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개봉을 앞둔 다큐멘터리 영화 〈부흥〉(연출 윤학렬 감독)은 윤학렬 감독이 이끄는 촬영팀이 2년 7개월간 전 세계 120개 도시, 5개 대륙을 돌며 촬영해 나온 결과물이다. 부흥 현장을 주도하는 목회자와 성도 93명을 인터뷰했고, 전체 촬영분만 15일 13시간 분량이다. 윤 감독에 따르면, 후반 작업은 거의 완료 단계에 있다. 12월 시사회를 열 계획이다. 이후 국내 개봉과 OTT 송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윤학렬 감독은 "한국 교회가 다시 초대교회의 단순한 복음, 회개의 영성, 순종의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 영화 제작 과정 내내 하나님은 한국교회를 부흥의 매개체로 사용하길 원하신다는 마음을 주셨다"며 "'내 아이들을 부흥자로 세워라. 하나님이 반드시 쓰실 것이다.' 이것이 2년 7개월간의 여정을 통해 얻은 결론 중 하나"라고 했다. 다음은 최근 윤학렬 감독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소재 '하세' 영화제작사에서 그와 가진 인터뷰 일문일답. 

-영화 '부흥'을 제작한 계기는? 

"2023년은 원산 대부흥 120주년이 되는 해였다. 그해 초 미국에서 '애즈베리 대학(Asbury University) 부흥'이 터졌다. 에즈베리 부흥에 대한 마음이 강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애즈베리 부흥이 끝난 직후 현장을 찾았다. 그곳은 미국 켄터키주의 작은 대학 도시였는데, 놀랍게도 부흥의 현장을 찾아온 사람들 대부분 한국인이었다. 시애틀, LA, 유럽 등지에서 온 교포들이었다. 한국인에게는 '부흥'이라는 특별한 DNA가 있다고 느꼈다. 

애즈베리 대학에서 만난 티모시 테넌트(Timothy Tennent) 신학대 학장은 조나단 에드워드(Jonathan Edwards)의 8대 손이다. 그는 '부흥의 가문' 출신이었다. 티모시 테넌트 학장은 에즈베리에서 있었던 9번의 부흥 역사를 자세히 들려주셨다. 그가 꼽은 공통점은 '끊이지 않는 예배'와 '부흥을 사모하는 강청의 기도'였다. 총장님과의 만남이 끝난 뒤, 에즈베리 대학 홍보 담당자의 배려로 이후 외부인 출입이 금지된 '에즈베리 부흥을 체험한 재학생 100명의 홈커밍 데이'에 참가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기적 같은 일이었다. 

이후 저는 미국 전역을 돌며 부흥의 역사를 취재했다. 휘튼대(Wheaton College), 무디신학교(Moody Bible Institute) 등등. 특히 휘튼대 총장 필립 라이켄(Philip Graham Ryken)과의 인터뷰도 하나님의 섭리로 극적으로 성사될 수 있었다. 촬영하면서 느낀 건, 현재 미국의 부흥 상황은 '영적 전쟁'이라는 것이다. 조나단 에드워드가 처음 세운 교회 앞에는 동성애 깃발이 걸려 있다. 미국 대학 캠퍼스들에는 성중립 화장실이 일반화돼 있다. 그러나 이런 문화에 맞서 기독교를 변증했던 찰리 커크(Charlie Kirk, Turning Point USA 대표)의 죽음 이후 수천 명의 미국 청년들이 무릎 꿇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희망의 불씨다." 

-전 세계 부흥의 현장을 누볐다고 들었다. 현장 상황을 설명해달라.  

1. 인도 - 불가촉천민의 소년에게 임한 '예수의 빛' 

"인도에 도착했을 때 부흥은 반드시 고난의 현장에서 피어난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인도는 힌두교가 지배하는 땅이지만, 하나님은 그 땅에서도 여전히 일하고 계셨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인도 북부 비하루주(Bihar)의 한 산골 마을에서 한 소년이 경험했던 하나님의 살아계심이다. 그곳은 불가촉천민들이 모여 사는 지역이다. 그곳에서 천민 신분의 소년 '아미르'는 백반증으로 고생하는 할머니를 위해 하루 여덟 시간을 걸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안수하며 치유하는 목사를 찾으러 길을 떠났다. 그는 소문에 '예수신을 만나면 눈이 떠진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 아이는 땀에 절어진 옷을 입고, 해 질 무렵 침례를 받기 위해 줄을 섰다. 물속에 들어가기 전엔 그의 눈빛은 불안했다. 물에서 나왔을 때 그 눈이 완전히 달라졌다. 평안과 기쁨이 가득했다. 그 아이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그 아이의 예수와 우리가 믿는 예수는 다르다. 그 아이는 신분으로부터의 억압과 두려움, 꿈이 없는 인생에서 해방된 예수를 만난 거다. 그 눈빛은 부흥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또한 인도 남부 하이데라바드(Hyderabad)에서는 믿음으로 갈보리 교회(Calvary Temple)를 세운 사티스 쿠마르(Satish Kumar) 목사를 만났다. 그는 정부의 허가도, 땅의 소유권도 없이 현재 30만 명이 모이는 교회를 세웠다. 누가 봐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인도 정부는 종교의 자유를 말하지만, 교회 건축은 행정적으로 끝없이 제약한다. 주변 목회자들도 '허가 없이 어떻게 짓느냐, 불법이다'며 반대했다. 그러나 쿠마르 목사는 '이 일은 하나님이 하신다'며 금식과 기도로 버텼다. 결국 52일 만에 행정당국의 허락을 받아 2005년 교회가 완성될 수 있었다. 하나님은 세상의 법이나 장애물보다 앞서 역사하신다. 지금 그 교회는 30만 명이 모여 예배드리는 공동체로 성장했다." 

