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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폴 스티븐스의 영성 고전 <내 이름은 야곱입니다>가 새로운 표지와 세련된 디자인으로 다시 독자 곁을 찾았다. 이 책은 성경 인물 야곱의 파란만장한 인생 여정을 통해 "먹고, 자고, 사랑하고, 일하는 일상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법"을 보여주는 생활 영성 안내서다. 단순한 묵상서나 신학서가 아니라, 실제 삶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도록 돕는 책으로, 목회자와 평신도, 청년과 장년 모두에게 꾸준히 읽혀 온 작품이다. 

야곱, 불완전한 인간 안에서 일하시는 하나님 

저자 폴 스티븐스는 40년 넘게 야곱의 이야기를 연구하고 설교하며, "평범한 일상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발견하라"는 메시지를 전해온 실천적 신학자다. 그는 이 책에서 야곱의 생애를 단지 고대의 한 인물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자화상으로 재해석한다. 

"야곱은 교회에 가지 않았다. 그는 일터에서, 가정에서, 여행길에서, 다툼과 화해 속에서 하나님을 만났다." 스티븐스가 그려내는 야곱은 완벽한 신앙인이 아니다. 그는 욕망에 흔들리고, 속임수로 형의 축복을 빼앗으며, 두려움에 사로잡혀 도망치던 인간이다. 그러나 저자는 바로 그 '불완전한 인간'의 삶 속에서 하나님이 어떻게 일하시는가에 주목한다. 야곱의 이야기는 결국 실패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의 이야기이자, 우리 인생에 대한 하나님의 끊임없는 개입의 증거다. 

평범한 일상에서 드러나는 하나님의 사랑 

폴 스티븐스는 야곱의 삶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이 얼마나 구체적으로, 그리고 일상 속에서 드러나는가를 보여준다. "야곱은 어머니의 눈물에서, 가족 간의 갈등에서, 노동과 화해, 순례의 길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보았다." 

저자는 하나님이 인간의 일상을 무대 삼아 역사하신다고 말한다. 하나님은 교회 안에서만이 아니라, 가정의 혼란과 직장의 스트레스, 관계의 상처 속에서도 일하신다. 그리고 그 사랑은 언제나 조건 없이, 일방적으로 주어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내 이름은 야곱입니다>는 '거룩한 일상'의 신학을 세운다. 신앙은 특별한 순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의 보통 시간 속에서 자라나는 것임을 보여준다.

인간됨으로 이끄는 '땅에 뿌리내린 영성'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영성은 하늘로부터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땅에 뿌리내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야곱의 여정은 종교적인 사람으로 변하는 과정이 아니라, '온전한 인간'으로 빚어지는 과정이다. 

"땅에 뿌리내린 영성은 우리를 종교적인 사람이 아니라, 온전한 사람이 되게 한다." 그는 장 바니에의 말을 인용하며 이렇게 덧붙인다: "인간이 된다는 것은 우리 평생의 과업이다." 

야곱의 이야기는 결국 '거룩한 인간됨'에 대한 이야기다. 하나님은 그리스도인의 실패와 결핍, 욕망의 역사 한가운데서 각자를 변화시키신다. 그 과정을 통해 인간은 신앙인이자 진정한 '사람'으로 자라난다. 

'야곱의 하나님'을 오늘의 신앙으로 

<내 이름은 야곱입니다>는 오늘의 독자에게 깊은 질문을 던진다: "신앙은 과연 교회 안에서만 존재하는가?", "하나님은 우리가 성공했을 때만 함께하시는가?" 폴 스티븐스는 야곱의 이야기를 통해 이렇게 답한다: "하나님은 실패 속에서도 함께하신다. 그리고 그분은 여전히 우리의 평범한 하루 속에서 일하고 계신다." 

이 책은 야곱의 인생을 통해 독자 자신의 모습을 비추게 한다. 속이고, 두려워하고, 방황하지만 끝내 하나님께 붙들린 사람, 야곱, 그의 이름이 '이스라엘'로 바뀌었듯, 하나님은 오늘도 그리스도인 각자의 이름을 새롭게 부르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