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청년들은 사리판단 정확해
가치와 방향성만 뚜렷하면 모여
'긍휼과 선교 중심' 유기체 돼야

'믿음으로 현실을 이기는 완벽한 가르침'이라는 부제의 '탱크' 홍민기 목사의 '~없었다' 시리즈 5번째 책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에서는 "하나님은 우리가 행복하기를 원하신다. 기쁨으로 가득 찬 삶을 살기를 원하신다"며 "산 위에서 외쳐진 그분의 메시지는 삶의 지침이기도 하다. 기독교는 삶으로 살아내지 못한다면 다 뜬구름이 된다"고 강조한다.

홍민기 목사는 책 마지막 산상수훈의 결론 부분에서 "예배를 드리고 말씀을 들었으면, 거기서 끝나면 안 된다. '아, 은혜 받았다' 하고 끝나면 아무 의미도 없다"며 "듣고 행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알기만 하는 것은 힘이 없다. 사람은 교회 잘 나오고, 예배 잘 드리고, 성경 지식 쌓는 것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그 말씀대로 살아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받은 숙제"라고 강조한다.

홍 목사는 최근 초대교회를 모델로 '모이는 교회, 흩어지는 사명'을 위한 교회 개척 운동 '라이트하우스 무브먼트(Lighthouse Movement)'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국내외에서 20곳의 개척 목회자들과 '따로 또 같이' 활동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과 움직임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개척학교 '플랜팅 시드' 3기생을 모집해 1년 간 멘토링도 진행한다. 전편에 이어, 그의 목회와 라이트하우스 이야기 등을 소개한다.

-요즘 청년이나 청소년들이 예전과 어떻게 다르다고 보시나요. 아쉬운 부분도 있으신가요.

"요즘 청년들은 사리판단이 정확해요. 이전처럼 '나를 따르라'고 하면 안 통하죠. 분명한 가치와 메시지가 있어야 해요. 그런데, 사실 한국교회에는 이것이 필요했어요. 그렇지 않고 '나를 따르라'고 하다 보니 교회가 이렇게 됐어요. 대형교회나 이런 곳들에서 잘못된 일이 벌어져도 그냥 수긍해 버리는 이유가, '나를 따르라'만 배워서 그런 거예요.

그런데 청년들은 이걸 왜 해야 하는지,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알기 원해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요즘엔 가치와 방향성만 뚜렷하면 청년들이 모인다고 생각해요. 라이트하우스 서울숲도 주일에 200여 명이 출석하는데, 90%가 20-30대예요. '맨땅에 헤딩'인데도 어떻게 모였을까요? 가치와 방향성,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이 되느냐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쉬움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해요. 오히려 우리가 청년들에게 배울 점이 많습니다.

청소년들은 또 전혀 다르죠. 그들에게는 지금이 '1인 사회'에요. 다같이 모여 있는데도 1인 사회에요. 서로 뒹굴고 장난하기보다, 스마트폰 같은 자기만의 영역에 머물러요.

옛날에는 안 그랬죠. 돌리면 다같이 돌아갔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이런 문화가 있다 보니, 교회는 청소년 문화 속에 훨씬 더 공동체성을 강조해야 합니다. 청소년들은 혼자 있지만, 또 혼자서는 잘 못해요. 스마트폰도 다들 보고 있으니 보는 것뿐이에요. 청소년 시기의 특성들을 잘 끄집어내 교회 공동체성으로 이끄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코로나 이후 교회에 대한 걱정이 많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안 모이는 게 아닙니다. 그동안 실망했는데, 코로나라는 아주 좋은 핑곗거리가 생긴 거예요. 집회도 100년 전이랑 지금이랑 똑같아요. 청소년 집회도 프로그램 짜보라고 하면, 옛날 우리가 다닐 때와 같아요. 트렌드도 문화도 바뀌었는데, 교회가 준비를 해야죠.

그리고 교회 안으로만 눈을 둬선 안 됩니다. 남아있는 성도들도 중요하지만, 떠나간 20-30%의 이유를 파악하고, 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바라보고 있는지 분석해야 합니다.

떠난 분들이 나쁜 사람들이 아니에요. 그들이 떠나갔지만 헌금이 별로 줄지 않았으니 (그들의) 헌신도가 낮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한 것 아닙니까. 그들은 교회의 불투명성에 내 헌신과 재정이 투자되는 게 싫었을 뿐이에요.

그리고 이들은 지금 교회를 찾고 있어요. 그러므로 교회가 좀 더 투명해지고 긍휼과 선교 중심의 유기체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교회 찾는 분들이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는 부분도 여기 있어요. 저 교회가 여기 왜 있고 사람들이 왜 필요하고 무슨 일을 하고 무엇을 지향하는지 뚜렷해야 해요. 교회는 물론 예배드리는 곳이지만, 거기서 끝나선 안 돼요.

사회적 차원에서도 왜 있는지, 지상명령인 선교가 무엇이고 왜 존재해야 하는지, 예수님의 마음을 품고 사역을 하고 있는지 등을 분명히 소통하지 않는다면 교회는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새로운 사람들은 잘 영입되지 않고 고령화될 것입니다."

홍민기
▲홍민기 목사의 '~없었다' 시리즈 5권.


