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남침례 교단 산하 신학대학원이 총 여섯 개가 있다. 게이트 웨이(Gateway Seminary, Ontario, CA, 전 골든게이트 신학교), 서던(The South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 in Louisville, KY), 사우스웨스턴(Southwest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 Fort Worth, TX), 뉴올리언스(New Orleans Baptist Theological Seminary, New Orleans, LA), 사우스이스턴(Southeast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 Wake Forest, NC), 그리고 미드웨스턴(Midwest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 )이 미 남침례교 소속 신학대학원이다.

남침례 교단 신학대학원
(Photo : 구글맵 ) 미국에는 남침례 교단 산하 신학대학원이 총 여섯 개가 있다. 게이트 웨이(전 골든게이트 신학교), 서던, 사우스웨스턴, 뉴올리언스, 사우스이스턴, 그리고 미드웨스턴이 미 남침례교 소속 신학대학원이다. (https://www.sbc.net/resources/directories/theological-seminaries/)

이중 미주리주 캔자스 시티 북쪽에 캠퍼스를 둔 미드웨스턴 신학대학원은 북미 신학교 중에선 규모로는 2 번째이고, 학생 수는 5천 4백 명, 아시아 부 학생수는 920명에 이른다. 북미에서 한국어로 가르치는 학교 중에는 가장 큰 규모이다.

미드웨스턴의 석사 과정은 100% 온라인으로 운영되고, 박사과정은 온-오프라인 하이브리드로 진행되기 때문에 선교지에서도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교단으로부터 지원을 받기 때문에 등록금이 학점당 $300이 안 돼, 재정적 부담을 낮추는 강점을 지닌다.

또 한가지 눈에 띠는 점은 신학이나 목회학 박사과정뿐 아니라 교육학 박사 과정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학 박사 학위는 선교지에서 신학교를 설립하고, 교육기관을 담당하는 선교사나 교사에게 유용하다.

석사과정은 목회학, 기독교 교육학, 성경 상담학, 신학연구(MTS)/실천신학(MAT), 예배학 석사 과정이 있으며, MTS와 MAT의 경우 총 15과목(45학점)을 이수하면 되기 때문에, 기독교 전문 사역자로 사역을 준비하는 평신도 리더에게 적합한 학위이다.

미드웨스턴 아시아부 박성진 학장은 10년전인 2014년, 학장으로 부임할 때 ‘평신도 사역자 교육’을 타겟으로 삼았다며, ‘목회자 양성’보다는 ‘평신도 사역자’를 기르는 쪽으로 신학의 패러다임을 전환 함으로써 신학교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진 학장
(Photo : 기독일보 ) 미드웨스턴 신학대학원 아시아부 박성진 학장

지난 9월 7일 박성진 학장이 LA를 방문했다. 얼마전 동남아 및 아프리카 지역의 신학교를 방문하고 돌아온 그의 얼굴엔 홍조가 올라와 있었다. 그는 동남아와 아프리카 지역의 신학교들이 그에게 자문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곳 선교지들의 신학교와 선교 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

선교의 패러다임 깨지 않으면 선교는 무의미
Church Planting을 멈추고 신학교 사역으로 우회

“선교지에서 한국 분들이 많이 하는 사역이 신학교 사역이다. 고신에서는 교회 개척을 멈추고 신학교 사역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교회 개척은 현지인을 대상으로 사역하기 때문에 그들 언어에 능숙해야 하고, 현지인을 세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교회를 개척하는 데에는 너무 힘이 들기 때문에 현지 목회자를 양성하는 신학교 사역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다. 선교사 분들이 직접 가르치는 경우가 많은데 현지어가 능숙하지 않은 경우, 우리나라의 유년 주일학교보다는 수준이 높고, 성인 주일학교보다는 수준이 조금 떨어지는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대부분 무인가 신학교이다 보니 질적으로 떨어지게 되고, 목사안수를 받으면, 제대로 배우지 못했으니, 제대로 된 말씀을 가르칠 수도 없다.”

