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롤신학교 이범훈 교수
(Photo : ) 센트롤신학교 이범훈 교수

미국 일리노이 수도인 스프링필드에는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을 기념하는 조형물이 있다. 나는 기념조형물에 적힌 글들을 읽으며 우리 한국전쟁이 얼마나 참담했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기념조형물 중에 어느 무명의 미국병사의 이런 말이 적혀 있다. “It is a war we can’t win, we can’t lose, we can’t quit.”(우리가 이길수도 없고, 질 수도 없고, 포기할 수도 없는 전쟁이다.) 전투명령은 내려 졌지만, 이길수 없는 상황이었고, 그렇다고 질 수도 없고 포기할 수도 없는 참담하고 두려운 상황이었음을 말해준다. 이렇게 두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리 조국 대한민국을 위해 싸우며 희생한 병사들을 통해 우리가 받은 은혜를 생각하며, 나는 또한 우리 인생 여정을 생각했다. 우리는 때로 감당하기 어려운 삶의 시련을 당할 때가 있다. 이길수도 질 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에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절망과 두려움에 방황할 때가 있다. 미국의 영성학자 존 맥스웰은 우리가 살면서 직면하는 이런 어려운 때의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울 기력은 없고 웃기에는 너무도 고통스럽다!” 우리는 살면서 이렇게 우리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고난의 때를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때야 말로 진정으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때이다.

어려운 일을 당할 때 우리가 진정으로 할수 있는 일은 전능하신 하나님께 피하는 것이다. 하나님께 피하는 것은 곧 하나님께 기도하며 하나님의 보호하심과 도우심을 구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우리의 삶의 주관자요 복의 근원이 되시기 때문이다. 성경에 다윗이 그랬다. “하나님이여 나를 보호 하소서 내가 주께 피하나이다.”(시편 16:1) 다윗은 많은 고난과 삶의 실패를 경험했다. 다윗은 그를 죽이려는 사울 왕을 피해 10년이 넘는 세월을 두려움속에 도망 다녔고, 그가 왕이 된 후에 주변의 대적과의 수많은 위험한 전쟁을 치뤘고, 그리고 방심하여 간음과 살인죄를 짓고 실패자의 길을 가기도 했으며, 그의 아들 압살롬의 반란으로 비통한 가운데 도망치기도 했다. 그러나 다윗은 이런 고난과 실패의 자리에 있을 때마다 하나님께 피하며 하나님의 긍휼과 자비를 구했다. 다윗처럼 우리는 위급한 상황에 하나님께 기도하며 하나님께 피할 수 있다. 우리는 이렇게 기도할 수 있다. “하나님 아버지, 내 힘으로 이 일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나를 도와 주실 수 있음을 믿습니다. 내가 하나님께 피하오니 나를 도와주세요!” 이런 우리의 기도를 하나님이 들으시고 응답해 주신다.

어느 알콜중독 자가 어느 정도 치료가 되어 정상적인 생활을 하다가 다시 술을 마시게 되었다. 어느 날 그는 술에 취해 집에서 폭력을 행하고 집안의 가구들을 마구 부셨다. 이런 소식을 듣고 달려온 선교기관의 치료사 앞에서 그 사람은 5살 먹은 아들을 의자에 앉히고 빨래줄로 꽁꽁 묶었다. 그리고 아들에게 소리쳤다. “일어나!” “일어나!” 그러자 그 아이는 두려움에 울며 이렇게 소리쳤다. “아빠, 일어 설수가 없어요. 나는 지금 묶여 있다구요!” 그때 알콜중독 자가 그 치료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도 보셨지요! 내 스스로의 힘으로는 도저히 술을 끊을 수 없습니다. 이 아이처럼 나는 할 수 없습니다!” 그때 그 치료사는 아이를 묶고 있는 빨래줄을 풀어주며 아이에게 조용히 말했다. “예야, 이제 일어 나거라!” 그리고 그 치료사는 그 중독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줄을 풀어준다면 가능합니다. 당신이 하나님께 도움을 구한다면 하나님이 당신을 묶고 있는 그 중독의 줄을 풀어 주실 것입니다!”

그렇다. 우리는 낙심과 절망과 두려움이 우리를 묶고 우리를 지배하도록 그대로 두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하나님께 피하며 하나님께 우리의 모든 상황을 아뢰고 도우심을 구한다면, 하나님이 우리를 묶고 있는 삶의 문제를 풀어 주시고 치유해 주시고 온전케 해 주신다. 성경에서 하나님이 말씀하신다. “너는 내게 부르짖으라 내가 네게 응답하겠고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비밀한 일을 네게 보이리라.”(예레미야 33:3) 우리 주님 예수님도 말씀하셨다. “너희가 악한 자라도 좋은 것으로 자식에게 줄줄 알거든 하물며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좋은 것으로 주시지 않겠느냐.”(마태복음 7:11) 그렇다. 하나님께 피하고 도우심을 구하는 우리를 하나님이 만나주시고 은혜를 베풀어 주신다.

