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사태 이후 목사들을 불러 축복기도 받는 전두환 사령관
광주사태 이후 목사들을 불러 축복기도 받는 전두환 사령관, 유튜브 영상 일부 캡쳐

교회, 시대착오의 유혹을 넘어서야, 

대한민국의 민주화 여정은 시민들의 피와 땀, 그리고 희생 위에 이뤄졌다. 1960년 4·19 혁명에서 2016년 촛불 집회에 이르기까지, 국민은 독재와 부패한 권력을 타파하며 민주주의를 쟁취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교회의 역할은 때로는 국민의 동반자였으나, 때로는 침묵하거나 권력과 동조하며 사회적 신뢰를 잃는 모습을 보였다.

이승만 정권 시절, 한국 교회는 "기독교 국가"라는 명목 아래 이승만 장로와 자유당을 지지했다. 부정 선거와 권력 남용이라는 명백한 불의 앞에서도 교회는 신앙적 책임을 저버렸다. 신학자 민경배가 지적했듯, 이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교회의 도덕적 실패로 기록된다. 박정희 유신 독재와 전두환 군사 정권을 거쳐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에도 교회는 학살의 진실을 외면했고, 이는 교회가 국민으로부터 멀어지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물론, 일부 교회와 성직자들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며 정의의 목소리를 냈지만,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교회사가 이만열은 해방 이후 교회의 정화 실패가 친일 잔재 청산의 부재와 맞물려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교회의 과오가 단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주기철 목사의 예언자적 신앙은 오늘날 교회가 지향해야 할 중요한 모델이다. 주기철 목사는 신사참배에 반대하며 당시 권력과 타협하지 않았고, 이는 단순히 종교적 이유에 그치지 않고 정의와 자유를 지키기 위한 양심의 발로였다. 오늘날 한국 교회는 이러한 역사적 전통을 계승하며, 사회적 약자와 억눌린 자들을 위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일부 목회자를 비롯한 종교 지도자들은 특정 정치 세력과 지나치게 밀착하며 권력을 탐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모습은 교회의 본연의 역할을 왜곡하고, 국민을 통합하기보다는 분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나라를 위해 기도하자"는 외침조차 특정 이념을 강요하는 도구로 사용되며, 신앙적 가치를 훼손하고 있음을 망각하고 있다. 

6월 항쟁과 촛불 집회에서 보듯, 민주주의를 지키는 선봉에는 국민이 있다. 교회는 더 이상 국민보다 뒤처져서는 안 된다. 교회는 과거의 잘못을 성찰하고,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하는 동반자로 거듭나야 한다. 이는 특정 정치 세력과의 결탁을 단절하고, 국민 모두를 위한 정의와 평화의 길을 모색할 때 가능하다. 교회는 더 이상 권력의 도구가 아닌, 국민의 친구로서, 양심과 신앙에 충실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나라를 위해 기도하자"는 외침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그것이 권력을 옹호하거나 특정 이념을 강요하는 수단이 아니라, 정의와 평화를 위한 실질적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교회의 새로운 사명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민주주의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