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하나님 나라 가치' 맞는 이들 뽑혔으면
무인가 신학교·무자격 목회자, 질 추락의 원인
교회 분립, 더 많이 못한 것 개인적으로 후회
성경·예수님 사랑한 목회자로 기억되길 원해
-목사님께서 목회하실 때와 은퇴하신 지금, 한국교회 상황이 많이 달라졌음을 느끼시나요?
"제가 목회할 때보다 지금이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저는 한국교회 부흥의 마지막 무렵에서 그 혜택을 받았던 사람입니다. 교인들은 부흥을 사모했고, 설교를 하면 그것을 들으려 몰려오곤 했습니다. 또 말씀을 던지면 마치 목마른 사슴처럼 그것을 가슴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제가 목회를 할 때까지만 해도 그런 모습들이 좀 남아 있었죠.
그런데 요즘은 그것을 보기 힘듭니다. 유명한 몇몇 강사들을 중심으로 반짝하는 빛은 있지만, 한국교회 전체가 무겁게 가라앉은 느낌입니다. 한국 사회를 끌고 나갈 수 있는 견인력도 상실한 것 같습니다. 그런 답답함이 있습니다. 목회자들은 이런 현실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보입니다. 참 안 됐고, 불쌍해요. 연민을 많이 느낍니다.
아마 그래서 애즈베리 부흥 같은 작은 불꽃에도 크게 관심을 보였던 것이 아니었을까요. 교회사에서 보면, 교회가 침체됐을 때 하나의 부흥이 터지면 교회가 다시 일어나곤 했습니다. 안 믿는 사람들도 회개하고 교회로 돌아오고, 숫자적 부흥도 일어나고, 교회가 사회에 다시 영향을 끼치게 되고 그랬습니다. 그런 갈망을 갖고 애즈베리 부흥을 지켜봤던 것 같아요."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거가 예정돼 있습니다. 어떤 지도자들이 선출되길 바라시나요?
"하나님 나라의 가치가 실현되는 일에 도움이 되는 지도자들이 선출됐으면 합니다. 하나님 나라의 가치는 크게 4가지로 볼 수 있는데 자유, 정의, 평화, 기쁨입니다. 이 4가지 가치가 증진되는 일에 기여할 수 있는 지도자가 선출되어야 할 것입니다. 좀 더 현실적으로 말하면, 자유민주주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지도자들이 선출되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왜 자유민주주의인가요?
"물론 자유민주주의보다 중요한 건 하나님 나라입니다. 그런데 하나님 나라의 네 가지 가치를 실현하는 일에 있어, 그래도 제일 가까운 정치적 시스템이 현재로선 자유민주주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걸 보수냐 진보냐로 나누는 것은 편협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실현하는 일에 보수가 앞장설 수도, 진보가 앞장설 수도 있으니까요. 결국 중요한 것은 하나님 나라의 가치입니다. 그것에 맞느냐 안 맞느냐 하는 것이죠. 교회가 일방적으로 보수나 진보의 편을 드는 건 합당하지 않습니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지향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는 것 말입니다."
-한국교회 교세가 쇠퇴하고 있고, 사회적 신뢰도도 떨어졌다고들 말합니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우선 저 같은 사람의 책임입니다. 우리가 잘못했기 때문에 이런 현실을 맞이한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신학교가 정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인가 신학교 같은 것이 너무 많아서 목사가 쉽게 되는 것, 이런 것들이 목회자의 질을 굉장히 추락시켰다고 생각해요. 기독교 상담을 하시는 분께 들었는데, 목회자 사모님들과 많은 상담을 하신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모님들 가운데도 목회자인 남편에게 폭력을 경험한 분도 있다고 해요. 그래서 그 목회자가 어떤 신학적 배경을 가졌나 보니, 문제 있는 분들 대부분이 정식 신학교가 아닌 곳을 다녔다고 합니다. 정식으로 3년제 목회학석사(M.Div.) 과정을 거친 목회자들에게선 그런 사례가 거의 없었다고 해요. 무인가 신학교의 무자격 목회자 양산, 이것이 교회의 전체적 질을 추락시킨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목회 인생을 돌아보셨을 때, 혹시 가장 후회스러운 것이 있으신가요?
"제가 있던 교회의 부목사들이 나가서 세운 교회가 20곳이 넘습니다. 처음부터 교회 분립에 대한 계획을 갖고 더 많이 세웠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너무 우리 교회만 키우지 말고 분립을 더 많이 했었으면 좋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 개인적 후회가 있습니다. 또 하나는 제가 너무 바빴다는 것입니다. 제 아내와 두 아들에 대한 책임을 더 감당했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많이 후회가 됩니다."
-목사님의 남은 생애, 어떤 소망이 있으신가요?
"경기도 가평에 필그림하우스가 있습니다. 저는 주로 거기서 후배들을 양성하고 한국교회에 영향을 끼치는 사역을 하고 있습니다. 1년에 10번 정도는 그곳에서 설교와 기도 등에 대한 세미나와 집회를 합니다. 또 1년에 두 번은 선교지에서 선교사들을 돕기 위한 선교 세미나도 합니다. 제 남은 생애, 이런 사역들을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다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는 게 소망입니다."
-훗날 어떤 목회자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제가 예수님을 처음 믿게 된 건 어렸을 때 선교사님들과 성경공부를 하면서였습니다. 그 땐 단지 영어를 배우려고 그랬던 건데, 그러다가 성경이 정말 위대한 책이라는 걸 알았고, 그러면서 예수님을 믿게 됐습니다. 신학을 하기로 결심했을 때도, 성경을 다 설교해보고 하나님 앞에 섰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훗날 '성경을 사랑한 목사'로 기억되길 원합니다. 성경의 초점은 결국 예수님이니, '예수님을 사랑한 목사'로 기억된다면 정말 최고의 영광일 것 같습니다."
-끝으로 새해를 맞은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전쟁도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서 있는 자리가 이렇게 불안하고 어둡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예수님을 바라보고 우리의 힘을 넘어선 그 분의 힘을 의지하는 기도의 무릎을 다시 꿇어야 할 때입니다. 어떤 권력이나 돈에 기대지 말고, 정말 하나님만 갈망하는 한국교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또 다른 부흥을 반드시 주실 것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