 두 번째 안내문을 발송했다. 앨링턴 교장은 많은 부모들이 영화 속 '용기, 친절, 팀워크' 등의 메시지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점을 인정한다고 밝히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수정된 메시지에서 그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영화나 노래를 '즐기지 말라'고 강요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대신, 서로 다른 신앙적 배경을 지닌 친구들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교육하겠다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또한 영화 노래를 부르거나 관련 상품을 착용한다고 해서 학생들에게 어떤 징계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학교는 4~7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며 솔즈베리 교구가 관할하는 자율통제형 국교회 학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