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야기도 중 무슬림들의 기습을 받았으나 목숨을 건진 탄자니아 기독교인이, 수백 명의 마을 주민들을 이끄는 목회자가 된 사연을 한국순교자의소리(한국VOM)가 최근 소개했다.
"하나, 둘, 셋... " 테미스토크레스 음가보나(Temistocres Ngabona)는 자신의 다리에 깊게 남은 흉터를 세기 시작했다.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이어서 오른팔과 절단된 엄지손가락과 으스러진 손가락들을 가리켰다. 목숨을 잃을 뻔했던 공격에 대해 이야기하던 그는 아홉 번째 흉터를 가리키며 감정에 북받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테미스토크레스가 교회에서 철야기도를 하다가 정글용 칼로 공격받았을 때 다리에 생긴 흉터. ⓒ한국VOM 제공 |
한국VOM 현숙 폴리(Hyun Sook Foley) 대표에 따르면, 명목상의 기독교인이던 테미스토크레스는 2011년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혼합된 탄자니아 북부의 한 마을에서 명목상의 무슬림인 데보라(Deborah)와 결혼했다. 이 부부가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목회자가 집으로 찾아와 다음 주일 자신의 교회를 방문하도록 초청했고, 이들은 동의했다.
그 다음 주일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으나 테미스토크레스는 아내에게 "그 목회자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고 예배에 참석했다. 예배를 드리는 동안 하나님께서 부부의 마음을 만져주셨고, 남편과 아내 모두 예수 그리스도를 온전히 따르는 제자가 됐다.
몇 년 후, 주일예배에 참석한 테미스토크레스는 기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설교를 들었다. 죄책감을 느낀 테미스토크레스는 즉각 순종하기로 했고, 마침내 6개월간 매일 교회에서 철야 기도를 하기로 결단했다고. 폴리 현숙 대표는 "테미스토크레스는 다른 교인들과 함께 밤 9시나 10시에 교회에 모여 기도회 예배를 드렸고, 예배가 끝나면 소수의 사람들이 남아 교대로 잠을 자고 기도했다. 그러나 그 교회에서 2km도 떨어지지 않은 이슬람 사원에서 그 교회의 기도회를 주시하고 있었다. 기독교인이 다수인 탄자니아에서는 공개적으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지만, 테미스토크레스의 마을은 우간다 국경과 가깝기 때문에 그 지역의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때로 현지 이슬람 사원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탄자니아 신자들 중에서도 특별히 이슬람에서 개종한 사람들은 때로 그런 지역에서 핍박을 당하기도 한다. 기독교인들의 가정과 교회가 공격을 당하기도 하고, 가족 구성원들로부터 심한 압력을 받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설명했다.
테미스토크레스는 한국 VOM과의 인터뷰에서 "어느 날 이슬람 사원에서 집회가 열리고 있을 때, 벌떼가 사원에 가득 들어와 온통 윙윙거리는 바람에 예배가 중단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부 무슬림은 "교회에서 철야로 기도하던 기독교인들이 이슬람 사원을 저주했기 때문에 벌떼의 침입을 받게 된 것"이라고 비난했고, 결국 매일 밤 철야 기도회를 갖는 기독교인들에 대한 무슬림 공동체의 분노가 폭력 사태로 번졌다.
2014년 10월 13일, 테미스토크레스는 이슬람에서 개종한 새 신자 디오니즈(Dioniz)와 함께 교회에서 철야기도를 하고 있었다. 현숙 폴리 대표는 "디오니즈가 기도하고 있는 동안, 잠깐 눈을 붙이고 있던 테미스토크레스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누군가와 싸우고 있던 테미스토크레스는 자신의 얼굴 앞에서 빛이 번쩍이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테미스토크레스는 그 악몽이 현실이라는 것을 곧 깨달았다. 특수부대 요원처럼 플래시(flashlight)를 이마에 착용한 남자가 테미스토크레스의 머리를 향해 큰 정글용 칼을 휘두르고 있었다. 철야기도를 하는 기독교인을 공격하기 위해 이슬람 사원에서 한 무리의 남자들이 교회를 찾아온 것이었다.
플래시 불빛이 눈 앞에서 번쩍거리고 공격자가 정글용 칼을 난폭하게 휘두르는 가운데 테미스토크레스는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애썼다. 그는 "팔로 칼날을 막다가 베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밝은 플래시 불빛에 잠에서 깬 그는 공격자들 중에 아는 얼굴이 많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그때 어떤 음성이 들렸다. '돌을 집어!'라는 음성이었다. 그래서 돌 한 개를 찾아 던졌다"고 했다. 돌은 공격자의 이마를 강타했고 공격자는 풀썩 쓰러졌다.
테미스토크레스도 쓰러져 다시 일어날 수 없었다. 테미스토크레스는 자신이 왼쪽 다리가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발목 바로 윗부분이 거의 절단된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다. 공격자들이 도주하기 전, 또 다른 남성이 큰 칼로 세 번 더 테미스토크레스를 공격했다.
테미스토크레스는 "친구 디오니즈가 살아있는 것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그때였다. 공격자들이 디오니즈의 머리를 가격했고, 그는 어둠 속에서 탈출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러나 디오니스는 벽에 부딪힌 뒤 교회 앞 근처에서 쓰러져 숨졌다"고 했다.
