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신학회(회장 임원택)가 29일 경기도 수원시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교회 연합과 일치-혐오와 갈등을 넘어'라는 주제로 제79차 정기논문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제발표는 이상규 교수(백석대 석좌)와 요시다 코조 목사(서울일본인교회)가 했다. 특히 이 교수는 분열된 교회가 어떻게 상호협력해 연합을 도모하고 교회 일치를 이룰 것인가에 대해, 장로교를 중심으로 고찰했다.
이 교수는 "일제하에서의 장로교 총회의 해산 혹은 폐합은 타의에 의한 강제였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1912년 장로교 총회가 조직된 이후 1952년 8월까지 40년간 한국에는 분열되지 않는 하나의 총회로 남아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1950년대 한국의 장로교회는 3차례의 분열을 통해 고신(1952), 기장(1953), 합동(1959), 통합(1959)의 4교단으로 분리되었고, 이 분열이 오늘의 한국장로교회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그 이후, 특히 1970년대 특히 합동측 교회는 수다한 분열을 거듭하여 현재 한국장로교회는 약 100여 개가 넘는 교단으로 분리되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렇게 분열된 한국교회가 연합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그것에 관심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연합을 이루지 못 하는 이유를 3가지로 제시했다.
그는 "첫째는 분리주의적 사고라고 할 수 있다. 신학과 신앙고백적 일치에도 불구하고 교회연합에 대한 무관심은 근본적으로 우리 속에 내제한 '분리주의적 사고'라고 할 수 있다"며 "분리주의적 사고는 연합에 대해 소극적이게 한다. 따라서 연합에 대한 비적극성은 분리주의적 성향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둘째, 세속적 이해관계를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합을 이루기 위해선 현재의 구조와 체제의 변화가 불가피한데, 이는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할 때 가능해 진다"며 "따라서 자기희생이 요구된다. 이런 세속적 이해관계를 포기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희생적인 연합보다는 안정적인 분리에 안주하게 된다"고 했다.
끝으로 "셋째, 연합 없는 생존과 자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떤 조직이든 현재의 상태에서 존립 가능하다면 구태여 다른 집단과 연합하거나 통합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며 "현재의 상태에서 교회나 교단이 존립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다른 교회나 교단과 통합할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특히 이 교수는 "교회 연합을 위한 노력은 권장되어야 할 것이지만 오늘과 같은 다원적인 사회에서 한국의 모든 장로교회가 '하나의' 단일한 교회조직으로 통합되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다"고도 했다.
그는 "하나의 교회로 통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바람직하지도 않다. 어떤 점에서는 단 하나의 교회로 통합하기보다는 몇 개의 건실한 교회로 나눠 있는 것도 유익할 수 있다"며 "꼭 하나의 교회로만 있어야 한다는 것은 로가 가톨릭에서 보는 바처럼 획일주의에 빠질 위험성이 있다"고 했다.
아울러 "신앙고백을 달리할 경우의 교회 분립은 불가피하고 이런 경우의 분리는 어느 정도 정당성을 지닌다. 따라서 신앙고백적 차이마저도 무시한 채 기구적 통합을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교수는 "반대로 신앙고백적 일치에도 불구하고 연합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은 분리주의라고 할 수 있다"며 "그러므로 가능한 범위 안에서는 '연합(통합)'을 추구하되, 그 연합이 어렵다면 가능한 서로 '협력'하는 일이 우리시대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회연합을 위해 필요한 자세로 △관용적 태도 △존중과 인정을 꼽았다.
이 교수는 "연합하고 하나되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성경의 명령이기 때문"이라며 "같은 신앙고백을 채택하고 있으면서도 여러 교단으로 나뉘어져 있는 것은 정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사회문제에 대한 효과적 대처를 위해서도 연합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분열은 힘을 분산시킨다. 장로교회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교파이지만 지나치게 분열되어 있기 때문에 사회 정의나 윤리적 계도자로서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게 한다. 과거의 교회가 연합된 힘을 보여주지 못했기에 대 정부관계나 사회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그는 한국교회의 복음증거와 쇄신 등을 위해서도 연합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프로테스탄티즘은 교파적 다양성을 인정해 왔고, 동시에 다양성 속에서의 통일성(Unity in diversity)을 강조해 왔다"며 "다양성 속에서의 통일성이란 자기 교파나 교단의 신학, 전통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동시에 다른 교회의 신학과 전통을 존중해주는 입장"이라고 했다.
그는 "이제는 여기서 진일보하여 연대성을 지닌 다양성(Diversity in solidarity)을 모색해야 하고, 상호 연합을 위해서 극단적인 것을 지양하고 상호 예의와 양보를 통해 연합을 이루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