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의 계절입니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이 찐다는 말인데요, 그만큼 결실의 계절이라는 뜻입니다. 지난주는 한국의 추석이었습니다. 그래서 밤하늘의 달도 한가위처럼 크고 풍성해 보였습니다.
결실이 필요한 것은 논과 밭뿐만 아니요. 우리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열매 없는 가지는 예수님도 기뻐하지 않으셨습니다. 우리 신앙에 주렁주렁 홍시 같은 신앙의 열매가 달릴 때 농부 되시는 아버지의 마음이 기쁩니다.
올봄에 저희 뒷마당에 어느 분이 주신 옥수수 씨앗을 심었습니다. 마트에도 많지만, 키우는 재미에 꽤 기대하며 물도 열심히 주었습니다. 얼마 전 추수할 때가 돼서 아이들이 옥수수를 따왔는데 어떤 것은 반만 옥수수 알이 있고, 어떤 것은 옥수수가 이빨 빠진 어린아이 이처럼 여기저기 알이 나다 말았습니다.
그래서, 따놓고도 보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기뻐서 웃은 것이 아니고, 모양새도 우스꽝스럽고, 안쓰럽기도 해서 허탈한 웃음을 지은 것이지요. 알고 보니 중간에 거름 양분을 충분히 주어야 알곡이 꽉 차게 생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직업병이라 그런지 그 듬성듬성 나다만 옥수수를 보니 우리 신앙생활이 떠올랐습니다. 우리도 말씀의 양분을 충분히 주지 않으면 저렇게 나다 만 열매처럼, 듬성듬성 이빨 빠진 어린아이의 이처럼 영혼의 구멍이 많이 날 텐데 하는 목회자로서의 걱정이었습니다.
우리 교회가 커피브레이크를 시작한 지 2년이 넘었습니다. 평신도 인도자도 세워지고, 주일 3개 반, 목요일 2개 반이 운영되었습니다. 일방적으로 말씀을 듣는 것을 넘어서, 스스로 말씀을 보고 삶에 적용할 수 있는 평신도가 되기를 소망했고, 특별히 그것을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성도님들이 된다면 얼마나 신앙생활이 더 풍성하겠냐는 목회적 관심에서 시작해서 지금까지 여러 열매를 거두고 있습니다.
10월에 이제 커브 가을 학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특히 이번에는 조금 더 쉽게 진행하려 합니다. 문제 파악하는 데 너무 시간 보내지 않고, 내 삶에 적용하는데 더 주안점을 두려 합니다. 구역원들 외에 다른 식구들과 교제할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무엇이든 지속해서 하면 효과가 있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가을에 하늘이 높으니, 말이 아닌 우리 신앙이 살을 찌는 '천고신비(天高信肥)'의 계절이 되시기를 소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