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독교 국가로 알려진 아르메니아가 종교의 자유 측면에서 수십년 만에 가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는 경고가 나왔다.
국제 로펌 '암스테르담 앤 파트너스'(Amsterdam & Partners)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나라에서는 니콜 파시냔(Nikol Pashinyan) 총리 정부와 아르메니아 사도교회(AAHC) 간의 갈등이 고조되며, 교회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는 권위주의적 캠페인이 진행 중이다.
보고서는 파시냔 총리가 2026년 의회 선거를 앞두고 교회를 정치적 위협으로 간주하며, 고위 성직자와 지지자들을 정치적 동기로 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카엘 아자파얀(Mikayel Ajapahyan) 대주교는 정부 전복을 옹호했다는 이유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으며, 교회의 주요 후원자인 사업가 삼벨 카라페티안은 단순한 공개 성명 이후 구금되고 자산을 박탈당했다.
아르메니아 사도교회는 서기 301년에 설립된 세계 최초의 국교로, 아르메니아인의 97.5%가 소속돼 있으며 국가 정체성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보고서는 아르메니아 시민 약 300만 명 중 60%가 교회를 신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23년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 패배 이후 정부와 교회 간 관계가 급격히 악화됐고, 교회는 실향민 보호와 정부의 위기 대응 실패를 비판하며 목소리를 높여 왔다.
보고서는 "파시냔 총리가 2018년부터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자신의 리더십을 비판하는 인사들을 박해하고 있으며, 특히 교회 수장인 가톨리코스 카레킨 2세 성하를 전복시키는 것을 개인적 사명으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교회 지도자들을 겨냥한 온라인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국제사회 역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영국 의회 '종교의 자유에 관한 초당적 의원 모임'(All-Party Parliamentary Group on Religious Freedom) 부의장인 피터버러의 잭슨 경(Lord Jackson)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독교 국가에서 신앙을 지켰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히는 것은 두려운 일"이라며 "기독교 공동체는 폭력과 협박 없이 평화롭게 예배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5년 7월 국제기독연대(CSI)·콥트연대·SOS 크레티엔스 오리엔트 등 3개 단체는 공동 성명을 통해 아르메니아 정부에 구금된 성직자들의 석방과 교회 내정에 대한 간섭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교회 성지 내에서 자의적 체포, 재산 압수, 경찰 급습 등을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CSI는 또한 정부가 교회의 수장을 국가가 임명한 위원회로 교체하려는 시도를 통해 교회를 국가 통제 하에 두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파시냔 총리는 "교회를 표적으로 삼은 것이 아니라, 교회 내부의 '반기독교적' 및 '반국가적' 요소로부터 교회를 구출하려는 노력"이라고 반박했다.
지역 분석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앨리슨 뫼즈(Alison Meuse)는 "교회는 소련 숙청 이후 가장 심각한 실존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며 "아르메니아의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