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크리스천투데이(CT)는 전 세계에서 종교의 자유가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고 23일 보도했다. 가톨릭 교황청 산하 국제 구호단체 '에이드 투 더 처치 인 니드(Aid to the Church in Need, ACN)'가 최근 발표한 『2025 세계 종교자유 보고서(Religious Freedom in the World 2025)』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64.7%인 약 54억 명이 종교의 자유가 심각하게 제한되거나 완전히 박탈된 국가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CN 국제대표 레지나 린치(Regina Lynch)는 보고서 발표 자리에서 "사상, 양심, 종교의 자유는 세계인권선언 제18조에 명시된 기본권이지만, 지금 이 권리는 단순히 위협받고 있는 수준이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전 세계 196개국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으며, 이 가운데 62개국에서 심각한 침해 사례가 발견됐다. 그중 24개국은 '박해(persecution)', 38개국은 '차별(discrimination)' 국가로 분류됐다. 지난 보고서 이후 진전을 보인 국가는 카자흐스탄과 스리랑카 두 나라뿐이었다. 

보고서는 종교 탄압의 가장 큰 원인으로 '권위주의적 통치체제'를 지목했다. 24개의 박해 국가 중 19개국, 38개의 차별 국가 중 33개국에서 정부가 종교 활동을 감시하거나 억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리트레아, 중국, 니카라과, 이란 등에서는 첨단 감시 기술과 온라인 검열, 불법 구금 등을 통해 자율적인 종교 단체의 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보고서는 "신앙의 통제는 정치 권력의 수단이 되었으며, 종교 억압이 관료화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2025년 보고서 편집장 마르타 페트로실로(Marta Petrosillo)는 "이번 조사는 특정 종교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신앙을 폭넓게 다룬 유일한 비정부 보고서"라며 "많은 나라에서 종교 자유에 대한 법적 보호가 형식적이거나 상징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국가의 통제 외에도 아프리카 사헬 지역과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극단주의 운동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슬람국가 사헬지부(ISSP)와 JNIM 같은 무장단체들이 수백 개의 교회와 학교를 파괴하고, 수백만 명을 강제로 추방했다. 인도와 미얀마에서는 민족-종교적 민족주의가 극심해져 기독교인과 무슬림 소수집단이 법적 배제와 폭력에 직면해 있다. ACN은 인도의 상황을 "법적 차별과 정치적 적대가 결합된 복합적 박해"로 규정했다. 

또한 보고서는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 러시아, 이스라엘, 미얀마 등 분쟁 지역에서도 종교의 자유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에서는 극단주의 풀라니 무장세력이 마을 전체를 불태웠으며, 수단 내전으로 인해 기독교인들이 조상 대대로 살아온 지역에서 대규모로 피난했다. 

아울러 멕시코와 아이티에서는 범죄조직이 성직자 납치와 살해를 통해 종교 공동체를 위협하고 있으며, 종교 지도자들이 새로운 박해의 대상이 되고 있다. ACN은 "조직범죄가 종교 자유를 억압하는 새로운 형태의 박해 세력으로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서구 사회에서도 종교에 대한 공격이 늘고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에서는 2023년 한 해 동안 1,000건에 가까운 교회 훼손 사건이 발생했고, 그리스와 스페인, 이탈리아에서도 수백 건의 유사 사례가 보고됐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반유대주의와 반이슬람 폭력도 급증했다. 프랑스에서는 반유대 행위가 1,000% 급증했고, 독일에서도 종교 관련 사건이 61건에서 4,000건 이상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럼에도 보고서는 희망의 메시지도 담고 있다. 모잠비크와 부르키나파소 등지에서는 신앙 공동체가 화해와 신뢰 회복을 위한 연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린치 대표는 "양심에 따라 살 권리는 인간 존엄의 핵심이다. 이 권리가 존중받을 때 평화와 정의가 자란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또 "종교의 자유는 모든 인권의 '온도계'다. 그 자유가 약화될 때, 다른 기본적 자유들도 함께 무너진다"고 말했다. 

ACN은 이번 보고서 발표와 함께 종교 자유 보호를 위한 국제사회의 실질적 행동을 촉구했다. 단체는 오는 2026년 11월, 유엔과 유럽연합, 주요 민주국가 정부에 종교 자유 강화를 요구하는 첫 글로벌 청원서를 공식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