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상황이 마무리되면서, 한국과 세계 교회들은 '그리스도의 지상 대명령' 수행을 위한 새로운 목표와 방향 설정으로 분주하다. 크리스천투데이는 창간 23주년을 맞아 미국 등 주요 신학대 총장들에게 교회와 선교계의 주요 현안과 전망을 청취했다.
덴버신학교 마크 영 총장에 이어, 풀러신학교 데이비드 임마누엘 고틀리(David Emmanuel Goatley) 총장을 만났다. 고틀리 박사는 지난 1월 21일(현지시간) 미국 풀러신학교 사상 첫 흑인 총장으로 취임해, 첫 학기를 지내고 지난 6월 말 코리아센터 김창환 학장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제6대 총장인 고틀리 박사는 듀크 신학대학원(Duke Divinity School)에서 학업 및 소명 형성 부학장, 룻 W. 및 A. 모리스 윌리엄스 주니어(Ruth W. and A. Morris Williams Jr.) 신학과 기독교 사역학 연구 교수, 흑인 교회 연구소 원장 등으로 섬겼다.
켄터키주 출신인 고틀리 박사는 루이빌대학교(University of Louisville)에서 지도와 상담학 학사 학위를, 남침례신학대학원(The South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에서 목회자 돌봄과 상담 M.Div.와 박사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전미침례교회(National Baptist Convention)에서 안수를 받고 켄터키주 캠벨스빌(Campbellsville) 제일침례교회 담임목사로 9년간 재직했으며, 이후 20년 이상 롯케리침례회 외국인선교회(Lott Carey Baptist Foreign Mission Society)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인터뷰는 지난 6월 말 숙소인 서울 강남 메리어트호텔에서 진행됐으며, 통역은 김창환 학장이 맡았다.
각 학교 구성원 의견 주로 청취
한국인들, 활동력과 비전 제공
창조적·창의적 사역, 영감 불러
교회 사역자들 학문·실천 양성
선교·목회학 과정, 지도자 양성
심리학·가족치료 등 융합 협력
-한국을 찾은 목적은 무엇인가요?
"풀러신학교 동문과 재학생, 여러 교회들과 신학교, 대학교 등과 협력을 논의하고 증진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습니다. 이번에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신학자이자 학교 코리안센터 학장인 김창환 교수와 함께하게 돼 더욱 기쁩니다."
-올해 초 총장에 취임하셨는데, 이번 학기 동안 어떤 일들에 주력하셨는지요.
"말하신 것처럼 저는 올해 초 풀러신학교 6대 총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지난 6개월간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어 흥미진진한 시간이었습니다. 올해는 풀러신학교가 75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그래서 75주년 행사에 주력했고, 이사회와 교수진, 직원들과 학생, 그 외 동문과 각계 인사들,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청취하면서 보냈습니다.
특히 풀러신학대학원과 한국교회, 그리고 한국 동문들과 재학생 등과의 관계는 저희에게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한국을 방문하게 된 것을 아주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교에 한국 학생들이 많이 있는 걸로 아는데, 코리안센터의 현황은 어떻게 평소 한국 학생들을 어떻게 보셨는지요.
"한국 학생들은 풀러신학교 전체 학생들에게 활동력과 비전을 비롯해 여러 많은 부분들을 제공하고 있으며, 학교 전체에 역동성을 일으키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는 전 세계 크리스천들에게 역동성과 영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인들을 하나님의 일을 위해 부름받은 리더로 길러낼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참으로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특히 코리안센터 박사 과정 학생들은 창조적이고 창의적인 사역을 하고 있고, 이를 반영하면서 논문을 쓰고 있습니다. 그 논문들은 본인들의 사역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사역을 하는 사람들에게 크게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고틀리 총장은 코리안센터 학장 김창환 교수와 함께 방한했다. ⓒ송경호 기자 |
-개인적으로는 학교의 명성만큼 풀러의 교수진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희는 전 세계 교회를 위해 가르치는 것뿐 아니라 여러 서적을 펴내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교수진이 있습니다. 커스틴 김(Kirsteen Kim) 박사님은 세계적인 선교학자로서 선교학 관련 도서들을 출판하고 있습니다. 아모스 영(Amos Young) 박사님도 순복음 쪽의 학문 분야에서 기여하고 있습니다. 카라 파월(Kara Powell) 박사님은 청소년의 신앙을 이해하고, 이들을 제자로 세우도록 돕고 있습니다.
