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권 국가인 쿠바가 동성결혼을 공식 허용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25일 쿠바는 동성 간 결혼 및 입양을 합법화하는 가정법 개정안을 국민투표로 통과시켰다.
알리나 발세이로 구티에레스 쿠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은 26일 가족법 개정 여부 국민투표 개표 결과 찬성 66.87%(393만 6,790표), 반대 33.13%(195만 90표)로 각각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유효표 과반수 찬성을 얻어 법안이 통과됐다.
이번 결과가 역사적 변화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쿠바 내 영향력이 큰 가톨릭교회와의 마찰도 예상된다.
투표를 일주일 앞두고, 쿠바 가톨릭 주교회의(Cuban Conference of Catholic Bishops)는 대리 임신과 동성커플의 입양 등 일부 사항 때문에 개정안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400개 이상의 조항으로 이뤄진 가족법 개정안은 기존 '남성과 여성의 자발적 결합'이라고 돼 있던 결혼의 정의를 성별과 무관하게 '두 사람 간 자발적 결합'으로 바꾸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아동 권리 강화, 손자·손녀에 대한 조부모 권리 확대, 가정 내 폭력 처벌, 입양 허용 등 규정도 새로 시행된다.
쿠바 복음주의자들(Cuban Evangelicals)은 오랫동안 동성결혼에 대한 반대를 표명해 왔다. 2018년에 헌법 68조에서 혼인을 성중립화하는 헌법 개정안이 제안됐을 때, 쿠바의 복음주의자들은 이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당시 쿠바복음주의연맹(Cuban Evangelical League) 회장인 알리다 레온 바에즈(Alida Leon Baez)는 "이 법안이 승인될 경우 우리나라는 완전히 파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마바감리교회 레스터 페르난데스(Lester Fernandez) 목사는 "성경이 그것을 정죄하기 때문에 우리는 68조를 어떤 식으로든 승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퓨템플턴 글로벌종교미래 프로젝트에 따르면, 쿠바인의 약 59%가 기독교인이다. 쿠바에서 기독교인들의 수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지속적인 정부의 감시와 수색에 직면해 있다.
쿠바 정부는 1992년 헌법을 수정해 무신론 국가가 아닌 세속국가로 선언하고, 부분적으로 종교활동을 허용했다. 그 이후로 기독교 인구의 비율이 증가했다. 2019년 새 헌법이 채택되면서 쿠바가 세속 국가로 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공산주의 정권은 기독교인들을 계속 박해하고 있다.
지난 7월, 쿠바 국민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의약품과 식량 부족 속에서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시위를 벌이며 정부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해외 여행 제한과 장기간 지속된 코로나19 봉쇄 조치는 당시 이미 치솟고 있던 경제 위기를 더욱 심화시켰다. 시위가 폭발한 후 디아즈 카넬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정권 지지자들에게 거리에서 시위대와 맞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미국이 제재를 가함으로써 쿠바에 위기를 일으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당시 시위 도중 많은 종교 지도자들이 표적이 되고 체포되고 구타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