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탈퇴해야 한다는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내 여론이, NCCK 이홍정 총무가 사의를 표명해야 할 정도로 상당한 수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 총무는 기감 연회 감독들에게 편지를 보내 기감 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NCCK 탈퇴 관련 논의에 대해 총무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사임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NCCK 사정을 잘 아는 교계 한 관계자는 이 총무가 연회 감독들에게 편지까지 보내 사의를 표명한 만큼, 적어도 그가 스스로 이를 철회하지는 않을 것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 총무의 이 같은 결단은 기감이 NCCK를 탈퇴하는 것 만큼은 막아야겠다는 그의 생각에서 비롯됐을 것이라고 봤다. 이 총무가 소위 '살신성인'의 모습을 보였다는 것. 즉, 기감 내 NCCK 탈퇴 여론을 '대화'로 수습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고 이 총무가 판단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NCCK와 세계교회협의회(WCC) 탈퇴 건을 다뤘던 지난해 10월 기감 제35회 행정총회에서 만약 이철 감독회장 등이 일종의 '신중론'을 펴지 않았다면 그대로 표결로 들어갔을 것이고, 그 때 분위기상 NCCK 탈퇴가 결정됐을 지도 모른다고 했다.

당시 총회에서는 이 문제와 관련한 격론 끝에 다음 입법회의 때까지 결정을 미루고, 그 사이 연구위원회를 조직해 사실관계를 조사하기로 했었다.

지난해 기독교대한감리회 제35회 행정총회가 열리던 모습 ©기독일보 DB지난해 기독교대한감리회 제35회 행정총회가 열리던 모습 ©기독일보 DB


연회 감독을 역임한 A목사에 따르면 기감 내 평신도들을 중심으로 NCCK를 탈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이미 상당한 수위에 이르렀는데, 이를 교단의 일부 지도부 인사들이 간신히 누르고 있는 형국이어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결국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이 총무가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이 기감 내 탈퇴 여론에 반전을 일으킬 수 있을지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NCCK를 사실상 대표하는 이 총무가 실제 사임할 경우 기감 측도 탈퇴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는 반면, 총무 사임만으로 '대세'를 막긴 힘들어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A목사는 "교단 내 주로 복음주의적 신앙을 견지하는 성도들을 중심으로 기감이 NCCK를 탈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NCCK가 차별금지법 제정이나 동성애 문제 등에 친화적 입장을 갖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NCCK 총무가 사임한다고 해서 그런 우려가 불식될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