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광 목사(월드쉐어 USA)
(Photo : 기독일보) 강태광 목사(월드쉐어 USA)

천재적인 이야기꾼 체호프의 단편소설입니다. 이야기는 은행가가 15년전 다소 황당한 내기 상황을 회상하며 후회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은행가가 초청한 파티에서 사형제도와 종신형 중 어느 것이 인간적인 프로그램인가를 토론합니다. 은행가는 사형제도가 좋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변호사는 사형과 종신형 모두 부도덕한 제도라고 비판하지만, 둘 중 하나를 고른다면 종신형을 선택할 거라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인간의 한 번뿐인 생명은 소중하므로 죽지 않고 삶을 유지하는 게 낫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들은 은행가는 변호사가 거짓말하고 있다면서 그에게 황당한 내기를 제안합니다. 처음에 은행가는 변호사가 감옥에 5년 동안 살지 못한다는 데에 200만 루블을 겁니다. 그 당시 200만 루블은 어마어마한 돈입니다. 그런데 패기로 뜨겁게 타오르던 변호사는 5년이 아니라, 15년을 감옥에서 살 수 있다면서 은행가가 제안한 내기를 받아들입니다.

은행가는 자기가 일시적으로 너무 기분을 냈던 것이 부끄러워 젊은 변호사를 설득해 보려고 노력합니다. 자유의지로 갇힌다는 것은 아주 힘든 일이 가고. 하지만 변호사의 패기를 꺾을 수가 없었습니다. 돈 많은 은행가의 만용 그리고 젊은 변호사의 물욕과 오기로 황당한 내기가 성사 되었습니다.

내기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문턱을 넘지 못합니다. 살아 있는 사람을 볼 수도 없고, 사람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편지도 신문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악기는 쓸 수 있고, 책도 읽을 수 있고, 와인도 마실 수 있고 담배도 피울 수 있습니다. 갇힌 곳에 작은 창을 하나 내 주기는 하는데, 목소리로 이야기 하면 안 됩니다. 계약 기간은 1870년 11월 14일부터 1885년 11월 14일 자정까지입니다. 

이렇게 성사된 내기는 실행되었습니다. 25세의 젊은 변호사는 15년 동안 건물 밖으로 나올 수 없었습니다. 변호사가 생활하는 독방은 바깥세상과 완전히 차단된 공간이었습니다. 그 건물에 쪽지를 작은 창문이 달려 있는데 쪽지를 주고받고 이것은 변호사가 바깥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습니다. 초기에 변호사는 외로움과 무료함에 시달렸습니다. 

담배도 거부하고 와인도 거부하던 변호사는 안정을 찾습니다. 수감 생활 첫해에 변호사는 피아노만 연주하다시피 했고, 두 번째 해에 그는 피아노를 치고 클래식 음을 요구하고 글을 썼습니다. 다섯째 해가 되자 음악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와인도 마시기 시작했답니다. 그때 변호사는 그저 먹고 마시는 것을 생활의 전부로 여기는 것처럼 살았습니다.

그런데 여섯 번째 해가 시작되자 변호사는 철학과 어학 그리고 역사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변호사는 독서에 매진하였습니다. 4년 동안 읽은 책이 600여권이나 되었답니다. 젊은 변호사가 요청하는 책을 조달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열 번째 해가 지나자 이 변호사는 이제 신약성경만을 읽었는데, 600권의 '지혜'의 책을 읽은 이 사람이 일 년 내내 신약만 붙잡고 있는 것을 이 은행가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어쨌든 그 후 이 변호사의 독서방향은 신학과 종교학의 역사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감방생활 마지막 두 해의 독서방향은 뒤죽박죽이었답니다. 자연과학 쪽을 읽다가 바이런이나 셰익스피어를 읽고, 화학 의학 교과서에 철학과 신학 계통의 논문으로,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읽었답니다.

내기가 끝나기 전날, 은행가는 15년 전에 자신이 내기를 제안한 것을 후회합니다. 다음 날이 되면 변호사가 어처구니없는 내기의 승자가 되고, 은행가는 전 재산인 200만 루블을 주고 파산할 것입니다. 내일이면 은행가는 내기도 지고 인생의 패배자가 되어 쓸쓸한 말년을 보내야 했었습니다.

내기 결과를 두려워한 은행가는 15년째 자유를 포기한 채 살아온 변호사를 죽이기 위해 직접 독방에 들어갑니다. 은행가 눈에 젊은 변호사는 '불쌍한 영혼'이었습니다. 그런데 변호사가 남긴 메모를 봅니다. 젊은 변호사는 계약만료 직전에 계약을 파기하고 탈출한 것입니다.

이상은 시대와 언어, 국경을 넘어 사랑 받는 작가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Anton Pavlovich Chekhov)의 단편소설 <내기>의 줄거리입니다. 체호프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결말로 독자들에게 묵직한 교훈을 남깁니다.

체호프는 가난한 잡화상의 셋째 아들이었습니다. 그는 모스크바대 의과대학을 다닐 때 유머 잡지나 신문에 단편과 잡문을 기고하며 생활비를 벌었습니다. 그는 스물네 살에 의사 면허를 받아 의사로 살았습니다. 하지만 글쓰기도 계속했습니다. 체호프는 '귀여운 여인' 등 400여 편의 단편과 여러 장편을 썼습니다. 체호프 작품에 의사가 자주 등장하는데, '벚꽃 동산'이라는 작품을 제외하곤 거의 무능하고 무기력한 인물로 의사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동안 진료를 계속했던 체호프는 종종 "의학공부와 수련은 나의 문학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체호프는 "직업이 하나가 아니라 두 개가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더 자신감과 만족감을 느낀다. 의학은 나의 합법적 아내(lawful wife)이고, 문학은 나의 정부(情婦, mistress)다. 한쪽에 진저리가 나면 다른 쪽과 밤을 보낸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이 의사 문학가 체호프의 정체성이었습니다. 의사 작가 체호프는 이간 본성에 대한 깊은 이해로 등장인물 묘사가 섬세했습니다.

 <내기>는 허망한 결말로 유명한 체호프 소설의 특징이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소설 <내기>가 주는 교훈을 정리해 봅니다. 첫째 우리 인생을 망치는 만용과 탐욕이 보입니다. 은행가의 만용과 젊은 변호사의 탐욕이 헛된 내기의 출발입니다. 만용과 탐욕으로 지금도 망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가 둘째로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의 실수의 결과가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보여줍니다. 늙은 은행가도 젊은 변호사도 부질없는 것에 인생을 걸고 삶을 망치는 패자입니다. 셋째로 허망한 일을 포기하지 못해서 망하는 인생을 보여줍니다. 중도에 포기하면 간단한데 포기하지 못합니다. 부질없는 고집으로 인생이 처참하게 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