심방 대체할 수 있는 도구 있나
예배 말고 이야기 듣고 나눠야
영성 있는 목회자, 행복한 사람

-목회에서 강조하고 싶으신 점이 있다면.

"저는 심방을 대체할 수 있는 목회적 도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프로그램들을 할 수 있지만, 담임목사의 성도 심방을 대체할 수 있는 도구는 없습니다. 심방을 하면 설교가 달라지고, 그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성도가 담임목사와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 목회 이야기를 하는 것과 다른 어떤 것을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요새 목회자들이 심방을 안 해요. 그러면서 자신의 성경공부나 설교에 자신감이 넘칩니다. 큰 교회들은 교구 목사님들이 주로 심방을 하는데, 저는 호산나교회 있을 때 일주일 중 하루는 아침 9시부터 밤 12시까지 심방했어요. 한 사람씩 할 수는 없으니 구역이나 다락방을 계속 다녔는데, 전 교인을 도는데 3년 반 걸렸어요.

집에 찾아오는 걸 부담스러워하면, 카페로 가면 됩니다. 어디서든 만나는 건 다 좋아해요. 재미있는 것은 부산 사람들은 대체로 집으로 오라 그래요. 그리고 밥도 줍니다. 그런데 서울 사람들은 100% 밖에서 만나자고 해요(웃음).

그리고 심방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입니다. 예배는 안 드려도, 이야기는 해야죠. 생각해 보니 아픈 성도들 빼고는 심방을 가서 예배드린 적이 거의 없네요. 대부분 성경구절 하나 읽거나 기도만 합니다.

밥 먹고 차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게 심방이죠. 그러니 목사님들은 살이 찔 수밖에 없어요(웃음). 사람을 만나는 게 일이잖아요? 예수님도 그렇게 하셨지요. 성경에 예수님께서 사람들에게 많은 말씀을 하지 않으셨어요. '내가 너를 안다' 그러면 그냥 끝난 거예요.

정답이 사람을 변화시킬까요? 감동을 받아야 변화하죠. 방황하는 청소년들 만나러 다닐 때도 그랬습니다. 별짓 다 해도 안 변했는데, '괜찮다' 한 마디에 변하더라고요. 심방은 예배가 아니라, 밥 먹고 차 마시면서 함께하는 것입니다. 제 사무실에는 늘 보이차가 있습니다. 내성적이라 못한다고요? 목양적이지 않아서 못하는 것입니다."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라이트하우스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교회 개척 운동입니다. 각 교회는 담임목사를 세우고 담임목사 강점을 부각시키는데 중점을 두되, 핵심가치와 공동체 고백을 같이 합니다. 저희는 연합체가 아니라 가족, 패밀리(family)입니다. 요즘 케미(chemistry·사람들 사이의 조화나 주고받는 호흡- 편집자 주)라고들 하는데, 이 말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홀로 서면 망하는 것이고, 하나님께서는 함께하길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형제들이 연합할 때 가장 기뻐하시는 것 같아요. 그리고 작지만 소신 있는 교회를 해야 하겠지만, 힘을 모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번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 돕기도 라이트하우스 20개 교회가 함께합니다.

담임목사님들 교단은 8곳으로 나뉘어 있지만, 목회와 철학을 함께 나누는 가족입니다. 저희는 '3년 내 자립' 같은 목표도 없어요. 자립 못하면, 가족이 아닌가요? 콩 하나만 있어도 서로 나눠 먹는 거예요. 대신 소신껏, 그리고 행복하게 목회하라고 합니다."

-'행복'을 강조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는 대형교회도 개척교회도 해봤고, 여러 단체도 세워 봤어요. 선교지에서도 선교사들을 얼마나 많이 만났는지 모릅니다. 여기서 내린 결론이 하나 있어요. 영성 있는 목회자가 누구인가? 바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하나님이 나를 사용하신다는 것이 행복한 사람 말입니다. 개척교회도 힘들지만, 대형교회는 대형교회대로 또 힘들어요. 선교지들을 다니며 배운 것이 있는데, 선교를 탁월하게 하는 분들은 다 이렇게 말해요.

'아유, 목사님이 힘들지 저희는 안 힘들어요. 한국이 제일 불편해요. 선교지 분들 좀 느려서 그렇지 너무 착하고 좋아요.'

선교 못하는 분들은 이래서 힘들고 저래서 힘들고 한국이 좋고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해요. 그런데 이렇게 다른 두 모습에서 많은 것을 느꼈어요.

목회도 그렇습니다. 행복하고 감사하게 하시는 분들은 교회가 작아도 성도들도 좋아하십니다. 그런데 목회자가 힘들고 어렵다고 말하면, 성도들은 미치고 환장합니다.

성도들이 목회자를 엄청나게 참아주잖아요? 사실 목회자들만 몰라요. 성도들이 얼마나 참아주는지(웃음). 저희 교회만 해도 성도님들이 저를 얼마나 참아주겠어요. 늘 집회 다니고 라이트하우스 사역도 하는데 동의해 주시는 거죠.

제가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좋은 목사님들을 통해 진정한 교회를 세우는 일입니다. 그래서 플랜팅 시드 3기를 3월에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신청자들 중 32명만 뽑아서 1년 동안 함께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