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매체 'The Washington Stand'에 '낙태 합법화 판례 뒤집은 미국이 한국에 주는 교훈'(Lessons for South Korea from Post-Roe America)라는 제목의 글이 최근 실렸다. 미국 가족연구위원회(FRC)의 조이 스탁바우어 인간존엄성센터 정책연구원과 데이빗 클로슨 성경적세계관센터 디렉터가 쓴 글로, 조평세 박사(트루스포럼 연구위원)가 이를 번역해 26일 소개했다.
이들은 이 글에서 "지난 2022년 6월 24일 이전까지 미국은, 전 세계에서 임신 주수에 상관없이 태아에 대한 법적 보호가 전혀 없는 단 6개의 나라 중 하나였다"며 "하지만 지난 6월 대법원의 낙태 합법화 판례(Roe v. Wade)를 뒤집은 돕스(Dobbs v. Jackson) 판결로 인해 현재는 미국의 50개 주 중 절반 이상이 태중 생명을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이어 "미국의 이번 사례는 낙태와 같은 '죽음의 문화'를 거스르고 바로잡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면서 "한국도 미국의 사례를 따라, 북한, 중국과 같이 태아 생명을 침해하는 최악의 나라 명단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 2019년 한국 헌법재판소는 기존의 태아보호법(낙태죄)을 헌법불합치로 판결하고, 국회에 관련법 입법(개정)을 명령했다"며 "하지만 국회는 입법 기한인 2020년 말까지 태아 보호를 위한 새로운 임신 주수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결국 2021년 1월 1일부터 낙태와 관련한 모든 규제가 없어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21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의 태어나지 못한 아이들은 낙태로부터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물론 2020년 헌재의 판결 이전에도 한국에서는 사실상 생명보호 조치가 충분히 엄격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불법 낙태가 성행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들은 "코리아헤럴드 기사에 의하면 1970년대와 80년대 한국 정부는 높은 출산율을 낮추기 위해 사실상 낙태를 권장한 바 있고, 또한 90년대까지도 태아 성별에 따른 선별적 낙태가 일반적이었다고 한다"며 "그런데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인해 한국의 낙태 건수가 다시 급증한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2017년 4,800건이었던 낙태가 2020년에는 무려 32,000건으로 증가한 것"이라고 했다.
또 "낙태가 인구통제의 일환일 뿐이라는 잘못된 인식과 가족계획을 통한 가족 설계의 욕구는 낙태를 '인권'이라고 주장하는 급진 페미니즘 운동과 함께 더욱 왜곡되고 고착화되었다"며 "물론 한국이 여성에게 실제로 위험한 곳이라는 여성운동가들의 주장도 참고할 만하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살인범죄 피해자의 여성 비율이 세계적으로 높고, 한국에서의 강력범죄 피해자 90퍼센트가 여성이라는 통계도 있다"고 했다.
이들은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여성을 비하하고 차별하는 사회문화에 대한 해결책이 낙태일 수는 없다. 낙태는 무고한 자녀의 생명을 끊어버림과 동시에, 여성인 산모에게도 영구적인 트라우마를 남기는 과정이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프로라이프 운동은 생명존중(낙태 반대)이 태아뿐 아니라 산모, 즉 여성을 보호하고 존중하며 옹호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더욱 확실히 하고 알릴 의무가 있다"고 했다.
이어 "생명에 대한 한국의 행보가 우려스러운 것이 사실이지만 희망적인 현상도 보인다. 예를 들어 지난 2019년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후 한국의 프로라이프 운동이 급격히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의 프로라이프 운동가들은 더욱 많은 행사를 개최하고 있으며 더 많은 생명존중 문헌과 영상을 제작, 배포하고 있다"고 했다.
또 "한국의 낙태 관련법 공백 상태가 장기화되고 실제 낙태 건수도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점점 더 많은 한국 사람들이 태아를 죽이는 일에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2018년에는 한국 천주교에서 프로라이프 청원을 위한 백만 명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또한 많은 성당과 교회들이 태아를 보호하는 프로라이프 행사를 주최하거나 동참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한국의 프로라이프 목소리는 주로 천주교에서 나오고 있다. 일부 프로라이프 운동가들에 따르면 한국 개신교의 많은 대형 교단과 교회는 낙태에 대해 미지근한 반대 목소리를 내거나 상황을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며 "이는 미국 프로라이프 운동의 초기 모습과 닮았다. 미국에서 프로라이프 운동이 시작할 때도 사실상 가톨릭교회가 거의 홀로 서 있었고 개신교회들은 거의 참여하지 않거나 오히려 일부는 낙태 정책을 지지하기까지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프로라이프 운동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목회자들과 교회들, 그리고 특히 비천주교 기독교단들이 생명을 위해 나서주어야 한다. 많은 자유주의 신학자들의 주장과 달리, 성경은 분명하고 강력하게 프로라이프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은, 프로라이프 운동에 전적으로 동참함으로써 결국은 낙태 합법화 판례를 뒤집는 데 기여한 미국교회의 연합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미국이 낙태 합법화 판결을 뒤집는 데에는 꼬박 49년이 걸렸다. 그리고 그 사이 무려 6천만 명의 존엄한 생명을 낙태로 잃었다"며 "한국은 미국의 참혹한 반세기 역사를 반면교사로 삼아, 가장 연약하고 취약한 이들을 낙태로부터 보호할 기회가 주어졌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교회가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가장 작은 생명들을 위해 연합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죽음의 문화를 거슬러 태아와 산모를 모두 보호하는 생명존중의 문화를 다시 일으키는 일은 결코 늦지 않았다. 한국교회는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49년을 기다려선 안 된다. 바로 오늘 그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