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부조화'라는 심리학적 현상이 있습니다. 자신이 옳다고 믿어왔던 사실과 상충하는 현실을 만날 때 일어나는 심리적 상태를 설명하는 말로, 사람들은 대부분 3가지 형태로 이런 부조화에 반응한다고 합니다. 하나는, 자신이 알아왔던 것이 잘못된 것임을 인정하고 과감히 그것을 수정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알았음에도 여전히 그것이 옳은 것이라고 우기는 것이고, 마지막 하나는, 자신이 알아왔던 것과 다른 현실을 만났으면서도, 자기는 여전히 옳은 것을 추구하고 있다고 사실을 왜곡하는 것입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첫번째는 회개이고, 두번째는 거짓말이며, 세번째는 자기 합리화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번 분쟁으로 인한 사망자가 지난 24일 현재, 이스라엘인 1400명, 팔레스타인인 5800명을 각각 넘어섰습니다. 저들이 이렇게 많은 인명 피해를 보면서까지 전쟁을 치르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민족 간에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아픔이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 정의를 외치며 이 전쟁을 치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의를 위해 전쟁을 치른다는 그들이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무고한 민간인들을 향해 미사일을 쏘고, 총을 쏘고, 힘없는 부녀자들을 강간하고 약탈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는 것입니다. 전쟁터는 가장 비참한 인지부조화의 현장인 것입니다.
1938년 9월 10일, 전국 27개 노회에서 온 목사 86명과 장로 85명, 그리고 선교사 22명으로 이루어진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는 신사 참배를 결의했습니다. 극렬하게 반대하던 목사들을 미리 구속하고 일제에 동조하던 목사들을 앞세워, 당시 총회장 홍택기는 '부'도 묻지 않고 날치기로 긴급 동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블레어 선교사를 비롯한 20여명의 선교사가 불법이라고 외치며 일어섰지만, 결과를 바꿀 순 없었습니다. 그 결과 28회 총회는 일왕이 있는 동쪽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여 절하는 '동방 요배'로 시작됐고, 나중에는 한강과 송도에서 일본 천조대신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는 미소기바라이가 자행됐습니다. 오직 한 분 하나님을 믿는다며 목사가 된 사람들이, 인지부조화적 세상에서 신사 참배가 국가 의식이라는 거짓을 결의했을 뿐 아니라, 살아남아서 교회를 지켜야 한다며 자기 합리화를 했던 것입니다.
본회퍼라는 신학자가 있습니다. 1906년 독일의 한 귀족 가정에서 태어나 이미 21살에 박사 학위를 취득했던 엘리트였고, 대부분의 독일교회가 히틀러에게 충성을 맹세했을 때 교회의 순결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았던 순교자였습니다. 1939년, 당시 미국에 있었던 본회퍼는 조국 교회를 지키기 위해 고난 당할 것을 알면서도 귀국을 감행했고, 결국 1945년 히틀러 암살 모의에 연루 되었다는 죄로 죽임을 당했습니다. 인지부조화적 세상에서도 믿음을 지켰던 하나님의 사람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막 15:60 이하에 보시면 유대인들에게 끌려가신 예수께서 심문을 당하시는 장면이 있습니다. 서슬이 퍼런 유대인들이 예수를 꿇어 앉힌 후, "네가 찬송 받을 이의 아들 그리스도냐?"라고 묻습니다. 그렇다고 시인하면 죽임을 당할 것이 뻔한 질문이었습니다. 예수께서 뭐라고 하십니까? "내가 그니라"고 하십니다. 죽음의 갈림길 앞에서도 예수님은 거짓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다며 자기 합리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셨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인지부조화적 세상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습니까? 자기 합리화에 급급한 삶을 살고 있지는 않습니까? 인지부조화적 세상에서도 예수님을 따라 믿음으로 승리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