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선교단이 저희 교회에서 훼드럴웨이 사랑의 교실을 시작한지도 벌써 10년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방학 중이어서 모이지 않지만, 사랑의 교실은 토요일마다 인근의 장애우들을 대상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또 사회성도 개발시켜주는 특수 선교 프로그램입니다. 이 사역을 교인들에게 설명하면서 제가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수지 맞은 기분입니다..." 정말 그랬습니다. 세상은 장애인학교가 들어오면 집 값 떨어진다고 데모도 하지만, 저는 이 일이 수지를 맞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소외된 장애우들을 섬기는 일이, 곧 예수님을 섬기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늘이 유난히도 파랗던 어느 토요일 오후의 풍경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뒤뜰을 걷고 있던 제게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장애우들이 농구장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가까이 가서 보니, 이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아니라 '지 맘대로' 게임이었습니다. 술래를 손으로 치고 도망을 가야 하는데, 술래를 안고 까르르 웃지를 않나, 술래가 빤히 보고 있는데도 성큼성큼 걸어 다니지를 않나... 정해진 룰도 지키지 않고 말도 서로 잘 통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행복해 보였고, 연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고 있는 우리 교회 고등부 봉사자들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생각해보면 아직 어린 아이들이었습니다. 주말이면 친구들을 만나 영화도 보고, 운동도 하고, 수다도 떨고 싶은 청춘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이, 세상의 작은 자들을 위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주말 하루를 내려 놓은 것입니다. 가장 아까운 시간을 드려 작은 자들의 친구가 되기로 작정했던 것입니다.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무궁화 꽃이 피게 해주십시오! 활짝 피게 해주십시오! 밀알처럼 떨어진 봉사자들의 푸르른 삶이 마침내 저 작은 자들의 삶 가운데 생명으로 피게 해주십시오! 저들의 푸른 날들이 하나님의 손에 붙잡혀 정말 아름다운 꽃으로 피게 해주십시오...라고 기도했습니다.
우리 교회가 꼭 이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슬픈 사람이 와서 위로를 얻고, 낙심한 사람이 와서 용기를 얻고, 아무런 소망도 없이 살아가던 사람이 와서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를 꿈꾸게 되는 교회... 전혀 웃을 수 없을 것 같은 인생이, 누군가의 희생과 섬김을 통해 웃을 수 있는 그런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은사들을 모두 그렇게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인은 인생을 찰라적인 것에 비유하면서, 인생은 이슬 같다, 노을 같다, 그 찰라적인 인생이 끝나면 모두 하늘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인생을 아름다운 소풍에 비유하면서, '이 아름다운 소풍 끝내는 날, 하늘로 돌아가 참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고 노래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아름다운 인생을 살고 계십니까? 십자가를 지고 가는 우리 인생을 통해 누군가의 삶 가운데 무궁화 꽃이 활짝 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