“현대 선교가 시작된 이후 70년간 지속되어 온 패러다임을 깨지 않으면, 선교지에서의 선교가 무의미해진다. 이 과거의 패러다임을 깨기 위해서 4차 산업의 기술들을 사용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언어 장벽을 뛰어넘는 시도를 통해 현지인들이 좀 더 수준 높은 교육을 자국어로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박성진 학장은 신학교를 설립하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며, 신학교를 세우기 위해서는 5개 영역(구약학, 신약학, 조직신학, 교회 역사, 실천 신학)에서 가르칠 수 있는 교수들가 필요하고, AI기술을 활용해 현지인들이 현지인을 가르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빨리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성진 학장은
(Photo : 기독일보) 박성진 미드웨스턴 아시아부 학장. 

AI 번역 통해 50권의 텍스트 북, 6개월이면 번역 가능

그는 현지인 신학교육의 가장 큰 장애물로 ‘자국어 교재의 부재’를 꼽았다. 그러면서 이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4차 산업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장애물은 그 사람들이 제대로 공부할 수 있는 교과서가 공급되지 않는 것이다. 배우고 싶어도 주로 듣는 강의에 익숙해 있지 스스로 책을 읽고 과제를 한다든지 토론에 참여하는 수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AI 번역 기술이 굉장히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제대로 감수할 수 있는 사람만 있다면, 3,4일이면 책 한 권을 번역할 수 있다. 저희 학교가 그랜트를 받아서 AI를 통한 번역 프로젝트를 시행했는데 50권의 텍스트북을 번역하는데 6개월이면 충분하다. 저작권이나, 법적인 부분은 해결되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10-15개 공용어로 번역하는 작업들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캄보디아어나, 베트남어 같은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은 한계점이 노출되고 있다.”

“선교회들이 협력 사업을 한다면, 4차 산업의 기술들을 활용해 번역의 질이 점차 올라갈 것이고, 이 기술을 통해 최소한 5백 여권의 책이 번역이 될 수 있다면, 신학교육이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자국민들을 활용한 선교 교육이 새롭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선교는 계속 뒤쳐진다. 자국민을 제대로 신학교육을 시켜서 자립할 수 있는 형태로 가야 한다. 2000년대 중반에서 2010년이 1세대 선교사님들이 은퇴할 시기였다. 지금 20년 정도가 지났지만 리더십 이양에 대해 누구도 제대로 훈련시킨 적이 없다보니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 처음부터 현지인을 양육하고, 신학교에서 그들이 가르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처음부터 신학교육의 질적인 수준을 높여서 가지 않으면 악순환만 계속될 뿐이다.”

미드웨스턴
(Photo : https://www.mbts.edu/) 미드웨스턴침례신학대학원

4차 산업 기술, 선교의 강력한 도구로 활용

“100권의 텍스트북을 그 나라 언어로 번역해서 감수를 거쳐서 마치는 데는 1억 정도면 충분하다. 선교단체들이 연합해서 이 프로젝트를 시행한다면 언어적 장벽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4차 산업의 혁명을 기독교계가 더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제대로 자료가 공급되고, AI를 제대로 학습시키면, 파워풀한 기술을 선교지를 위해 잘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선교사들이 이런 신기술에 대한 부분이 늦다.”

- 전반적으로 신학대 학생 수가 줄고 있다. 미드웨스턴은 어떤가?

한국과 북미 신학대들은 입학생 수가 눈에 띠게 감소하면서 위기를 겪고, 통폐합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014년 그가 미드웨스턴에 아시아부 학장으로 부임할 당시 한국 학생수는 200명 정도였으나, 10년이 지난 지금 720명으로 늘었다. 미드웨스턴은 이 신학교 입학생 수 감소라는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미드웨스턴은 지속적으로 학생수가 증가해 왔다며, 그것을 가능하게 한 요인으로, ‘평신도 사역자 교육’을 꼽았다.

