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현재 한국교회 파송 선교사 수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나왔다. 한인세계선교사회(KWMF)가 내년에 열릴 선교대회를 앞두고 가진 전략회의에서 각 교단 선교 담당자들은 저마다 전 세계에 파송된 선교사 중 절반 이상이 10년 안팎으로 은퇴하게 되는 시점에서 다음 세대 선교사 확충이 매우 어려운 상황임을 토로했다.
내년 4월 24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KWMF 선교대회는 170개국 현장 선교사들과 한국교회 선교 담당자 등 모두 450여 명이 참석해 청년 선교자원 동원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 3일 고신총회회관에서 열린 전략회의도 내년 선교대회의 준비상황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그러나 이날 모임이 단순히 대회를 사전 점검하는 차원이 아니란 건 참석자들의 가라앉은 분위기가 말해주는 듯했다. 참석자들은 지금 파송된 선교사들이 은퇴하고 나면 그 자리를 채우기가 어려운 현실을 토로하며 선교현장의 위기의식으로 공유했다.
예장합신 세계선교회 총무 김충환 목사는 "2030 청년 선교사들의 선교지 파송 지원율이 최근 줄고 있다"며 "5년 뒤 이런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했다. 예장통합 해외문화선교처 총무 홍경환 목사는 "교단에서 선교를 파송한 지역의 70%가 아시아다. 선교사가 현지에 리더십을 이양해야 하는데, 현지인들의 신앙이 성숙하지 않고 후임자가 없어 은퇴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날 선교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은 지금의 선교사역을 이을 다음 세대 선교 지원자가 현저히 줄어든 현실을 타개할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것에 모아졌다. 따라서 내년 선교대회는 구체적으로 다음 세대 동원 문제를 전략적으로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교회가 선교사들의 은퇴 시기가 돌아오는 시점에서 그 자리를 채울 다음 세대 선교사를 확충하는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는 건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이룬 선교 입지가 현저히 줄어들 수 있고 고생해 일군 옥토가 황무지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선교 담당자들이 이 문제를 한국교회 선교의 성패로 인식하는 것도 그냥 해보는 엄살이 아니다.
이 문제가 단순히 선교사들의 은퇴 시기에 맞춰 후임 선교사 확충이 이뤄지지 않는 문제라면 해결방안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통합측 선교 담당자는 교단에 은퇴선교사의 은퇴 시기를 6년 연장하는 제도를 마련한 후 통계상 선교사 수가 현상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은퇴선교사의 정년을 6년이나 연장했는데도 통계상 선교사 수가 그대로라는 건 새로운 선교사들의 수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 사안을 단순히 선교사 교체 시기에 파생된 비대칭의 문제로 국한해선 해결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각 교단과 선교 전문기관들은 오래전부터 이런 과제를 풀기 위해 전문인 선교사제도를 도입하는 등 선교사 문호를 대폭 여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의료인, 비지니스 등 전문분야의 선교자원을 총동원하는 선교 방식은 이전까지 목회자 선교사를 고집하던 선교 방식에서 탈피해 선교 지평을 넓힌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부분이다.
다만 그런다고 문제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목회자가 아닌 평신도 선교사가 현지에서 전문 직종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복지 또는 사회봉사에 치중될 경우 복음 선교의 위축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각자 가진 전문성에 맞게 파송된 평신도와 목회자가 하나의 팀으로 융화돼 선교적 협력을 이뤄내는 게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전문인 선교사제도는 가능한 선교자원을 총동원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효과적인 선교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목회자 선교사 확충이 어려워 그 대안의 하나로 모색하는 건 그리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학원복음화협의회가 지난해 크리스천 대학생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14.4%가 해외 선교사를 지원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올해 한동대에서 열린 선교한국 대회도 참석자 1,400여 명 중 650명이 선교지 파송을 약속했다고 한다. 대학생들이 선교사 파송에 긍정적이란 건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지만 이들의 결심이 결단으로 이어지려면 해외 선교현장의 선교사 1인 리더십 체제에도 변화의 바람이 필수적이다.
선교 역사는 초기 예루살렘 교회에 큰 핍박이 일어나면서 그리스도인들이 사방으로 흩어진 게 계기가 됐다. 당시 핍박과 기근 등의 위기가 유대인과 이방인들에게 복음이 전해지는 선교적 패러다임의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을 놓쳐선 안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 한국교회가 당면한 선교적 위기는 그냥 위기가 아니라 선교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올 중요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내년 선교대회가 이런 당면 과제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뿐 아니라 사도행전에 기록된 사도 바울처럼 전적으로 성령의 인도하심에 의지해 선교의 전환점을 이루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