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의 많은 가정이 '조용한 단절' 속에 살아가고 있다. 중고생 자녀를 둔 10가정 중 7가정은 한 공간에 함께 있어도 각자 디지털 기기에 몰두하며 시간을 보낸다. 부모는 자녀가 속내를 털어놓지 않는다고 걱정하지만, 정작 부모 자신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않는다. 가족이 같은 집에 살면서도 서로의 하루를 나누지 않는 것이 일상이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기술의 발달로 인한 부작용만은 아니다. 가족 안에서 감정이 반복적으로 무시되거나 반응을 얻지 못할 때, 그 침묵은 깊은 상처로 남는다. 가족 치료학에서는 이를 '정서적 무시'라고 부르며, 겉으로는 평온해 보여도 사람을 서서히 고립시키는 심리적 단절로 본다.
아동유아교육학자 이은경 박사는 신간 『도파민 가족』(흐름출판)을 통해 이러한 현상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15년 넘게 초등학교 현장에서 아이들과 부모를 지켜본 저자는 이 문제를 단순한 '스마트폰 중독'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이것을 가족 시스템의 균열, 즉 감정의 회로가 약해진 결과라고 해석한다.
이은경 박사는 오늘날의 가족이 서로에게 무심해지고, 끊임없이 비교하며, 자책과 재촉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가정처럼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자극의 회로'에 지배된 도파민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쾌락의 과잉 → 만성 피로 → 집중력 상실 → 불안의 일상화 → 거실과 교실의 붕괴'라는 연쇄적 신경회로로 설명한다.
그는 "가족 구성원 간 정서적 연결이 끊어질 때, 아이들은 안전감을 잃고 불안과 분노를 반복하게 된다"며 "이는 결국 사회적 관계와 학습 태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도파민 가족』은 도파민이 지배하는 가정과 교실의 현실을 생생히 그려내며, 뇌과학과 심리학을 바탕으로 정서적 회복의 길을 제시한다. 저자는 감정의 무감각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디지털 기기 사용을 줄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족 간 '공감의 대화'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디지털 시대 속에서 점차 무뎌져 가는 인간 관계의 본질을 되짚으며, 가족이 다시 서로의 마음을 향해 눈을 맞추는 방법을 제안한다. 이은경 박사는 "가족의 연결은 기술이 아닌 마음의 반응에서 시작된다"며, 조용한 단절을 넘어 진정한 소통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