2. 나이지리아 - 순교의 피 위에 세워진 부흥 

"나이지리아의 부흥은 피로 쓴 복음의 역사다. 나이지리아 최대 교단 RCCG(Redeemed Christian Church of God) 창립자 E.A 아데보예(Adeboye) 목사가 담임하는 교회 현장에서 부흥을 목격했다. 987만명의 성도가 모여 예배한다. 아데보예 목사님은 원래 대학에서 수학을 가르쳤던 교수였다. 그러나 불안과 공허한 마음에 허덕여 결국 하나님을 찾다가, 1987년 한국의 조용기 목사가 인도하는 오산리 기도원 집회에서 성령의 불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나이지리아로 돌아가 기도처를 세웠다. 아데보예 목사가 세운 교회는 총면적 9㎢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예배당이다. 한 번에 900만 명이 모여 예배를 드릴 수 있을 정도로, 그 모습은 하나의 도시가 예배하는 장관이었다. 

그곳의 부흥은 단순한 종교적 열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죽음을 뚫고 솟구친 생명의 외침이었다. 나이지리아 북부에는 보코하람(Boko Haram)이라는 극단적 이슬람 무장단체가 있다. 매년 7천~1만2천 명의 기독교인이 이들에 의해 순교한다. 목회자는 목이 잘리고, 성도들은 철사에 묶여 교회와 함께 불태워진다. 하지만 그들은 '예수는 주님이시다'는 고백을 멈추지 않는다. 이러한 죽음을 각오한 믿음을 통해 부흥의 불씨가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나이지리아 청년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거리에서 복음을 전하고 있다. 그것이 부흥의 불길이다." 

3. 브라질 - 거리 위를 메운 250만 명의 예수 행진 

"브라질은 전통적으로 카톨릭 국가였지만, 지금은 복음의 불길이 새롭게 타오르고 있다. 브라질의 개신교 예배는 거의 한국교회와 같다. 새벽기도, 통성기도, 철야예배까지 그대로 옮겨왔다. 그리고 그 부흥의 중심에는 매년 상파울루에서 열리는 '예수 행진'(March for Jesus)이 있다. 그 행진에는 250만 명이 참여한다. 아침 10시부터 밤까지, 사람들은 찬양하며 도시를 걷는다. 그것은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영적 전쟁이었다. 그들의 찬양 소리가 도시 전체를 흔들었다. 브라질의 부흥은 한 마디로 '기쁨의 영성'이다. 슬픔을 노래로 바꾸고, 억압을 찬양으로 승화시킨다. 그런데 그 안에는 분명히 눈물이 있다. 그것은 하나님 앞에서 울 줄 아는 민족의 부흥인 것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북한 중보기도 팀'의 존재였다. 브라질의 주요 교회마다 북한을 위해 중보 하는 팀이 있다.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북한 주민 구원을 위한 중보기도'를 지구 반대편의 브라질교회가 하는 것이다. 우리는 잊어도, 하나님은 결코 잊지 않으신다." 

-양적 부흥의 현장과 더불어 적은 숫자라도 신앙의 변화가 드러나는 질적 부흥의 현장도 찾아갔는가? 

1. 영국 - 죽은 신앙의 땅에 서 있는 거리 전도자들 

"영국이라는 죽은 신앙의 땅에 서 있는 거리 전도자들 취재 현장도 인상 깊었다. 영국은 신앙의 본향이었지만 지금은 영적으로 완전히 화석화됐다. 존 웨슬리의 나라, 부흥의 나라였던 그 땅의 교회들은 이제 박물관처럼 변했다. 런던과 킹스턴 일대의 교회들은 대부분 노년의 성도 몇 명만 남아 있고, 주일에도 문을 닫은 곳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 한복판에서 복음을 전하는 한국인 전도자들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이 송기호 목사였다. 그분은 킹스턴역 앞에서 거리 전도를 한다. 그런데 영국에는 '평등법'이 있어서 전도하다가 구속될 수 있다. 를 들어 '예수 믿으세요'라고 말했는데 상대가 '그 말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신고하면, 경찰이 바로 와서 체포한다. 송 목사님은 이미 네 번이나 구속되셨다. 그래도 그는 또 나간다. 는 전도 전 늘 길 위에서 방언으로 기도한 뒤 찬양을 시작한다고 한다. 

