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내내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고 winter storm 주의보가 뜨면서 마음이 참 무거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펜데믹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이 움츠러져 있는데 가장 열심을 내고 분주해야 할 성탄의 계절에 날씨까지 이 모양이니, 과연 우리가 성탄에 합당한 예배를 드릴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 세계가 충격에 빠진 지가 벌써 3년이 되었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고 쇼핑몰에 인파가 가득하고, 비행기에 빈 자리가 없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일상으로 돌아온 것도 같지만, 이상하리만치 교회는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왜 쇼핑몰에는 사람이 차고 넘치는데 교회에는 빈자리가 이렇게 많은 것일까요? 결국은 마음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결국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은 하는 것입니다. 마음에 하고 싶은 일은 하는데,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일들은 하지 않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우선순위의 문제인 것입니다.
문득, 청년 때 새벽송을 돌던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온 교회가 밤까지 성탄축하 공연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습니다. 주일학교 학생들은 혀 짧은 소리로 성경을 암송했고, 중고등부 학생들은 율동을 하거나 예수님께 쓴 편지를 낭독하곤 했습니다. 청년들이 많은 교회는 성극이 볼만 했는데, 100% 아마추어들이었지만 한번 공연을 위해 몇달을 연습하곤 했습니다. 그렇게 예배가 끝나면 성도들은 집으로 돌아갔고, 청년들은 교회에 남아 게임을 하거나 선물 교환을 하면서 시동을 걸다가, 밤이 깊어지면 교인들 집을 돌며 성탄 찬양을 불렀습니다.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마지막 집에서 떡국을 먹고 모두 장렬히 전사할 때까지 한 사람도 낙오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하고도, 그 다음날 성탄절 예배를 함께 드렸습니다.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원해서 한 일들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EM 목사로 이 교회를 섬기던 2005년까지도 학생들을 데리고 새벽송을 돌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새벽송은 사라져 버렸고, 메리 크리스마스는 해피 할르데이로 바뀌었으며, 밤을 새며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성탄의 기쁨을 전하던 크리스마스 카드는 이제 한 번에 수십 명씩 단체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카톡으로 바뀌었습니다. 예수님은 자기 자신을 비우시고 비우셔서 우리에게 오셨는데, 우리는 그런 예수님을 비우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전에 라오스 정창용 선교사님에게 받았던 소식이 기억났습니다. 약 600여명의 고아학교 학생들과 선생님, 그리고 선교사님이 섬기시는 교회의 성도들이 함께 성탄 축하파티를 했다가 경찰의 경고를 받았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세계 기독교 10대 박해국인 라오스에서, 그것도 국립 학교인 고아학교 전체가 단축 수업을 하고, 찬송가를 연습해서 함께 부르고, 또 생일 케이크를 자르며 예수님의 생일을 축하했으니 그럴 법도 했던 것입니다. 올해는 우리에게도 그런 마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로 한껏 위축된 마음을 내려놓고, 자기를 비우고 비우고 또 비워서 예수님을 높이는 성탄의 계절이 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