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항소법원이 동성 연애에 반대하는 성경격 입장을 이유로 기독교 대학의 연방 기금을 박탈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제9순회 연방 항소법원 3인 재판부는 지난주 ‘헌터 대 교육부’(Hunter et al. v. Department of Education, et al.) 사건에서 타이틀 IX 연방 민권법에 따라 만장일치로 기독교 학술 기관의 종교적 면제를 유지하기로 판결했다.
남은 쟁점은 항소법원이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성소수자 학생들이 기독교 대학을 상대로 낸 소송을 부활시킬지 여부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임명한 밀란 D. 스미스 주니어 순회 법원 판사는 판결문에서 “미 대법원과 우리 법원은 국교금지조항(Establishment Clause)과 일치한다고 반복적으로 인정해 온, 종교에 대한 정부의 백년 넘는 지속적인 관행이 있다”고 밝혔다.
스미스 판사는 “학교가 (종교적) 면제를 주장할 때, 교육부는 해당 학교가 종교 단체의 통제를 받는지와 타이틀 IX가 그 단체의 종교적 신념과 충돌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며 “이러한 겉으로 드러난 중립적인 종교적 면제가 국교금지조항을 위반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밝혔다.
200여 개의 기독교 학술 기관이 속한 ‘기독교대학협의회’(Council for Christian Colleges & Universities, CCCU)는 항소법원 판결을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단체는 ”수세기 동안 확립된 법을 따른 법원의 결정에 감사드린다. 이 사건은 철저히 검토되었으며, 미국 항소법원이 현명한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반면, 기독교 학교와 교육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종교적 면제 책임 프로젝트’(Religious Exemption Accountability Project, REAP)는 즉각 항소할 뜻을 밝혔다.
이 단체는 “이번 판결에서 알 수 있듯이, 법원만으로는 종교 학교에 다니는 LGBTQIA+ 학생들의 권리와 복지를 보호할 수 없다”며 “이들이 겪는 피해를 폭로하고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모든 가능한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가 기대했던 결과는 아니지만 포기하지 않겠다. 이러한 시기일수록 이번 판결로 피해를 입은 자들에게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REAP는 2021년 3월, 20개 이상의 종교 대학에서 차별을 받았다고 믿는 30명 이상의 성소수자 재학생 및 졸업생을 대신해 소송을 제기했다. 주요 원고인 밥 존스 대학교(Bob Jones University) 졸업생 엘리자베스 헌터는 학교 관계자가 성적 지향을 이유로 자신을 괴롭혔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또한 동성 연애 관계를 금지하는 행동 규칙이 담긴 학생 수칙에 문제를 제기하며, 학교가 자신에게 “무섭고 가혹한 환경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소송 대상에 오른 학교로는 베일러 대학교(Baylor University), 시더빌 대학교(Cedarville University), 리버티 대학교(Liberty University), 오랄 로버츠 대학교(Oral Roberts University), 아주사 퍼시픽 대학교(Azusa Pacific University), 리젠트 대학교 법대(Regent University School of Law), 조지 폭스 대학교(George Fox University), 브리검 영 대학교(Brigham Young University) 등이 있다.
2023년 1월, 빌 클린턴 대통령이 임명한 앤 에이켄 오리건 연방지법 판사는 원고측이 수십 년 전 의회가 타이틀 IX에 부여한 종교적 면제가 차별적이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했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에이켄 판사는 “원고측은 종교적 면제를 제정한 이들의 차별적 동기에 대한 주장을 제출하지 않았다. 오히려 원고들은 의회가 타이틀 IX를 제정할 때 성적 및 성별 소수자에 대한 보호나 차별이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썼다.
그는 “원고측은 법원이 의회가 종교적 면제를 제정할 때 차별적 목적이 있었는지를 평가할 수 있도록, 위에 나열된 요소들에 대한 증거나 주장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