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의와 성화, 세례 때 첫 열매
종말의 최후 심판 때 완성돼
칭의는 하나님의 의로운 백성
성화는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
美 풀러신학교에서 오랜 기간 가르쳤던 김세윤 박사가 방한,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두란노서원 블레싱홀에서 북토크 및 강연을 진행했다.
김세윤 박사의 이번 방한은 스테디셀러 <구원이란 무엇인가> 개정판과 신간 <데살로니가인들과 모두를 위한 바울의 복음> 출간을 계기로 마련됐다. 이날 행사는 평일 낮에 진행됐음에도 1백여 명이 참석했다.
1부 북토크는 목회와신학 편집장 출신 최원준 목사 진행으로 최 목사와 청중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1부는 <구원이란 무엇인가> 내용에 대한 질문이 주로 나왔다.
먼저 20만 부 넘게 읽힌 <구원이란 무엇인가> 개정판 발간 계기에 대해 "1978년 9월 대학생 대상 강연을 녹취해서 책이 만들어졌다. 당시 한국교회는 구원에 대해 어려운 한문 용어들을 나열하면서도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그런 구원론이 형성됐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며 "그래서 복음의 핵심인 구원을 설명하기 위해 책을 냈다"고 입을 열었다.
김세윤 박사는 "하지만 녹취를 옮긴 책이다 보니 부족함이 있었고, 여러 판이 거듭 나올 때도 제대로 손보지 못했다. 마침 시간이 나서 지난 2월 읽어봤더니 너무 부끄러웠다"며 "감사하면서도 미안해서 2주 동안 집중해서 새롭게 썼다. 지난 40년간 창의론에 대한 학계의 광범위하고 깊은 토론에 참여하면서 얻은 새로운 통찰을 담아,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덜고자 했다"고 말했다.
개인적 구원 체험에 대해선 "불신자 가정에서 나고 자랐다. 대학(서울대 문리대) 2학년 올라갈 무렵 하숙집 5분 거리에 영어 성경공부반이 개설됐는데, 영어와 성경을 공부하고 싶어 오전 6시에 UBF 설립자인 사라 배리에게 배웠다"며 "지금 생각하면 좀 유치하지만, 그때는 의미 있는 이해였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피 흘리심을 통해 우리 죄가 씻기고 하나님의 복 받은 자녀가 됐다는 메시지를 받아들였다"고 회고했다.
▲김세윤 박사가 강의하고 있다. ⓒ두란노 |
개정판에서 '인간 중심 구원론 관점뿐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신 중심 기독론적 관점에서 해석했다'고 소개한 것에 대해선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교계가 칭의구원론을 인간 중심 구원론 개념으로만 이해한다"며 "다시 말해 하나님께서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 죽음에 넘겨 주셔서 우리를 위한 대속의 제사로 바쳐지게 하여 구원을 이루셨고, 그 복음을 인간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하는 관점에서만 칭의론을 설명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지난 20년 동안 새롭게 터득한 것은, 칭의론에서도 하나님 중심 관점이 중요하다는 점"이라며 "하나님께서 어떻게 그의 아들을 보내셔서 죽음과 부활로 사탄의 죄와 죽음의 권세를 깨뜨리고 우리와 관계를 회복시키셨는가 하는 관점에서 칭의를 이해하는 것이 신중심적·기독론적 칭의 이해이다. 전통 법정적 관점과 이 관점을 함께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칭의와 하나님 나라>의 주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 은혜에 의한 것이다. 전적으로 하나님을 의지하고 순종함을 믿음으로 선언했던 그때부터 하나님 구원의 은혜가 발현되는 것"이라며 "그런 후 세상을 떠나면 하나님 은혜 안에 있게 된다. '하나님의 제단 앞에서 쉰다'는 표현을 좋아한다. 그 기간이 짧든 길든, 어느 순간에라도 그리스도를 영접하면 그때부터 그리스도 안에 있고 주님의 현재적 구원의 덕을 입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관련 질문이 계속되자 그는 "40-50년 전만 해도 전통 교회에서는 서양 신학의 전통처럼 '의(義)'를 기존 법정적 의미로만 생각했다. 죄를 사함받고 의인이라 칭함을 받는다는 사법적 개념"이라며 "그러나 이 구원은 종말론적 구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예수 재림 때 최후 심판이 이뤄진다면, 우리는 어떤 자세로 기다려야 하는가? 두렵고 떨림으로 흠 없는 자들로 살면서 종말을 기다리며 살아야 한다"며 "구원은 종말의 때 완성되는데, 세례 때 다 이뤄진 것처럼 가르치고 있다. 도덕과 윤리가 사라진다. 이것이 구원파적 구원론이다. 의인으로 칭함받은 사람이 의롭게 살지 않아도 되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토크가 진행되고 있다. ⓒ두란노 |
김 박사는 "'의'에는 법정적 개념뿐 아니라 관계적 개념도 있다. 관계적 의는 서로 의무를 다해야 한다. 거기서 샬롬과 화평이 나온다"며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에서 창조 행위는 언약 행위로, 피조물을 잘 돌보겠다는 약속이 담겨 있다. 인간 쪽에서는 하나님을 경외하고 의지하고 순종할 의무가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아담적 인간은 하나님 주권에 의지하고 순종하는 것을 저버렸고, 하나님을 대적하는 사탄의 통치 아래로 떨어졌다. 이것이 바로 죄이고, 죄는 죽음을 가져온다"며 "관계적 의 개념에서는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 속에서 창조주의 덕을 이루고 사는 생명을 공급받는 관계 속에서 하나님의 통치에 순종해 살아가는 삶의 지경에 도달하는 것이 바로 구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칭의와 성화는 '동의어적 그림 언어'들이다. 칭의는 법정적 개념과 관계적 개념을 합쳐, 아담적 죄인으로서 하나님의 통치에 거역하고 사탄의 통치 아래 살았던 죄를 사함받고 하나님과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성화는 올바른 관계로 살아가는 거룩한 지위에서 탈락해 사탄이 통치하는 더러운 세상에서 오염된 자들이 씻음을 받고 하나님의 소유 된 자, 하나님께 바쳐진 자가 된 것"이라고 제시했다.