심리학과 신시아 에릭슨(Cynthia Erickson) 박사님은 융합적 접근을 통해 전 세계에서 트라우마가 있는 분들을 돕고 있습니다. 다니엘 리(Daniel D. Lee) 박사님은 아시아계 미국인 센터를 이끄시면서, 미국 내 아시아인들의 신학에 대한 책을 출판했습니다.
풀러신학대학원은 교회를 섬길 사역자들을 학문적이고 실천적으로 양성해온 오랜 역사가 있습니다. 선교학과 목회학 과정을 통해 선교지와 목회지에서 기여할 지도자들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설립 때부터 전 세계 각지 사람들이 주님을 섬기는 기독교 지도자로서 잘 준비되도록 헌신하고 있습니다.
저희 학교에는 지도자 양성을 위한 두 분야가 있습니다. 하나는 선교와 신학부이고, 다른 하나는 심리학과 결혼, 가족치료입니다. 이 두 분야가 교파를 초월해 서로를 접목시키면서 융합적으로 협력해, 주님을 섬기기 원하는 이들이 온전한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습니다."
김창환 학장의 부연 설명도 이어졌다. "각 분야에 40여 명의 학자들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코리안센터 학생들은 한국인 교수들에게서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영어권 교수들의 가르침도 함께 접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공동체와 관계 교훈 줘
다양한 신기술 사용 조건 제공
AI의 무비판적 수용, 좋지 않아
신학과 AI 관계 연구 프로젝트
챗GPT, 설교 준비 도움 주지만
설교는 교류 가능한 목회자가
AI, 응답하고 반응할 수 있나?
▲이날 인터뷰에는 풀러신학교 코리아센터 김창환 학장이 통역을 맡았다. 김 학장이 신학계의 현안과 학교 운영의 방향성을 설명하고 있다. ⓒ송경호 기자 |
-코로나 이후 미국 교회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고, 그에 따라 신학 교육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요.
"코로나 팬데믹은 전 세계 교회와 신학대에 큰 도전을 주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팬데믹이 변화를 가속화시켰다고 말합니다. 부정적인 변화도 있고, 긍정적인 변화도 있습니다. 팬데믹 전부터 외로움과 소외감으로 힘들어 하던 사람들은 팬데믹을 통해 그것이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그러나 팬데믹은 우리가 공동체를 이루고 다른 사람들과 건전한 관계를 맺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하는 교훈도 주었습니다. 또 교회와 신학 교육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을 제공했습니다. 팬데믹 이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기술을 선택사항으로 여겼지만, 이제 기술은 우리가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필수적인 것이 되었습니다."
-챗GPT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을 텐데요, 얼마 전 독일에서 실제로 챗GPT가 설교까지 시작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모든 기술 발전은 사회뿐 아니라 교회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지혜롭지 않습니다. 이메일이나 인터넷 뱅킹이 보편화됐지만, 여전히 디지털 격차로 이를 사용하지 못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 한 변호사가 인공지능에게 쓰게 한 서류를 법원에 제출했는데, 오류가 많아 문제가 됐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기술 혁신은 결국 인간에 의해 개발된 것이고, 오류가 발생하기 쉽다는 것을요. 따라서 AI를 포함한 모든 기술은 인간을 대체할 수 없지만, 보완 가능성이 있는 도구로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서 풀러신학대학원은 신학과 인공지능의 관계성을 연구하는 팀을 조직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요한 작업에 참여하게 돼 기쁘고, 이번 방문을 통해 한국의 파트너들과도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AI가 설교를 해도 될까요?
"제 생각에 AI는 설교 준비와 신학 연구 등 일부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도구입니다. 예전에는 소수의 성직자만 성경을 읽을 수 있었지만, 인쇄술 덕분에 모든 사람들이 성경을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목회 훈련을 할 때는, 헬라어와 히브리어, 라틴어를 스스로 공부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헬라어나 히브리어 지식이 충분하지 않아도, 원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들이 있습니다. 40년 전에는 사용할 수 없던 것들이었죠.
