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일, 평소에 저를 참 많이 사랑해 주셨던 사촌 누나가 암으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너무 급작스런 일이라 충격이 되었고, 많이 슬펐습니다. 작년 10월 LA에서 열린 교단 총회에 참석했을 때 짬을 내서 만나보려고 했지만 누나가 코로나에 걸려서 뜻을 이루지 못했고, 몇 주 전 병세가 나빠졌다는 소식을 듣고도 이런 저런 일이 바빠서, 부흥사경회를 마치면 짬을 내서 찾아가 봐야지 했는데, 결국 사경회 마지막 날,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누나에게 많이 미안했습니다.
누나가 9살 때 큰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누나는 새 어머니 밑에서 자라야 했고, 새 어머니와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던 누나는 저희 어머니를 친 어머니처럼 여기며 살았습니다. 새 어머니에게 구박 받는 동생들이 불쌍해서 늘 울었고, 그렇게 어려운 일이 생길 때면 어머니를 찾아와 상의를 하곤 했습니다. 어른이 되어 결혼을 한 후에도 누나의 삶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쉽지 않은 매형을 만나 늘 살얼음 판을 걷듯 살아야 했고, 이민을 온 이후에는 암 투병을 하면서 사랑하는 아들을 먼저 하나님께 보내야 하는 극한 고통도 겪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힘든 인생을 살았지만 누나는 누군가를 원망하기보다, 더욱 하나님을 의지하는 삶을 살았습니다. 십수 년 전, 처음 유방암 진단을 받았을 때도 그랬습니다. "하나님 믿고 열심히 살아온 결과가 이게 뭐냐"며 낙심할 만도 한데, 누나는 오히려 항암 치료를 거부하고 기도원에 올라가 금식하며 기도했습니다. 생명이 주께 온 것이니 당신의 생명을 주께 맡긴다며 기도했을 때, 하나님은 기적처럼 누나를 치료해 주셨고, 그 이후 십여 년을 건강하게 살도록 허락해 주셨습니다.
"너무 아파서 잠을 잘 수 없지만, 기도할 때마다 통증을 감해 주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암이 재발한 후에도 누나는 진통제를 쓰지 않았습니다. 평소 자연 치유법에 관심이 많았던 누나는 여기 저기에서 세미나를 할 만큼 제법 유명한 강사였고, 자신의 통증도 오직 자연적인 방법으로만 다스리려 했습니다. 통증이 심할 때면 예수님의 십자가를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당신을 위해 이런 고통을 당하신 예수님을 생각하면 너무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누나는 그렇게 살다가 하나님께 돌아갔습니다.
장례식을 시작하기 1시간 전, 매형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하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매형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누나는 정말 어린 아이와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이었어. 잘해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지만, 예수님을 순전하게 사랑한 누나는 지금 예수님과 함께 있을 거야..." 가장 가까이에서 살았던,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눈시울을 붉히는 남편의 입에서, 누나가 어린 아이와 같이 정말 예수님을 사랑한 사람이었다는 고백을 들을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생각해보면, 누나의 인생은 참 힘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누나는 자신에게 주어진 그 버거운 인생을 믿음으로 살았고, 그래서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도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복된 인생을 살 수 있었습니다.저도 그런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어찌하든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아가는 복된 인생이 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