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수 목사(전 미주장신대 총장)
(Photo : ) 김인수 목사(전 미주장신대 총장)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과 바꾸겠느냐.” (마태복음 16:26)

 미국에는 볼 만한 것들이 많은 데, Niagara 폭포, Grand Canyon, Yellow Stone Park 같은 자연물과, 사람들이 만든 것들 중, 동부 New York에 있는 Empire State Building, 그리고 서부 San Francisco에 있는 Golden Gate Bridge입니다.

 Golden Gate Bridge는 Golden Gate 해협을 가로 지르는 현수교(懸垂橋:줄에 메달아 놓은 다리)로 최대 길이 2.74km, 폭 약 27m의 왕복 6차선 다리로, 하루에 약 11만 대가 오가는데, 1933년에 착공해서 1937년에 완공했습니다.

 이 다리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다리로 유명하고,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도 미국의 상징처럼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다리는 좋은 것으로만 유명한 것이 아니라 자살다리라는 불명예를 갖고 있습니다.

 지난 87년 동안 이 다리에서 떨어져 숨진 사람이 약 1,800명인데, 투신자는 거의 다 생명을 잃었지만, 약 5%는 해수면에 강하게 부딪치고도 살아남았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시는 다시는 이 다리에서 떨어져 죽는 사람이 없게 하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했는데, 다리 상판 6m 아래에 자살방지 그물을 설치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 공사는 2018년에 시작해서 착공한지 5년 만인 2024년 1월에 완공되었습니다. 다리의 미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 멀리서는 이 그물을 볼 수 없게 설치했습니다. 그물이 다리를 떠받치고 있는 기존 철골과 겹쳐 보이게 설치해서 다리를 건너는 운전자나 보행자, 자전거를 탄 사람도 볼 수 없으며, 이 다리를 멀리서 바라보는 view point에서도 거의 눈에 띄지 않게 설계했습니다.

 이 그물을 설치했다고 자살을 100% 방지할 수는 없습니다. 그물에 떨어진 후, 다시 투신하는 경우는 막을 길이 없지만, 그 순간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볼 기회와 구조 가능성을 열어 준다는데 그물 설치의 의미가 있습니다.

 하버드대학과 UC 버클리대학 연구에 따르면 자살을 시도한 후, 생존한 사람 대부분은 다시 자살을 시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자살 시도에서 살아난 사람 수천 명은 극단적인 생각이 바로 죽음으로 이어지게 하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필자가 중학교에 다닐 때, 한강에는 큰 글씨로 “앗! 잠깐만 참으세요. 곧 좋은 기회가 올 것입니다.”라는 자살 예방 표지판이 크게 붙어 있었습니다. 옛날에는 한강에 다리가 하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수십 개의 다리가 있어서, 어디서든지 투신이 가능하지요.

 2024년 한강 다리 투신자살 시도가 2년 연속 1천여 건인데, 마포대교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2018년에서 2023년까지 한강 다리 자살 시도자도 4,069명에 이릅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가장 자살률이 높은 나라로, 하루 평균 3-40명이 자살하는 자살 공화국입니다. 자살의 동기가 여러 가지겠지만, 자살은 스스로를 살인 하는 범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과 바꾸겠느냐.”(마 16:26)고 물으시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하셨습니다. 생명경시 세상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것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소명입니다. 자살하는 사람을 줄이는 일에 온 교회가 앞장서야겠습니다. 이것이 이 시대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또 다른 소명입니다. 샬롬.

L.A.에서 김 인 수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