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 길 나서는 길 / 처자를 내맡기며 / 맘놓고 갈 만한 사람 /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탔던 배 꺼지는 시간 /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 "너 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함석헌 씨가 쓴 '그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시의 일부입니다. 자기 중심적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잃어버린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는 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얼마 전 한국에 내린 폭우로 인해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난 17일 기준, 41명이 목숨을 잃고 9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그리고14명이 죽고 9명이 부상을 입은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건은 여러가지 면에서 인재에 가까운 사건으로 보여 많은 사람들의 탄식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조그만 더 생명을 귀히 여기는 마음으로 계획하고, 만들고, 대처했더라면 한 생명도 잃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제 딸을 살려주셔서..." 자신의 딸을 살려준 한 화물차 기사의 손을 잡고 생존자의 어머니는 머리를 연신 조아렸습니다. 팔에 힘이 빠져서, 자신의 딸이 이제는 손을 놓아달라고 했는데도 이 화물차 기사가 그 손을 놓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두 사람이 맞잡은 손을 생각하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놓아달라는 사람이나 놓기를 거절한 사람이나, 그 마음이 얼마나 간절했을까... 그렇지 않습니까? 하지만 절체절명의 순간, 여차하면 자신도 급류에 휘말릴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 손을 놓지 않았던 그 사람으로 인해 한 생명이 살 수 있었습니다.
한 버스 기사의 이야기는 더욱 마음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이 버스 기사는 차에 물이 차 오르는 것을 보고 승객 4-5명을 대피시켰다고 했습니다. 그 승객들과 함께 그렇게 대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다시 버스로 돌아왔습니다. 버스 안에 여전히 대피해야 할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창문을 깨뜨리다가, 그는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습니다. 함석헌 씨가 지은 시 속에서 "너 만은 제발 살아다오"라고 말하던 그 사람이 떠오르는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생명을 경시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내가 살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의 생명쯤 어찌되든 상관하지 않는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허망하게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세상 속에서도 전혀 다른 길을 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손해를 볼 줄 알면서도 그 길을 마다하지 않고, 죽을 줄 알면서도 오히려 그 길을 뛰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습니까? 너 만은 살아달라며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의 은혜로 살고 있습니까? 그렇다면,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또한 그 사람이 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참 그리스도인들의 삶인 줄 믿습니다.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