AI는 설교 준비에 도움이 되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AI는 결코 사람들의 눈을 마주 볼 수 없고, 응답할 수 없고, 그들이 어떻게 설교 말씀에 반응하는지 볼 수 없습니다. 설교자가 설교할 때와 같은 인간적인 교류가 없는 것이죠.
이는 누군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과 비슷합니다. 세부 사항과 데이터가 있지만, 그것들만으로 포착할 수 없는 인간의 역동성과 결단력, 열정이 있습니다. 그래서 인공지능은 도움이 되는 도구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사람들이 필요할 것입니다."
▲고틀리 총장은 지난 1월 취임사에서 "풀러의 사명은 지도자들이 어디에 있든 교회에 충실하고 효과적인 봉사를 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경호 기자 |
-코로나 이후 전도 방법 등 세계 선교도 많이 변화하고 있는데,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해 주신다면. 또 풀러신학교가 준비하는 부분들이 있다면.
"풀러신학교는 세계 어디에 있든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는 사명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하나님께서 세계 어느 곳의 선교지라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이미 역사하고 계신 것을 믿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하나님을 그곳에 모시고 가는 게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미 역사하시는 부분을 그들에게 보여주고자 합니다.
그래서 선교할 때도 가진 자의 위치에서 사람을 보내 어떻게 하는 것보다, 그곳에서 이미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일을 선교지에 이해시키고자 합니다. 저희는 그 일을 돕고, 격려하고, 동역하고 동참하는 역할을 위해 훈련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에 애즈베리에서 또 기도 운동이 일어났는데요. 풀러신학교는 기도나 영성 운동을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요.
"저희는 하나님께서 애즈베리대학교에서 역사하신 것과 그들이 그 역사를 경험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뉴스를 통해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다 알 순 없지만, 하나님께서는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다양한 역사에 비해, 우리는 크고 특이한 현상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과 다른 방식으로 일하십니다.
예를 들어 최근 저희 졸업식 때 600명이 졸업을 하게 되었는데, 남미의 과테말라에서 사역하면서 공부를 하고 학위를 딴 부부가 있었습니다. 아시아계 미국인이었던 그녀는 자신의 변화된 삶을 간증했습니다. 아시아와 미국 두 공동체에서 배제돼 정체성의 혼란이 있었던 그녀는, 풀러에서 공부하며 두 공동체에 완전히 속해 있음을 알게 됐다는 간증을 했습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저희 학교에서 졸업을 하게 되는데,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미디어의 거창한 주목을 받지 않더라도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또 그들의 삶을 통해 주변 사람들도 변화를 받습니다. 이렇듯 하나님의 영은 계속해서 사람들의 삶을 통해 역사하고 계십니다."
우리가 심지만, 하나님 키우셔
리더, 먼저 주님 제자가 되어야
하나님, 계속 사람들 통해 역사
유혹에도 하나님 인도 따라가길
-총장님은 학교의 리더이고, 리더는 고독한 자리입니다. 6개월 총장 사역 동안 힘든 순간을 어떻게 이겨내셨는지요. 마지막으로 한국 크리스천들에게 격려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리더의 자리에서 중요하게 생각할 점은, 제가 맡은 이 일이 하나님의 일이지 제 일이 아님을 인지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심지만, 자라나게 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리더가 된다'는 것은 먼저 제자가 되고, 그 다음 다양한 직책을 수행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도하는 삶도 중요합니다. 거룩한 우정도 중요합니다. 사람들에게 정직하게 나눌 수 있어야 하고, 비평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자세가 준비되어야 합니다.
한국 크리스천들에게는, 지금처럼 계속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삶을 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세상의 많은 압박이 있지만, 성경은 우리에게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한국 기독교인들에게 허락하신 신나는 일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세계 교회에서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탄은 항상 우리의 시선을 예수 그리스도가 아닌 곳에 두려하고, 시험하려 합니다.
그래서 제 형제자매인 한국 크리스천 여러분들이 예수님으로부터 시선을 한 시도 떼지 않기를, 여러분의 손이 하나님의 손을 마주잡기를 격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