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한 번쯤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스몰토크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며, 궁금한 점이 있어도 주변의 눈치를 보다 결국 묻지 못하고 지나친 적도 많다. 이처럼 말문을 여는 것이 막막한 이들에게 김혜민 작가의 책 『좋은 질문의 힘』은 실질적인 지침이자 위로가 된다.
라디오 PD, 방송 진행자, 강연자로 활동해 온 저자는 오랜 시간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하며 쌓아 온 경험을 바탕으로, 질문과 경청의 본질을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질문을 단순한 대화의 기술이 아니라 인간을 대하는 태도로 바라보며, 질문이 갖는 다양한 의미와 힘에 대해 설명한다. 그는 프롤로그에서 "질문을 담은 물음표는 또 다른 물음표로 이어지기도 하고, 깨달음의 느낌표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일의 마침표가 되고, 쉼 없이 달려온 인생길에 쉼표가 되기도 한다"고 썼다.
이 책의 핵심 메시지는 좋은 질문이 '듣는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저자는 "좋은 질문은 귀에서 자란다"고 강조하며, 질문을 잘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경청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대화 중 고개를 끄덕이거나 감탄사, 눈맞춤 등의 반응으로 '듣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또한 저자는 질문에도 T.P.O(Time, Place, Occasion), 즉 시간과 장소, 상황에 맞는 맥락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아무리 정중하고 진심 어린 질문이라도 적절한 타이밍과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으면 관계를 단절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질문을 던지기 전, "이 질문은 지금 꼭 필요한가?"를 자문해볼 것을 권한다.
질문에 담긴 말투와 어조, 즉 태도 역시 중요한 요소다. 질문은 단지 정보를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상대를 향한 마음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질문 전 '쿠션어'를 사용하라고 제안한다. 쿠션어는 질문을 부드럽게 전달하기 위한 정중한 표현으로, 간단한 인사말이나 상대의 처지를 고려하는 짧은 말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는 질문이 상대의 마음을 여는 일인 만큼, 먼저 배려와 존중의 자세로 다가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저자가 좋은 질문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것이 단순히 대화를 풍성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자기 사고의 깊이와 방향을 넓히는 데도 크게 기여하기 때문이다. 그는 정답만을 좇기보다는 질문하는 과정을 통해 보이지 않던 맥락과 새로운 시야를 발견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렇게 질문은 자기 성찰의 출발점이 된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는 이렇게 적는다. "질문하는 삶은 종종 느리고, 때로는 불편합니다. 정답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고,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 질문을 품고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가장 단단하고 깊은 삶이라는 것을요."
『좋은 질문의 힘』은 독자에게 질문을 두려워하지 말 것을 말한다. 조심스럽지만 진심 어린 질문 하나가 나와 타인을 잇는 다리가 되고, 그 다리를 통해 성찰과 성장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