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 상원이 5년에 걸친 논의 끝에 안락사를 합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우루과이 상원은 찬성 20표, 반대 11표로 해당 법안을 승인했다. 지난 8월 하원에서도 찬성 64표, 반대 29표로 통과된 이 법은 상원의 가결로 최종 확정됐으며, 행정부가 곧 시행령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당인 프렌테 암플리오당 의원들이 발의한 이 법안은 개인이 스스로 결정한 상황에서 존엄한 임종 과정을 경험할 권리를 규제하고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법안은 정신적으로 온전한 판단 능력을 갖추고, 말기 불치병을 앓거나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는 성인 등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는 환자에게 '고통 없고 평화로우며 존중받는' 죽음을 허용한다.

우루과이는 라틴아메리카에서 의회 표결을 통해 안락사를 합법화한 첫 번째 국가가 됐다. 이번 결정은 윤리, 도덕성, 생명의 가치에 대한 뜨거운 논쟁을 전국적으로 불러일으켰다.

여당의 다니엘 보르보넷(Daniel Borbonet) 상원의원은 "치료가 불가능하고 회복할 수 없는 질병으로 인해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으며 삶의 질이 심각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삶의 마지막 순간을 존엄하게 맞이하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 존엄을 선택한 누구도 처벌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입장은 "생명은 잉태부터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소중히 여겨지고 보호돼야 한다"고 가르치는 기독교의 관점과 대조된다. 복음주의, 가톨릭, 그리고 여러 보수 단체들은 "생명은 신성한 선물이며, 고통은 조력사가 아닌 완화 치료를 통해 해결돼야 한다"고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우루과이복음주의대표협의회(CREU) 차기 회장 라우더 가라베디안 목사는 지난 8월 영상 메시지를 통해 "복음주의연맹은 죽음의 과정을 앞당기는 것에 반대한다"며 안락사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완화 치료는 불치병 속에서도 고통받는 이들에게 존엄성을 되찾게 해주는 변혁적인 도구"라고 강조했다.

가톨릭 교회 역시 새 법에 반대했다. 플로리다 교구의 마르틴 페레스 스크레미니(Martín Pérez Scremini) 주교는 "우리는 안락사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아픈 사람을 죽게 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많은 신앙인들은 이번 결정을 계기로 생명 존중의 가치를 다시 강조하며, 임종기 환자들을 위한 자비로운 완화 치료의 접근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새 법에 따라 환자는 정해진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안락사를 요청할 수 있다. 다음 단계는 행정부로 넘어갔으며, 곧 구체적인 시행령이 마련될 예정이다. 이미 완화의료법이 시행 중이어서 절차는 비교적 순조로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같은 중남미 국가인 콜롬비아는 1997년부터 말기 환자에 대한 안락사를 허용해 왔으며, 2021년에는 말기 진단 없이도 극심한 신체적 또는 심리적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그 범위를 확대했다. 에콰도르 역시 2024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안락사를 비범죄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