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션 더피(Sean Duffy) 미국 교통부 장관이 전국 50개 주지사와 워싱턴 D.C., 푸에르토리코 자치령 주지사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도로 위에 있는 정치적 메시지나 시각적 혼란을 유발하는 요소들을 제거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주요 도시에서 설치된 무지개 횡단보도 등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더피 장관은 성명에서 "도로는 안전을 위한 공간이지, 정치적 메시지나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곳이 아니"라며 "매년 수만 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다. 도로의 본래 목적에서 벗어난 요소는 제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조치는 교통부가 새롭게 발표한 '안전한 도로'(SAFE ROADS) 국가 이니셔티브의 일환이다. 해당 정책은 고속도로가 아닌 주요 간선도로(arterials) 상의 교차로와 횡단보도, 도로 표시 등을 보다 일관성 있게 정비하고, 주의 산만을 유발하는 시설을 제거해 교통사고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더피 장관은 특히 무지개 횡단보도와 같은 정치적 또는 사회운동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운전자 주의를 산만하게 해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X에 "납세자들은 도로가 무지개가 아닌 안전에 쓰이길 바란다. 정치적 배너는 공공 도로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글을 남기며, 해당 정책이 단순한 정치적 논쟁이 아닌 도로 안전을 위한 원칙적 접근임을 강조했다.
이 조치에 따라 교통부는 각 주정부에 60일 이내로 도로 안전 및 운영, 규정 준수에 있어 문제가 심각한 구간을 식별하고, 다음 회계연도 종료 전까지 개선 계획을 수립할 것을 요청했다.
이는 최근 미국 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여전히 4만 명에 육박한다는 통계를 반영한 조치다. 2024년 기준 약 39,345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으며, 그 중 약 절반은 고속도로가 아닌 일반 간선도로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몇 년 동안 미국 여러 도시의 공공 도로에 성소수자 벽화가 등장하면서, 차량을 이용한 훼손 행위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에는 차량으로 벽화 위에서 급가속을 하며 타이어 자국을 남기는 '버닝아웃'(burning out)이나, 차량을 회전시키며 벽화를 훼손하는 '도넛턴'(doing donuts) 같은 방식이 포함된다.
이는 보행자에게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며, 가해자들은 중범죄로 기소돼 수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교통 안전 강화가 아닌 성소수자 상징에 대한 정치적 탄압으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 애틀랜타, 워싱턴 D.C., 웨스트 할리우드 등 여러 도시에서는 지난 수년간 성소수자 관련 공공 예술로 무지개 횡단보도를 설치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