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 인식 카메라의 위력이 이런 것일까? 최근 '중국에서는 얼굴을 카메라에 대면 가게에서 현금이나 카드대신해서 결제가 된다'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중국 공안들의 집요한 단속은 갑자기 하는 것이 아닌 우리들을 이미 알고 계속 추적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첫날 공항에서 카메라에 얼굴을 찍어 놓은 것이 다 중앙서버에 입력되었기에 어느 곳에서든지 촬영되는 필자와 우리 일행들의 얼굴로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가 다 추적이 되고 확인된다는 사실에 정말 소름이 끼쳤다.
그렇다면, 만약에 우리 동족들이 살기 위하여 목숨을 걸고 두만강을 넘어 가슴 졸이며 중국에 와 길을 걸어 다니다 CCTV나 공성능카메라에 얼굴이 찍히거나 감지가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바로 등록되지 않은 얼굴이라 판명이 되는 순간 그 즉시 '우리 동족들을 뒤좇아 검문검색을 하여 체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과 같은 경악스러움과 염려를 입은 처절함이 밀려왔다.
단지 먹을 것이 없어서 죽지 않기 위하여 살겠다고 양식과 자유를 찾아온 이웃에게 과연 '중국 조선족 애국시인 윤동주 생가'라고 한 일과는 너무나 표리부동이며, 이것이 그들이 우리에게서 훔쳐간 자유의 가치에 대응할 도리인가!
이렇게 감시 카메라들로 둘레를 친 두만강을 뒤로하고 다음 장소로 가는 데, 10여 년 전 그 추운 겨울의 강을 간신히 건너와 은신하고 있던 일가족들을 만났던 일이 생각났다.
일가족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추운 강물의 냉기가 온몸을 적셔 오돌오돌 떨다가 자그만 불빛이 켜져 있던 집으로 가서 조심스럽게 도움을 요청했다. 마침 그 집의 주인인 중국 할아버지가 강을 건너온 북한 주민임을 한눈에 알아보고는 친절하게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쉘터(비밀보호처)를 알려주었기에 그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분들을 돌보는 사역은 정말 큰 일인데 그 어려움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고, 특별히 이 일을 감당하는 현지 중국동포 비밀사역자들의 고생과 수고는 지면으로 다 설명하기가 어렵다.
아무튼 그분들의 헌신과 희생으로 일가족들의 안전을 유지하고, 우리들의 만나 도움을 얻기까지 매우 조심스럽고 긴밀하게 움직여야 했었다. 이것은 마치 가나안 정복을 위해 여호수아와 갈렙 등이 그 땅에 들어가 비밀리에 정탐함과 라합을 구했던 신속한 구출작전과도 같았다.
그들은 처음부터 필자가 묻는 질문이나 건네는 말에는 일체 답변을 하지 않았다. 나중에 이유를 물었더니 나를 중국 공안이나 북의 스파이로 여겼다고 했다. 이 말에 (내 용모를 생각하면) 약간은 의아해했었지만 그분들이 살아왔던 그곳의 상황이 얼마나 감시와 통제가 심했으면 그렇게까지 판단하고 생각했겠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처음 의아하게 생각했던 마음이 왠지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까지 들었다.
안타까움은 그들이 여전히 '둘이 대화를 해도 진실을 말할 수 없다'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이고, 죄송한 마음은 이렇게 살도록 여전히 관심 없고 내버려 둔 우리들의 무관심과 분단의 원인이 되었던 영적배교 - 신사참배의 철저한 회개함이 없다는 것이다.(마침 9월 9일이 신사참배한 지 86년 됨).
그 일가족들은 일 년 동안 중국 땅에서 거처를 옮겨 가면서 이동하여 마침내 이듬 해 온 가족이 무사히 3국을 통해서 서울에 잘 정착하였다는 소식을 우리 현지 동포 선교사를 통해서 연락을 받았다.
"목사님, 이제 그분들을 만나셔도 됩니다" 여러 후원자님들과 기도해 주신 분들의 협력을 주님께서 응답해 주신 열매였다. 서울의 한 18평 임대아파트에서 반갑게 가족들을 만나서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는데 처음에 중국에서 만났을 때 그 긴장되고 얼어붙었던 표정들은 온데간데없이 그들의 입가에는 자유가 준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 미소를 보았을 때 나의 배 깊은 곳에서 솟아나는 형용 못할 기쁨이 감시카메라와 검문검색으로 상했던 내 마음을 일순간에 날려버리는 듯했다.
주님, 수많은 감시카메라가 두만강을 진 치고 있어도 전쟁의 능하신 하나님의 모략과 지혜로 우리 동족들을 피할 길을 주셔서 모두 구원케 하소서! 다음 날 백두산 등반을 향해 달려가는 버스 안에서 현재(서울 정착 10년 후) 서울의 S대학교 장학생이 된 형과 자기가 원하는 대학을 합격하고자 재수하는 동생의 얼굴이 떠올리며 주님을 찬양하였다.
<다음 호에 계속>
기드온동족선교 대표 박상원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