그는 "공격자들이 다시 돌아올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절반은 기고 절반은 미끄러지면서 사력을 다해 교회 밖으로 나왔다. 마당을 가로지르고 들판을 지나, 누군가에게 발견되기를 바라면서 큰 길로 나갔다. 그렇게 죽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하나님, 용서해주세요! 제가 하나님께 잘못한 일이 있으면 용서해 주시고 이제 제 영혼을 받아주세요'라고 부르짖었다"고 전했다.
이어 새벽 2시 30분경, 한 여성이 자신을 발견하고 물을 가져다 줬고, 당국에 신고해 결국 병원으로 데려갔다고. 테미스토크레스의 아내 데보라는 그날 아침, 남편이 중상을 입었고 디오니즈가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병원에 도착한 데보라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남편과 눈이 마주쳤을 때, 나는 울음이 터졌고 남편도 울기 시작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데보라는 아주 잠깐 남편을 볼 수 있었고, 의사는 그의 상태에 관하여 자세히 말해 주지 않았다. 그러나 데보라는 남편의 병실을 떠날 때 "두려워 말라. 내가 함께 하느니라"는 음성을 들었다고.
나중에 경찰은 테미스토크레스가 얼굴을 알아본 공격자 중 한 명을 체포했고, 피 묻은 옷을 증거물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숙 폴리 대표는 "그 용의자가 체포된 직후, 알지 못하는 낯선 이들이 테미스토크레스를 위해 음식과 음료를 병원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낯선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이 가져온 주스를 남편에게 주려는 순간, 데보라는 성령께서 그 주스를 남편에게 주지 말라고 만류하시는 것을 느꼈다. 누가 주스를 가져왔는지 데보라가 낯선 사람들에게 묻자, 한 남자가 병실 밖으로 뛰어나갔다. 데보라는 그 남자가 남편을 공격한 사람들 가운데 한 명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나중에 경찰은 주스 병에 독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데보라가 순교자의소리에 전한 바에 따르면, 나중에 누군가가 그녀에게 돈을 주겠다고 제안했으나, 데보라는 그것이 기소를 취하해 달라는 뇌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거절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상한 음식을 데보라에게 갖다 주기도 했다.
현숙 폴리 대표에 따르면, 폭행과 살인 혐의로 체포되었던 용의자가 알 수 없는 이유로 풀려났고, 테미스토크레스도 자신을 공격했던 사람들을 시내에서 목격했다고. 그러나 그는 그들을 은혜로 대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그들은 용서받았다. 예수님이 '아버지 저들을 용서하여 주옵소서 저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을 알지 못하나이다' 말씀하신 것처럼, 나도 그 사람들이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 못하고 행동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공격 소식을 들은 뒤, 순교자의소리 현장 사역자가 병원에 있는 테미스토크레스를 방문했다. 순교자의소리는 10번의 수술과 다양한 감염 치료와 수개월간 재활을 포함한 테미스토크레스의 의료 비용을 지원했다. 현장 사역자는 "그가 아직도 살아있다는 것은 기적"이라고 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테미스토크레스는 입원할 때부터 생명을 지켜주신 하나님께 어떻게 감사드릴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고, 결국 테미스토크레스 부부는 자신들의 땅을 교회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교회 성도들은 그 소식을 대해 듣고 눈물을 흘렸으나 테미스토크레스의 가족들은 그렇게 심각하게 부상을 당한 테미스토크레스가 자신의 가장 귀한 재산을 포기하려는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는 "아버지는 '네가 그 땅을 목사에게 바쳤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목사님께 드린 것이 아니라 주님께 드린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했다.
테미스토크레스와 데보라는 마을에서 계속 공격자들을 보았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기로 결정했다. 순교자의소리 현지 사역자는 테미스토크레스가 소규모 양계장을 시작하도록 도움을 주었다.
▲테미스토크레스와 데보라는 주님께 감사드리기 위해, 순교자의소리에서 지원해준 사업 이익금으로 땅을 사고 교회를 세웠다. ⓒ한국VOM 제공 |
현숙 폴리 대표는 "양계장 사업은 잘 됐고, 이 부부는 사업 수익금으로 토지를 매입하고 그 부지에 교회 건물을 지었다. 현재 그 교회에는 성인 71명과 어린이 150명이 정기적으로 출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회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은 "테미스토크레스는 우리의 참된 목회자이다. 교회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그분의 사랑과 마음 때문이다. 우리는 그분을 사랑하고, 그분도 우리를 사랑한다"고 했다.
테미스토크레스는 교회 사역 외에 무슬림 사역을 위한 훈련을 추가로 받기를 소망하고 있다. 현숙 폴리 대표는 "테미스토크레스는 몇 년 전 목사님이 처음 그의 집을 방문했을 때 목사님께 받았던 것과 같은 사랑을 무슬림에게 보여주기를 소망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예배에서 그는 강단에서 눈물을 흘리며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그는 스와힐리어로 "아산테 예수"라고 했다. "예수님, 감사합니다"는 뜻이었다.
▲테미스토크레스와 데보라 부부 및 세 딸. ⓒ한국 VOM 제공 |
한국 VOM은 전 세계 핍박받는 성도들과 전에 핍박받은 적이 있는 성도들이 직접 보내준 기도 제목을 매주 웹사이트에 게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