미드웨스턴
(Photo : https://www.mbts.edu/) 미드웨스턴침례신학대학원

“중요한 것은 신학교가 어떤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전 패러다임을 갖고는 성장할 수 없다. 기존 패러다임을 깨고 나가야 한다. 석사과정이 제가 처음 시작했을 때는 30명 밖에 안 되었다. 제가 타겟을 삼은 것은, 평신도 사역자를 교육하는 것이었다. 신학교에 가는 것을, ‘목회자가 되어야지’라는 이런 생각을 갖고 올 필요가 없다. 신실한 평신도분들을 신학교 교육에 맡기면 이분들이 자기 직업을 유지하면서 주일에는 사역할 수 있다. 저는 그것이 ‘평신도 신학’이라고 생각한다. 교회 안에 교역자가 많지 않아도 평신도를 양육해 놓으면 목사님과 오랫동안 동역할 수 있고, 그분들은 교회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많은 장점이 있다.”

“선교단체 가운데서 훈련을 받고 선교지 국립대학 교수로 파송되어서 현지 학생들을 가르치는 분들이 계신데, 5~6년이 지나면 바닥이 드러난다. 그런데 자기 사역지를 떠날 수 없으니 그런분들이 온라인으로 공부할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저희 학교로 오신다. 저희는 처음부터 타겟을 그렇게 잡았다. 저희는 자기 직업을 갖고 하는 것을 권면하고 있다. 전임 사역을 위해 준비하는 사람도 있고 전문인 사역자도 혼재되어 있다. 저희는 신학교가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인 교회의 사람들을 보내고, 교회가 함께 그들을 지원하면, 사역자 부족 문제는 해소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신학교의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각 교회의 성실하게 사역하는 평신도들을 보내서 함께 할 사역자를 더 구한다’, 이런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저희에게 사람을 보내주면, 저희가 그 교회에서 사역을 잘 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겠다.”

프로젝트 기반 학습

박성진 교수는 미드웨스턴은 프로젝트 기반 학습(Project-Based Learning)으로 수업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수업 방법이 교수님들이 가르치는 것도 있지만 프로젝트 베이스드 러닝(Project-Based Learning)이라고 해서 처음 수업에 들어가면 그룹을 나눈다. 그 그룹이 한 학기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다. 토론 위주로 진행되는데 교과서를 읽고 충분히 이해하지 않으면 토론에 참여할 수 없다. 학생들이 스스로 연구하고, 참고도서도 찾고, 각자의 의견을 올리고, 다른 학생들이 쓴 글에 대해 논의한다. 본인의 연구와 토론 기여도, 이런 것이 다 학생들의 평점에 들어가게 된다. 처음에는 이 방식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만 한번 익숙해지면 학생들에게 자극을 준다. 맨 마지막 프로젝트를 보면 정말 실력이 많이 향상되어 있다. 학기가 끝나면 정말 많이 배우게 된다. 세계 각 지역에서 들어오니, 각기 다른 관점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의 프로젝트를 위해서 협력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게 된다.”

“‘신학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연구 방법론을 스스로 터득하는 것이다. 이것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교수님이 강의한대로, ‘이게 다구나’ 라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교수님도 그 한 영역의 전문가이고, 전문가라고 다 아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 스스로 자기의 한계와 교수님의 한계를 발견하면서, 자기가 연구할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국 신학적 수준 미국에 뒤지지 않아

“자국의 언어로 100% 공부한다. 한국부는 100% 한국어로 수업한다. 한국 교계의 신학수준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고 신약쪽은 세계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교수들도 많아졌기 때문에 더이상 미국부에 의존할 필요가 없다. 미국 사람들은 자기들이 더 우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이것은 선교적인 생각은 아니다. 미국의 학생들도, 선교지에 가서 자기가 가르친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들의 문화를 먼저 배우겠다고 대답하는 학생은 거의 보지 못했다. 이것은 결국 신학뿐 아니라, 자기들의 세계관과 자기 문명에 대한 우월감으로까지 연결된다. 선교사는 가르치러 가기 전에 그 문화와 언어에 대해 배우러 가야 하고, 그 사람들을 어떻게 섬길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