그리고 우리가 어려운 일 당할때 기도하며 할수 있는 일이 또 있다. 그것은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을 가지고 인내하는 것이다. 성경은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이다. 우리는 성경을 읽으며 하나님을 만나고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과 생각과 약속의 말씀을 들을 수 있다. 다윗은 큰 환란 중에 하나님께 피하여 기도하며 이렇게 믿고 확신했다. “내가 여호와께 아뢰되 주는 나의 주시오니 주 밖에는 나의 복이 없다 하였나이다.”(시편 16:2) ‘주는 나의 주시오니’ 라는 말에 ‘주’는 ‘아도나이’(히) 라는 말로 ‘다스리시는 분, 주인’ 을 뜻한다. 그러니 여기 시편 16:2 은 하나님이 우리의 삶을 다스리시는 주관 자 되시며 하나님 만이 우리에게 복을 주시는 분이심을 고백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의 삶의 주관자요 복의 근원이 되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는 것이다. 우리는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읽으며 믿음으로 기도할 수 있고, 성경 말씀에 의지하며 소망 중에 인내 할 수 있다.

미국에 제리 브리지스는 몇몇 작가들과 함께 쓴 “믿음으로 굳게서라” 라는 책에서 자신의 해군 복무 시절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 당시는 배의 위치와 항로를 확인하기 위한 위성항법장치가 없었기 때문에, 대신 색스톤(sexton) 이란 기구를 사용해서 하루에 두 번 배의 위치와 항로를 확인했다. 해가 뜰 무렵인 이른 아침과, 해 질 때의 저녁에 ‘별을 쏘아’ 배의 위치를 파악했다. 그렇게 매일 두 번씩 확인하지만 그때마다 어김없이 배의 항로를 조금씩 교정해야 했다. 만약 하루에 두 번 확인해야 하는 것을 한 번이라도 생략하면 배는 가야 할 항로를 크게 이탈하게 되었다. 제리 브리지스는 자신의 이런 경험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게 매일 하나님께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 우리의 인생 여정에 날마다 우리의 삶의 주관 자 되시는 하나님께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하루라도 생략한다면 필경 우리는 항로를 이탈한 배처럼 잘못된 것을 구하거나, 믿음을 잃고 낙심과 두려움에 빠질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하나님의 말씀을 읽으며 하나님의 뜻을 구하며, 하나님 말씀에 의지하여 믿음에 굳게 서서 하나님의 선하신 뜻 이루어질 때까지 인내해야 한다.

내가 아는 어느 선교사님이 북 코카서스에서 사역을 하시다가 비자가 거절이 되어 그 나라를 떠나야 했었다. 그 선교사님은 그 나라에서 10년이 넘도록 사역을 하시며 교회를 세우고, 사역자들을 양성하며, 다른 여러 사역들을 추진하셨는데, 갑자기 그 나라를 떠나게 된 것이다. 그 선교사님은 북 코카서스를 포기할 수 없어서 주변 나라들을 돌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그때 나는 그 선교사님으로부터 소식을 듣고 함께 기도했다. 그렇게 기도한지 4 개월이 지났을 때, 감사하게도 그 선교사님은 다시 비자를 받아 북 코카서스로 들어가시게 되었다. 그렇게 사역이 회복된 후에 그 선교사님이 이런 편지를 보내주셨다. “고통의 긴 터널을 지날 때 제가 붙잡을 수 있는 성경 말씀이 있어서 견디며 소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기다리는 과정을 통해서 선교지의 영혼들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더욱 확인하는 축복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선교사님은 고난 중에 붙들었던 성경 말씀을 적어 주셨다.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은 내가 아나니 재앙이 아니고 곧 평안이요 너희 장래에 소망을 주려하는 생각이라. 너희는 내게 부르짖으며 와서 내게 기도하면 내가 너희를 들을 것이요. 너희가 전심으로 나를 찾고 찾으면 나를 만나리라.”(예레미야 29:11-13) 그 선교사님은 이렇게 어려움 중에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내했고, 그렇게 인내하는 동안 하나님의 부르심을 더욱 확인하며 선교지의 사람들을 더욱 사랑하는 마음을 얻으셨다.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읽으며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을 수 있고, 환란 중에 하나님의 말씀으로 소망을 가지고 인내할 수 있다. 론멜 목사님은 “천국을 뒤흔드는 기도” 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진정한 믿음은 하나님께 설명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믿음은 다만 하나님의 약속을 의지합니다!” 그렇다. 하나님이 비록 고난의 이유를 설명해 주지 않으실 지라도 우리는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을 의지하며 인내해야 한다. 우리의 삶의 주관자 되시고 우리에게 복을 주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이 말씀하신 대로 반드시 선한길로 우리를 인도해 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 우리에게 이루어지기 까지 하나님이 친히 우리와 함께하시며 감당할 힘을 주시고 우리를 도와 주신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 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베푸시고 기름으로 내 머리에 바르셨으니 내 잔이 넘치나이다. 나의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정녕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거하리로다.”(시편 23:4-6)

*이 원고의 내용은 전적으로 저자의 것입니다.

이범훈 목사-D.Min. 시카고 모자이크 교회 담임사역을 하며 센트롤신학교(상담분과)에서 가르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