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곳에서 모든 곳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선교의 시대, 이주민 선교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과 파송교회들의 이해와 동역이 요청됐다.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제8차 세계선교전략회의(NCOWE, 엔코위)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셋째 날인 15일 '남겨진 과제와 발견할 과제'라는 주제로 세계 선교의 중요 화두인 이주민 선교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선교사의 뼈 원하지 않는 선교지
쫓겨난 선교사들, 조급함·실패감
16년간 인도 선교를 펼쳤던 최헌주 선교사(GMS, 위디국제선교회)는 "세계 기독교 시대(World Christianity) 선교사는 산모가 아닌 산파의 역할로, 속지주의에서 속인주의 선교로 변하고 있다"며 "국가나 지역 테두리 중심으로 이뤄지던 선교가 지구촌 어디든 선교 대상국 사람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한 가지, 전통적인 목회자의 신분으로 들어가서 사역할 수 있는 선교의 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민족주의와 종교극단주의 장벽으로 따라 중국과 인도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선교사의 비자발적 철수가 일어나고 있다. 지역이나 종족 대상의 선교를 넘어 총체적 영역에서 선교해야만 하는 시대가 됐다"고 했다.
한국선교연구원(KRIM)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임시 귀국한 장기 선교사는 1,230명인데, 그 중에서 그 중에서 치안, 전염병, 비자 거절, 추방 등으로 비자발적 철수한 장기 선교사는 36.9%인 453명이다. 이들은 거절감에 의한 트라우마, 실패감, 정체성 혼란, 건강 악화, 재정적 어려움, 조급함 등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파송 교회의 눈치나 압박에 못 이겨 성급하게 선교지를 이동했다가 후회하기도 하며, 선교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무작정 복귀를 기다리기도 한다. 그러나 한번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몇 년이 지나도 재입국이 쉽지 않다. 생계 곤란으로 결국 택배 등 이중직 생계형 선교사로 살거나 단기 비자로 1년에 한두 번 방문 사역을 계속하고, 일부는 국내 선교본부 혹은 국내 목회사역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최 선교사 역시 2006년부터 인도에서 선교했지만, 2014년 힌두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모디 정부 출범 후 비자 연장 거절로 귀국했다. 그는 "선교지가 더 이상 선교사의 뼈를 원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고 했다. 그가 '선교사는 선교지에 있어야 한다'는 조급함에 인근 국가 선교를 준비하려던 찰나 하나님께서 국내 이주민 선교에 대한 마음을 부어 주셨고, 지난해부터 인도 비거주 선교와 함께 국내 이주민 선교를 동역하고 있다.
중상류층 접근 어려운 인도 기독교
전 세계 1,800만 디아스포라가 해답
▲대회 셋째 날인 15일에는 '남겨진 과제와 발견할 과제'를 주제로, 세계 선교의 중요한 화두인 이주민 선교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송경호 기자 |
그는 "국가나 지역 중심이 아닌 민족과 사람 중심의 속인주의 선교를 감당할 수 있는 최적의 장이 바로 이주민 선교"라며 "전 세계에 1,800만 디아스포라가 흩어져 있는 인도는 다양한 속인주의 사역이 가능하다"고 했다. 일례로 기독교는 하층민의 종교라는 인식, 선교사 신분을 숨겨야 하는 상황 등으로 인해 중상류층에 다가서 복음을 전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한국에 온 인도인들은 대부분 중상류층이자, 박사과정 유학생들과 아이티 기업에서 근무하는 전문인들이다. 그들을 제자화함으로 중상류층 복음화의 길을 열 수 있는 것이다.
인도인 유학생의 경우 학업을 마친 후 본국이 아닌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서 직업을 갖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한국에서 인도인 유학생 디아스포라를 제자훈련해 미국·영국에 파송할 수 있다. 그는 "세계 여러 곳에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인도인 대부분은 인도 본토 거주자가 아닌 디아스포라들이다. 이들은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최 선교사가 속한 교단은 인도, 네팔,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 서남아 지역 선교사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네트워킹하고 있는데, 국내에 있는 서남아 이주민 사역과도 네트워킹이 가능하다. 해외선교사와 국내 이주민 선교사와의 네트워크는 효과적 영적 지도자 양성에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
250만 이주민 제자화, 선교사만으론 불가능
"다문화 사역자도 '선교사'로 인정하고 있나"
그는 "전국에 흩어진 250만 이주민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은 이주민 선교단체나 선교사들만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이주민 선교는 한국교회 성도가 선교적 그리스도인으로 세워지고 한국교회가 선교적 교회로 세워지는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그는 이주민 선교학교 코디네이터로 섬기며 평신도, 목회자, 선교사들이 함께 훈련하고 지역별·교회별 이주민 선교 훈련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선교학교의 한 대학생은 다문화 세 아이들의 학습을 도와주는 이주민 선교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이주민 선교가 청년 선교 동원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최 선교사는 한국교회에 선교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과 함께 이해와 동역을 요청했다. 그는 "국내 이주민 선교로 전환하면서 가장 감사했던 부분이 파송교회의 이해와 지지였다"며 "한국교회는 국내 다문화 사역자도 해외선교사와 같은 타문화 선교사로 인정하고 파송·후원하고 있는가. 전후방 구분 없이 모든 곳에서 모든 곳으로 선교적 네트워킹이 이뤄지고 있는가"라고 했다.
▲주최측은 매일 저녁 말씀과 기도로 선교사들이 영적 회복을 위해 힘썼다. 둘째 날 저녁 기도회에서 기도하는 선교사들. ⓒ송경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