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저희 그냥 나가서 떡볶이 하고 순대 사 먹고 올게요. 시장에서 뭐 살 것도 있고..." 어머니께서 생각보다 늦게 집에 도착한 저희들을 위해 저녁 밥상을 차리시겠다고 하자, 아내가 어머니를 만류하며 한 말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착륙하기 직전 기내식을 먹은 것이 아직도 소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끝내 집을 나서는 아들 내외가 섭섭하신 듯, 어머니가 저희 뒤통수를 향해 중얼거리셨습니다. "가스레인지에 불만 붙이면 되는데..."
"어머니가 섭섭하셨겠네..." 다음 날 아침, 어머니가 차리신 밥상을 보고서야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정갈하게 차려진 밥상에, 제가 평소 좋아하던 반찬이 그득했기 때문입니다. 게장이며 총각무김치, 그리고 불고기와 물김치... 어머니는 오랜 만에 만나는 아들을 생각하며 그 반찬들을 하나 하나 준비하셨고, 그래서 되도록이면 빨리, 그것들을 먹여주고 싶으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들이란 녀석이 밖에 나가서 떡볶이 하고 순대를 먹겠다고 하니... 어머니의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것입니다.
어머니가 준비하신 아침을 먹는데, 울컥~ 하며 뜨거운 것이 올라왔습니다. 생각해 보니, 어머니는 이런 인생을 사신 것입니다. 아이를 낳아 평생 이런저런 음식을 해주셨고, 그래서 그 중에 어떤 음식을 아이가 좋아하는지를 아시고, 또 기회만 되면 그 좋아하는 음식을 해주시며 아이가 잘 살기를 원하시는 어머니... 어머니는 그 날도, 84세의 노구를 무릅쓰고 준비한 음식들을 아들에게 빨리 먹여주고 싶으셨던 것입니다.
저는 지금 서울 남부노회가 주최하는 성경의 땅 연수팀에 합류하기 위해 한국에 나와 있습니다. 이제 월요일이면 이스라엘을 향해 떠나게 되는데, 떠날 것을 준비하는 제 마음이 꼭 어머니의 밥상을 받아 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저를 낳으신 하나님께서, 제가 좋아하는 성경 말씀을 더욱 맛있게 먹게 하시기 위해 이런 저런 은혜들을 그득 준비해 놓으시고 제가 그 밥상 받기를 원하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갈릴리 해변을 거닐면서, "나를 따라오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고 하시는 예수님의 음성을 듣고 싶습니다. 팔복산에 올라 앉아,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라고 하시는 주님의 진심을 마주하고 싶습니다. 벳세다 언덕이라 여겨지는 곳에서 오병이어를 베푸신 예수님의 영광을 보고 싶고, 골고다로 여겨지는 곳에서 예수님이 걸어가셨던 길을 따라 걷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나님이 준비하신 은혜들을 통해 더욱 하나님의 마음 알게 되기를 원하고, 또 그 마음을 따라 잘 살게 되기를 원합니다. 바로 그것이 하나님께서 이 밥상을 준비하신 이유일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오늘 이 하루도, 어찌하든지 예수님을 더욱 알아가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떡볶기나 순대 같은 것들이 우리의 마음을 유혹할지라도 더욱 하나님께 나아가, 예배를 통해, 찬송과 기도를 통해 하나님 앞에서 더욱 잘 살게 되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바로 그것이 우리를 향한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인 줄로 믿습니다.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