그분이 손을 들어 '당신을 위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축복해도 되겠습니까?' 하고 의향을 물은 뒤 안수할 때 영국 사람들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아버지가 울면 아이도 울고, 지나던 사람들도 발걸음을 멈춘다고 한다. 그건 단순한 설득이 아니라 성령의 만지심이다. 영국은 영적으로 황무지다. 하지만 그 황무지 위에서도 하나님은 여전히 사람을 세우고 계신다. 송기호 목사님은 '영국은 다시 살아날 것이다. 한국이 다시 영국을 깨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150년 전 한국에 복음을 전하러 왔다 순교한 영국 토마스 선교사가 떠올랐다. 복음을 받았던 조선의 땅이, 다시 영국을 회복시키는 부흥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2. 이스라엘 - 전쟁의 땅에서 본 하나님의 개입 

"이스라엘 취재는 문자 그대로 '전쟁터 한가운데서의 부흥 탐사'였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한창이던 때, 예루살렘에서부터 단(Dan)과 브엘세바(Beersheba)까지 전 지역을 촬영했다. 하나님이 왜 저를 그때 그곳으로 보내셨는지, 처음엔 알 수 없었다. 그런데 현장을 돌면서 확신했다. 이번 전쟁은 단순한 정치적 충돌이 아니라,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흔들어 회개시키는 '영적 개입'이라는 것을. 저희 촬영팀이 도착했을 때, 텔아비브에서는 역설적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동성애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그건 충격이었다. 전쟁 중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모여 음악을 틀고, 시바신(힌두교의 음악신)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를 하더라. 그 순간 깨달았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흔들지 않고는 회복이 일어나지 않겠구나.' 

특히 저희 촬영팀이 갈멜산 기도원에서 유일하게 통성기도를 허락받은 순간은 영적 전쟁의 절정이기도 했다. 갈멜산은 침묵의 기도원이다. 관광객들이 소리 내면 관리인들이 와서 제지한다. 그런데 우리가 방문했던 날은 평소 붐볐던 관광객도 없었고,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저희는 그곳에서 삼창하며 기도했다. '주여, 이 땅을 회복하소서!' 그건 단순한 촬영이 아니라 하나님의 전쟁에 참여하는 예배였다." 

3. 네팔 - 하나님이 기억하시는 이름 없는 선교사들 

"저희 촬영팀의 마지막 여정은 네팔이었다. 이곳에서는 '하나님이 기억하시는 한 사람'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네팔은 힌두교와 라마불교가 혼재된 나라로, 곳곳에 우상과 향불이 가득하다. 거리마다 5미터 간격으로 신전이 늘어서 있고, 공기마저 짙은 향 냄새로 가득 차 있다. 그곳에서 40년을 헌신한 이상용·이해련 선교사 부부를 만났다. 이분들은 네팔 고산지대 셰르파족을 위해 평생을 바치셨다. 29만 명의 셰르파족이 그들의 성경 번역 사역을 통해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을 자기 언어로 읽게 됐다. 이 선교사 부부는 성경을 번역해 이들을 '먹였다'는 표현이 정말 적절하다. 

또 다른 이름없는 헌신자 허인석 선교사도 만났다. 허인석 선교사님은 '느헤미야 센터'라는 5층짜리 예배 공간을 28년 동안 세우셨다. 네팔에서는 토요일이 주일입니다. 토요일마다 감리교인, 장로교인, 오순절 교인들이 한 건물에 모여 예배드린다. 허 선교사님은 땀과 눈물, 무릎으로 그 건물을 세우신 분이다. 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부흥은 하나님이 기억하는 이름없는 자들의 이야기다.' 그들이 흘린 눈물, 그들이 세운 교회, 그들의 숨겨진 헌신이 부흥의 원소(元素)다. 세상은 그 이름을 기억하지 않지만, 하나님은 반드시 기억하신다." 

-부흥의 현장을 돌며 깨달은 교훈이 있다면? 

"부흥은 인간이 기획해서 일어나는 게 아니다. 하나님이 정하신 시간과 장소, 그리고 이름 없는 한 사람을 통해 시작된다. 즉 '인간의 전략보다 하나님의 주권이 앞선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불씨를 붙이고 계신다. 부흥이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하나님의 역사다. 특히 부흥은 편안함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부흥은 고난의 자리, 눈물의 자리에서 일어난다. 순교의 피, 헌신의 눈물, 고난이 빚은 기도의 무릎이 부흥의 토양이 된다는 점을 절감했다." 

-전 세계 부흥의 현장이 한국교회에 주는 교훈이 있다면? 

"한국교회는 너무 안락해졌다. 부흥은 통회하고 자복하는 무릎에서 시작된다. 한국교회가 다시 초대교회의 단순한 복음, 회개의 영성, 순종의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 영화 제작 과정 내내 하나님은 한국교회를 부흥의 매개체로 사용하길 원하신다는 마음을 주셨다. 특히 '다음 세대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이 영화는 결국 다음 세대에게 부흥의 DNA를 전해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하나님은 내게 '내 아이들을 부흥자로 세워라. 하나님이 반드시 쓰실 것이다'라는 마음을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