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는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9절(정권수립일) 76주년을 맞아 한 연설에 대해 "민심 수습과 함께 연말 성과 달성을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김정은이 수해복구 상황을 평가하면서 기일 내 정상화를 주문했다"며 "재난을 극복하는 지도자상을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은 연설에서 향후 10년 동안 매년 20개의 공업 공장을 세워 지방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지방 발전 20×10 정책'의 성공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지방 발전 정책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며, "의구심을 불식시키고 기대감을 주입하려고 주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핵무력 강화 언급과 관련해서는 통일부가 "김정은은 중요 계기마다 핵무력 의지를 강조하고 있으며, 이번 연설에서 특별히 강조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며 "수해 복구 어려움 속에서도 20×10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방 분야 정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9·9절을 맞아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당·정 간부들을 만나 축하하고, 국가사업 방향과 관련해 '위대한 우리 국가의 륭성번영을 위해 더욱 분투하자'는 제목의 연설을 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이 9·9절에 연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별도의 행사를 마련한 것도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분석가들은 최고인민회의가 지연되면서 이번 9·9절 연설로 갈음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김정은은 통상 최고인민회의에서 국정 운영 방향을 제시하는 연설을 해왔으며, 올해 1월에는 헌법에 남한을 '제1의 적대국'으로 명기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2월 '해상 국경선 변경'을 언급했다. 이러한 변화가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 개정을 통해 반영될 것으로 예상됐다.
통일부는 최고인민회의가 이르면 7월 개최될 것으로 관측했지만, 현재까지 개최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최고인민회의를 열면 예고된 대로 국경선 획정 및 통일 지우기 노선에 대한 헌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내부적으로 이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최고인민회의는 통상 연간 상·하반기 두 차례 열리며, 지난해에는 1월과 9월에 진행되었다. 올해는 1월에 한 차례 개최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