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신대학교(총장 정홍열) 교육연구소(이하 연구소)가 최근 이 학교 교수 5명과 함께 책 '챗GPT 목사님, 안녕하세요'(출판사 뜰힘)를 출간하고, 14일 오후 경기도 영평에 있는 아신대 채플실에서 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은 책의 저자인 김규섭·김학봉·유지윤·이수인·전희준 교수가 챗GPT와 관련해 대담한 뒤 참석자들과 질의·응답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이수인 교수(기독교교육과 미디어학)는 챗GPT가 △신앙 교육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고 △차별화 되고 개별화 된 맞춤 신앙 교육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목회자 및 교사들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삶으로 신앙을 보여줄 수는 없는 등 한계도 갖고 있다고 했다.
김규섭 교수(신약학)는 "챗GPT는 학습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문장을 생성하는 것이지 이성을 바탕으로 한 가치 판단을 하지 못 한다"며 "그렇다면 챗GPT를 통해서 정량적 연구는 가능하겠지만, '질적 분야'는 현재 단계에서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또한 그는 "현재 나와있는 인간이 저술한 모든 문서를 다 읽는다고 해도 챗GPT가 도전적인 견해를 밝히거나 혹은 창의적인 대답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며 "즉, 기존의 견해를 잘 정리해서 말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새로운 사유를 개척하는 것은 챗GPT의 역할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특히 김학봉 교수(조직신학)는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을 'G목사'로 의인화 해 "인공지능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한 신학적 지식을 갖춘 G목사를 교회가 청빙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김 교수는 "G목사는 분명 체계적이고 풍부한 신학적 지식을 갖추었다. 이러한 지식에 기초해서 새신자들의 고민과 질문에 적절한 답변을 제공해 주고 성경 공부와 교리교육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심지어 신학의 역사와 내용 면에 있어서는 인간 신학자와 사역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물론 지금 단계에서는 G목사의 답변은 수정되고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오류는 적어질 것이다. 그리고 점점 더 완벽에 가까운 답변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그렇다면 G목사의 청빙을 긍정하는 사람이 많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해 신학적으로 오류가 없는 적절한 답변을 성도들에게 줄 수 있다면 교회는 교육 목적으로 G목사를 청빙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말"이라고 했다.
김학봉 교수(왼쪽 두 번째)가 발표하고 있다. ©아신대
그는 "하지만 여기서 간과되어서는 안 될 중요한 사실이 있다. 만일 우리가 원하고 추구하는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 객관적 실재인 하나님에 대한 선험적 추론이나 명제적 정보라면, 교회는 G목사를 청빙함으로써 많은 유익을 얻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반대로 우리가 원하고 추구하는 하나님에 대한 지식이 하나님에 대한 만남, 참여, 교제로부터 주어지는 '인격적 지식'이라면, G목사는 이러한 종류의 지식을 제공할 수 없다"고 했다.
즉 "성경과 복음, 예수 그리스도, 교회의 특징, 삼위일체 교리, 창조와 진화에 대한 이해, 악과 고통의 문제에 답변을 주고 그래서 성도들에게 성경적이고 신학적인 지식을 제공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종류의 지식은 하나님에 대한 인격적 관계와 참여 안에서 얻어진 인격적 지식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G목사의 지식은 인공지능 데이터베이스의 자료를 요약하고 정리해서 제공하는 하나님이라는 대상에 대한 명제적 정보에 불과하다"며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G목사는 성도들에게 하나님에 대한 인격적 지식을 말해 줄 수 없다. 단순히 하나님에 대한 정보만을 제공할 뿐"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측면에서 G목사가 하나님에 대한 참여와 교제와 헌신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지는 하나님에 대한 인격적 지식으로 성도들과 '함께' 나아갈 수 있다고 어느 누가 기대할 수 있을까"라며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어느 교회가 G목사를 사역자로 청빙할 수 있을까?"라고 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하나님에 대한 인격적 지식을 소유하고 추구하는 사역자.' 인공지능 G목사가 사역자로 청빙받기 위해서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