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드럴웨이제일장로교회 이민규 목사
(Photo : 기독일보) 훼드럴웨이제일장로교회 이민규 목사

오랜만에 주중에 파란 하늘과 따스한 햇볕이 우리를 감싸주었습니다. 아름다운 봄 하늘을 보면서 제가 느낀 감정은, 시애틀의 봄이 좀 얄밉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춥고, 어둡고, 암울한 겨울의 한기를 모두 잊게 할 만큼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부모 속도 못 알아주는 자식들이 밉다가도 자식 얼굴만 보면 그 모든 한이 다 풀려서 용서되는 것처럼, 이곳의 따스한 봄은 너무 좋다 못해 그렇게 얄밉기도 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윤동주 시인을 좋아합니다. 윤동주 님의 시 중에 <봄>이란 제목의 시가 있습니다. "봄이 혈관 속에 시내처럼 흘러 돌,  돌, 시내 가까운 언덕에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삼동(三冬)을 참아온 나는 풀 포기처럼 피어난다." 개나리, 진달래, 배추꽃... 모두 한국에서 흔한 들풀들입니다. 미국에서는 푸른 잔디, 노란 민들레, 까만 블랙베리라고 할까요?

봄이  되면 어김없이 우리 곁에 꽃과 열매를 맺는 들풀들은 우리에게 봄의 편지들입니다. 사실 윤동주 님의 봄은 민족의 해방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차가운 옥에서 죽어간  우리의 자유가 봄을 맞이하기를 들풀의 편지를 통해 소망한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민족은 하나님 은혜로 광복을 맞이했습니다.

시편의 노래처럼 "여호와께서 시온의  포로를 돌려보내실 때  우리는 꿈꾸는 것 같았도다. 그 때에 우리 입에는 웃음이  가득하고 우리 혀에는 찬양이 찾았도다"아무리 추운  겨울이 와도 우리에게 하나님께서 봄을 주셨듯이, 아무리 우리 인생에 질병과 고난과 아픔이 있어도, 하나님은 우리 영혼에 따스한 봄을 선물로 주십니다. 우리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우리에게 새 옷을  입히시며,  잔치를 여시고 우리 어깨를  감싸 안고 그곳으로 함께 들어가십니다. "풍악을 울려라! 노래를 하여라! 사랑하는 내 자녀가 돌아왔으니 우리 모두 기쁨을  누리자!"

 최근 우리는 사랑하는 지체들을 하나님 품으로 떠나 보냈습니다. 유족들의 눈물은 뜨거웠지만, 떠나는 그들의 손은 겨울 눈처럼 차가웠습니다. 그러나,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 삼동을 참아온 이들이 풀 포기처럼 피어나듯이 우리 영혼은 예수님의 부활로 인해 새롭게 꽃몽이를 틀 것입니다. 시애틀의 봄이 이렇게 아름다운데 우리 영혼의 봄은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주님 얼굴 뵈올 천국에도 개나리, 진달래, 노오란 배추꽃이 가득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