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 사는 15세 기독교인 소녀가 60세 무슬림에게 납치돼 강제 결혼을 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가 13일 보도했다.
시타라 아리프의 아버지 아리프 길 씨는 딸이 지난해 12월 15일 펀자브주 파이살라바드의 유사파바드 지역에서 무슬림인 라나 타이야브에 의해 납치됐다고 밝혔다. 타이야브는 시타라가 가정부로 일했던 무슬림 공립학교 교장인 닐라 암브린의 남편이다.
지체장애 가톨릭 신자인 그는 모닝스타뉴스에 “딸의 유괴 사실을 신고하려고 경찰서에 갔지만, 경찰은 내 신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건물 밖으로 강제로 내쫓았다”면서 “나일라 부인은 공무원이며, 그녀와 남편 모두 경찰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어 경찰은 내 신청을 전면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더 이상 추궁하지 말라는 굴욕과 협박을 거듭 당한 끝에, 다시는 딸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운명 앞에 굴복했다. 아내와 나는 딸의 안전과 안녕에 대해 아무 소식도 듣지 못한 지 두 달여가 지났다”며 “아이를 빼앗긴 날 이후로 우리의 고통과 괴로움은 오직 하나님만이 아신다”라고 호소했다.
파키스탄소수자동맹(Minorities Alliance Pakistan)의 회장인 악말 바티 변호사는 현재 길의 변호를 맡고 있다. 그는 이달 3일, 길 씨의 상황을 접했으며 즉시 가족이 파이살라바드 지역 경찰서장과 만날 수 있도록 주선했다.
이들이 경찰의 무관심에 항의하며 최초정보보고서(FIR)에 즉시 등록할 것을 요구하자, 지난 4일 FIR에 등록되어 경찰 수사가 진행됐다. 결국 이 사건은 납치, 유괴 또는 강제 결혼과 관련된 파키스탄 형법 365-B조에 따라 정식 등록됐다.
바티에 따르면, 타이야브의 집을 급습했을 당시 그의 아내인 네일라 암브린은 경찰에게 그와 시타라의 이슬람 결혼 증명서를 내밀었다.
바티는 “이는 미성년 소수자 소녀의 강제 결혼과 관련된 모든 사건에서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피고인은 먼저 피해자를 강간한 다음, 이슬람 니카(결혼증명서)의 표지를 사용해 이 극악무도한 범죄에 대한 처벌을 면한다”고 지적했다.
또 “지금은 경찰이 움직이지만, 가족이 가난하고,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정의를 박탈당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범행이 처음 신고됐을 때 경찰이 조치를 취했다면 아이를 더 빨리 수습할 수 있었는데, 오래 지체되어 피고인이 위치를 바꿀 충분한 시간을 벌게 했다”고 했다. 경찰은 심문을 위해 타이야브의 친척 2명을 구금했다가 최근 석방했다.
펀자브 주에서 소녀가 결혼 가능한 최소 연령은 16세이며, 신드 주에서는 18세이다. 이슬람법에는 결혼에 대한 구체적인 최소 연령이 정해져 있지 않아 이슬람 개종 후 소수민족 소녀들이 고령의 남성과 강제 결혼하는 사례가 발생하며, 이는 신체적, 감정적, 성적 학대로 이어지고 있다.
바티는 파키스탄 전역에서 결혼 가능한 최소 연령을 18세로 지정할 것을 연방정부에 촉구했다. 또 그는 여아의 기본권 침해 사례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아동권리위원회와 펀자브 아동보호복지국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파키스탄 연대와 평화를 위한 운동(Movement for Solidarity and Peace in Pakistan)의 2014년 보고서에 따르면, 기독교인과 힌두교도를 포함한 소수 종교 출신 여성들은 매년 최소 1천 명이 강제 개종과 결혼을 당하고 있다.
정부 당국은 해당 통계에 대해 "부실하고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지만, 2021년 포브스는 “많은 사례가 보고되지 않아, 실제 수치는 훨씬 더 높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라호르에 본부를 둔 사회정의센터(Center for Social Justice)에 따르면, 2021-2022년에 60건 이상의 의심스러운 이슬람 개종 사례가 보고됐다. 희생자는 기독교인 30명, 힌두교인 30명이며, 희생자의 70%가 18세 미만으로 밝혀졌다.
파키스탄은 2023년 오픈도어가 꼽은 세계에서 가장 기독교인이 되기 힘든 국가 순위에서 전년도 8위에서 올해 7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