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어제가 사랑하는 아버지가 천국으로 훌쩍 이주하신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그날도 토요일이었는데, 요양병원에 계신 아버지가 위독하셔서 3시간 정도 옆에서 지켜보다가, 급한 일이 있어서 2시간 정도 집에 와서 일 끝내고 가려 했는데, 병원에서 임종하셨다는 연락이 왔다. 분노가 치밀었다. 위독한 상황이면 즉시 알려달라고 그리 부탁했는데, 돌아가신 뒤에 전화를 준 것이다. 급히 병원으로 가서 숨이 끊어진 아버지 앞에서 한참을 소리내어 울었다.
[2]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이 평생 한으로 남는다’라는 선배들의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이 땅에서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드리지 못했다는 죄스러움이 지금도 남아 있다. 지금쯤 천국에서 앞서가신 어머니와 일가친지들을 만나서 영원 복락을 누리고 계실 것이니 그나마 위안이 되긴 한다.
부모님 슬하에 2남 2녀가 자랐고, 내가 맏아들이다.
[3] 나도 목사고 밑에 여동생 남편도 신학교 동기 목사이고, 그 밑에 남동생도 목사다. 막내 여동생만 사모가 아니고, 넷 중 세 명이 목사가 되었다. 다 부모님의 반듯한 신앙과 가정예배가 빚은 작품들이다.
오늘 주일 예배를 마친 후 오후 5시에 대구에서 담임 목사 사모로 있는 여동생네를 제외한 나머지 세 가족이 우리 집에 다 모였다.
[4] 하나는 서울에서 목회하고 막내 여동생네는 수원에 살고 우리는 용인에 산다. 먼저 추모예배를 드린 후 식사하고 나서 대화를 시작했다.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실 부모님도 흐뭇해하실 거 같다.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다가 남동생 목사네가 ‘시골의사 TV’라는 유튜브 방송을 소개했다. 말로 하다가 휴대폰으로 직접 영상을 보여줬다.
[5] 너무 재미있어서 영상 두 개를 같이 시청했다. 중독성이 있어서 자꾸 보게 될 것 같았다. 하나당 시청률이 2만 5천~4만 회를 넘어서는 걸 보았다. 이대로 입소문을 타면 머잖아서 10만 회를 넘어갈 거 같았다.
단출한 프로필, 투박한 편집, 구수한 사투리, 꾸밈없이 진솔한 말투로 일기장 같은 일상을 담아낸 유튜브 콘텐츠가 친근한 감동을 주었다.
[6] 주인공은 유튜브 채널 ‘시골의사 TV’다. 프로필 첫 화면부터 정겨움이 묻어난다. 문패처럼 달아 둔 사진엔 ‘안 아프고 살면 얼매나 좋노!’라는 바람이, 각 영상엔 ‘시골 쪼매난 의원에서 마음을 다해 진료 중입니다’라는 짧은 소개말이 적혀 있었다.정겨운 사투리로 “안녕하세요. 시골 의사입니다”라는 인사말을 전하며 시작하는 영상들은 경상남도의 한 마을에서 5년째 ‘시골 의사’로 살아가고 있는 황 아무개 원장의 일상을 보여준다.
[7] 오늘 본 영상 속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을 믿는 신앙인인 나는 크리스천입니다. 의사로 살다 보면 술집 미팅이나 세상 유혹들이 많이 생기기 마련이에요. 그럴 때마다 그걸 뿌리치기가 참 쉽지 않아요. 그런 점에서 나도 한때 목사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요. 목사에겐 술이나 이성에 대한 직접적인 유혹이 없을 테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안방에서 혼자 설교 준비를 해서 목사 흉내를 내며 설교를 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8] 그러다가 어머니께 들켜서 ‘이 자슥이 돌았나?”라는 야단도 듣곤 했어요. 팔자가 목사 되기 글렀다고 생각한 나는 의사 직업을 계속하면서 세상 똥 밭에 같이 굴러가기로 생각했어요. 신앙인인 나라도 똥 밭에 같이 굴러가면 똥이 덜 묻어서 덜 더러울 테니, 그것만으로도 나름의 가치 있는 일이라 아닌가요?”
그러면서 목사들에게 한 마디를 남겼다.
[9] 세상 똥 밭에서 일주일을 함께 살아가다 보면 신앙인들도 똥이 묻고 똥 냄새를 풍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똥이 덜 묻는 교인들이라도 존재하기에 세상이 똥 냄새를 덜 풍기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렇게 세상 똥들과 함께 어울려 살다가 주일날 교회에 오면 “왜 이리 똥 냄새를 풍기고 살았느냐?” 정죄하거나 다그치지 말고, “그래도 주일에 하나님께 예배드리러 왔으니 장하다”라며 위로 많이 해달라고 부탁했다.
[10] 진솔하고 구수하고 공감하게 하고 코믹도 한데다가 은연중에 하나님 신앙과 복음을 전하려고 하는 의지까지 엿보이니, 한 번 시청하면 그냥 빨려 들어가서 계속 시청할 수밖에 없을 거 같은 느낌이 든다. 한마디로, 진실하면서 끼도 있고 신앙도 대단한 사람이었다. 앞으로 입소문을 타면 구독자가 급속도로 늘어갈 가능성이 많은 중독성 있는 인물이었다.
설교자라면 반드시 시청해 볼 만한 영상이어서 여기에 소개해 본다.
[11] 설교에 아무리 성경의 콘텐츠가 풍성하더라도 따분하고 어려워서 청중에게 잘 들리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시골 의사의 영상을 시청하면서 어떻게 전달해야 청중과의 공감이 잘 되고, 들리는 설교가 될 수 있는지를 모든 설교자들이 배우면 좋겠다.
부흥회에 계속 콜링을 받고 있는 나 역시 배울 거리들이 늘어나서 큰 도움을 얻은 것 같다. 세상은 넓고 인재는 많다. 역시 뛰어난 고수들이 즐비한 세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