김 박사는 "칭의와 성화는 모두 세례 때 일어난다. 칭의는 하나님의 의로운 백성이 되는 것이고, 성화는 하나님의 거룩한 백성이 되는 것"이라며 "칭의도 성화도 종말에 완성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금 올바른 삶, 거룩한 삶을 살아야 한다. 칭의와 성화는 세례 때 첫 열매를 맺고, 종말의 최후 심판 때 완성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 이것이 칭의요 성화이다. 성화는 용도가 좁기에, 바울은 칭의를 즐겨 사용했다. 성화는 고린도전서와 데살로니가서에 주로 나온다"며 "두 도시는 당시 마게도냐와 아가야의 수도로서 부유했고 우상숭배와 음행이 심각했기 때문에, 성화로 복음을 선포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런 그림 언어들이 두 책에서 나온다. 두 곳에서는 칭의 구원론을 성화 구원론으로 '상황화'했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북토크가 진행되고 있다. ⓒ두란노 |
'불가항력적 은혜'에 대한 질문에는 "그것도 성경적 진리는 맞다. 초월자·구원자이신 하나님의 진리는 압도적이지만, 다소 일방적 강조이기도 하다"며 "구원 행위는 인간으로서 저항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 은혜이다. 그러나 바울서신들을 읽다 보면, 그런 불가항력적인 하나님 뜻을 저버리고 사탄의 뜻을 좇아가는 것이 인간 실존"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가항력적인 하나님 은혜를 기계적으로 행하고 산다면, 인간은 로봇이 된다. 그런 전제가 있기에, 윤리적 권면이 나오는 것"이라며 "예정론에 근거해 하나님께서 끝까지 지켜주신다는 말씀은 위대한 성경적 진리이고, 우리에게 안도를 준다. 반면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용서하시고 깨우쳐 주심에도 인간들이 계속 뒷걸음질치고 있기에, 고린도전서 10장에서는 구원의 탈락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라며 "바울은 성경에서 하나님의 끝까지 신실하심에 따라 은혜에 의한 구원, 그리고 끝까지 돌아서지 않을 경우 내버려 두신다는 두 가지 진리를 함께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자꾸 칼빈과 웨슬리를 언급하면서 이 둘 중 하나만 가르치는 것은 틀렸다. 그걸 극복해야 한다"며 "성경적으로 해야지, 왜 자꾸 칼빈과 웨슬리를 따라가는가. 그분들의 통찰도 위대하지만, 한계가 있다. 성경의 진리를 새롭게 통찰하면 배워야지, '오로지 칼빈만·웨슬리만' 해야 한다는 것이 한국의 문제"라고도 했다.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가, 은혜로 구원을 받는가'라는 청중의 질문에 대해선 "구원은 전적으로 하나님 은혜에 의한 것이다. 우리는 믿음으로 덕을 본다고 표현하고 싶다"며 "만약 제가 삼성 이재용의 삼촌이라면 얼마나 그의 덕을 입겠는가. 덕을 입는다는 의미는 그런 것이다. 하나님께서 은혜로 베푸신 구원의 덕을 입어야 한다. 영어로는 'avail yourself', 효력이 발생하게 하는 것이다. 목사님들께서 이를 잘 가르치셔야 한다"고 전했다.
이후 2부에서는 '바울의 순결한 선교와 데살로니가인들의 믿음: 데살로니가전서 새롭게 읽기'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김세윤 박사는 행사 후 청중들과 사인회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