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기념일 첫 제정
자유 향한 용기 경의, 탈북민
행복이 통일 앞당길 것 강조
정착·역량·화합, 3가지 약속
'제1회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의 날 기념식'이 7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 대통령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탈북민의 날'이 7월 14일로 제정된 것은, 27년 전인 1997년 7월 14일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 시행해 탈북민들이 공식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으로 보호받으며 자유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북한이탈주민의 날'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16일 국무회의에서 탈북민들을 따뜻하게 포용하고 성공적인 정착을 격려하기 위해 제정을 약속했고, 올해 곧바로 시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가족동반 1호 탈북민, 탈북민 청년·문화예술인·정부 자문위원을 비롯해 탈북민 멘티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멘토, 탈북민 청소년 대안학교 관계자, 국회의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정부에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대통령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안보1차장, 전광삼 시민사회수석 등이 참석했다.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 날 행사 모습. ⓒ대통령실
개식 선언 후 유공자 포상에서는 탈북민 지원 공로로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에 국민훈장 동백장, 북한 주민들을 돕다 북한에 억류됐던 임현수 캐나다 큰빛교회 원로목사(글로벌연합선교훈련원 이사장)에 국민포장, 마순희 학마을 자조모임 대표와 남북 주민으로 구성된 위드봉사단에 대통령 표창을 각각 수여했다.
기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탈북민의 날' 제정의 의미를 새기며, 고난의 탈북 여정을 거쳐 하루하루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있는 3만 4천 명의 탈북민들에게 경의와 격려를 표하고, 탈북민 정착 지원에 헌신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무엇보다 "정권에 의해 고통받는 북한 동포들을 결코 외면하지 않겠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 정권은 폭정과 굶주림의 굴레에 주민들을 가둬 놓고 있다"며 "정부는 자유를 향한 여러분의 발걸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천명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주민들은 대한민국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므로, 대한민국을 찾는 북한 동포를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단 한 분도 돌려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을 탈출해 해외에 계신 동포들도 강제로 북송되지 않도록,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하겠다. 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탈북민 여러분 모두가 자유를 향한 숭고한 여정의 생생한 증인들"이라며 "여러분이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가 인간의 운명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 주셨다"고 말했다.
▲기념사를 전하는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하지만 북한을 벗어나 자유를 찾는 길은 여전히 멀고 험난하다. 많은 동포들께서 탈북을 시도하다 안타깝게 목숨을 잃고 있다. 북한으로 다시 끌려가 반역자로 몰려 갖은 고초를 겪는 일도 허다하다"며 "북한 정권은 탈북을 막기 위해 국경 지역에 장벽과 전기 철조망을 치고, 심지어 지뢰까지 매설하고 있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절규를 가로막는 반인륜적 행태"라고 개탄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탈북 과정에서 희생되신 분들의 고통을 결코 잊지 않겠다"며 "북한을 탈출하신 동포들께서 무사히 대한민국의 품에 안길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정부 차원의 첫 '북한인권 보고서'를 공개 발간했고,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 대한민국의 중요한 토대이며 탈북민 포용은 그 첫걸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대한민국이 탈북민들을 위한 희망의 보금자리가 될 수 있도록 '정착, 역량, 화합' 등 3가지를 약속했다.
먼저 "탈북민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국가의 종합 보호와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며 2005년 수준에 머물러 있는 초기 정착지원금을 대폭 개선하고, '미래행복통장'을 통한 자산 형성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챌린저스 청소년 야구단 방미 출정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특히 탈북민 4분의 3을 차지하는 여성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아이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북한 출생 자녀뿐 아니라 제3국이나 국내 출생 자녀들을 위한 양육과 교육 지원도 제도화해 나가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더욱 긴밀하게 협력해 의료·복지·상담 등 모든 분야에서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탈북민 '역량' 강화 지원에 대해 "성공적으로 대한민국에 정착하는 탈북민들이 늘고 있지만, 많은 탈북민들의 전반적 고용 상황이 매우 열악하다"며 "든든한 일자리는 자아 실현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므로,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이 솔선수범해 탈북민들의 채용을 확대하고, 민간에서도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탈북민 고용 기업에 대해 세액공제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북한에 모두 살아본 탈북민 여러분의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통일의 자산"이라며 "정부는 탈북민들께서 대한민국 통일정책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 통로를 확장하겠다"고도 했다.
끝으로 '화합'에 대해 "우리 모두가 하나 되는 화합의 미래를 열어갈 것이다. 탈북민들이 차별받지 않고 자유와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자신이 의장으로 있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맞춤형 멘토링 사업을 소개하고, 먼저 온 탈북민들이 나중에 온 탈북민을 보살피면서 '탈북민 자립공동체'가 형성되도록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각자의 주거환경과 적성에 맞는 맞춤형 멘토링을 펼쳐, 탈북민 여러분을 우리 사회의 진정한 가족으로 따뜻하게 보듬겠다"며 "그 과정에서 탈북민 여러분이 우리 사회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 안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탈북민들께서 지역 공동체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실 수 있도록, 지역사회 실정을 가장 잘 아는 지방정부와 민주평통 지역협의회, 이북5도위원회, 지역 기업과 사회단체들이 많은 기회를 만들어 달라. 정부도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당부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챌린저스 야구단 탈북민 청소년들과 셀카 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끝으로 "탈북민 여러분과 대한민국이 하나 되고 '사람과 사람의 통일'이 이루어질 때, 진정한 자유통일이 시작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인 탈북민 여러분이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가,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말해주는 것"이라며 "오늘 첫 탈북민의 날이 우리 모두의 '자유의 날, 통일의 날'을 앞당길 것이라 확신한다. 통일 대한민국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지 말고 모두 힘차게 나가자"고 전했다.
기념사 이후에는 탈북민이 들려주는 꿈 이야기 '꿈을 꾼다', 탈북민의 통일 다짐 '통일을 그리다', 남한 청소년과 탈북민 청소년들의 합창 공연 등이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기념식 후 같은 장소에서 탈북민 청소년 야구단인 '챌린저스'의 미국 방문(7월 18-29일) 출정식에 참석해, 이들의 성공적 방미활동을 기원하고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입국 후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야구를 통해 도전과 희망을 배우고 있는 '챌린저스' 청소년들과 한 명씩 인사하고, 자유와 통일 대한민국의 국가대표 꿈나무로서 야구 본고장인 미국으로의 출정을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