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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경은 그리스도인들과 그들 주님의 관계를 묘사하기 위한 많은 방법을 찾는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백성이며 자녀이고, 그리스도의 제자이자 친구이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이 하나님과 그리스도의 '노예'이기도 하다는 것은 아마도 거의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현대 성경이 '노예'라는 뜻이 분명한 그리스어 '둘로스'를 '하인, 종'으로 에둘러 번역하고 있기 때문이다.

머리 해리스 교수(미국 트리니티 복음주의 신학교 신학과 명예교수, 저자)는 그리스도의 노예가 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밝혀내기 위해, 1세기 그리스, 로마, 유대의 노예 제도와 이에 대한 신약성경의 태도를 조사하는 것으로 이 작업을 시작한다. 그 과정을 거쳐 그리스도의 노예 됨의 은유를 해설하고 그리스도의 노예가 될 때 참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역설을 제시한다. 이 책은 진지한 성경 연구와 실제적 적용을 위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성경 신학의 좋은 모델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신약 시대에서 '노예 됨'이라는 배경을 감안할 때 우리는 신체적 노예 됨을 은유적 노예 됨과 구분해야 한다. 일상적 의미인 신체적 노예 됨에는 두 사람의 외형상 관계가 수반되어서, 주인이 노예의 신체와 노예가 하는 일을 '소유한다.' 이번 장과 다음 장(즉 2-3장)은 이러한 외적 형태에 관심을 둔다. 반면 비유적, 즉 정신적 노예 됨은 두 사람의 내면상 관계와 관련이 있어서, 그 상태에서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지배 아래 있거나(예를 들어 '그리스도의 노예'), 무언가의 지배 아래 있다(예를 들어 '의무의 노예', '유행의 노예'). 이러한 내적 형태의 노예 됨이 이 책 나머지 부분(즉 4-9장)의 초점이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신약 노예제의 배경을 논의할 때 추가로 신중하게 구별 지어야 하는 부분이 있으니, 바로 개념상 배경과 역사상 배경 사이의 구분이다. 교회에 이방인의 큰 무리가 급속도로 포함되기는 했지만 기독교는 유대교의 비밀 집회로 시작되었고, 첫 그리스도인들은 유대인이었다. 그래서 문자 그대로의 노예제든 비유상의 노예제이든, 노예제에 대한 신약의 관점에 유대교가 나타나고 더 전반적으로는 고대 근동의 개념이 나타나리라고 예상해야 한다. 그러나 그리스-로마의 개념도 틀림없이 한몫을 한다. 신약 전체가 그리스어로 쓰였고 그리스어가 헬레니즘 시대의 공용어였으므로 신약에서 노예제를 나타내는 용어에는 그리스식 분위기가 묵직하게 따라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음 그리스도인들이 '그리스도의 노예'가 되는 영광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겼는지는 신약 저자 네 명의 편지 서두만 보아도 뚜렷하게 보인다. 바울이 로마서를 '그리스도 예수의 노예인[예수 그리스도의 종] 바울은 사도로 부르심을 받아'(롬 1:1)로 시작하지, '그리스도 예수의 사도이자(참조. 고전 1:1) 그의 노예'로 시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분명 의미심장하다. 베드로도 예상과 달리 베드로후서를 '예수 그리스도의 노예[종]이며 사도인 시몬 베드로'(벧후 1:1)로 시작하지, '예수 그리스도의 사도이자 노예'로 시작하지 않는다. 이들 초대 교회의 주요 인물 둘 다 그리스도의 사도가 되는 것보다 그리스도의 노예가 되는 것을 더 귀한 특권으로 생각했다고 추론해도 되지 않을까? 다음으로 예수의 두 형제인 야고보와 유다의 증언도 있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신약이 노예 이미지를 부정적으로도 긍정적으로도 사용한다는 것은 놀라워할 일이 아닐 것이다. 한편으로는, 우리는 죄에, 멸망에, 정욕에, 술에, 영적 권세에, 거짓 신들에게, 타인에게 노예가 된 사람들에 대해 읽는다. 다른 한편으로는 긍정적인 의미로,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에게, 그리스도에게, 의에, 순종에, 동료 신자들에게 노예가 되어 있거나 노예가 되라는 권함을 받는 것으로 묘사된다"고 했다.

한편, 해리스 교수는 미국 트리니티 복음주의 신학교의 신약 주해 및 신학과 명예 교수다. 영국 케임브리지 틴들 하우스 소장과 케임브리지 대학교 신학원 교수를 역임했으며 F. F. 브루스 교수 문하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50년 이상 그리스어 신약성경을 읽고 가르쳤으며 NIV 성경 번역에도 참여했다. 저서로는 <막힘없이 성경 읽기>, <신약에 나타난 부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