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한 이란 여성이 히잡을 허술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가 사망하자, 이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란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25일 기준, 정부의 과격 진압으로 시위대 41명이 사망하고 1200명이 체포됐다고 이란 국영 TV를 인용해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공식 집계는 발표되지 않았으며, 일부 매체는 비공식 사망자가 최소 50명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이번 소요사태는 지난 13일 히잡을 불량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이란의 ‘도덕경찰’에 체포된 쿠드르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22)가 구금 중 3일 만에 사망한 데 따른 것이다.

아미니는 보자라 구치소에서 경찰의 심문을 받던 중 머리를 구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당국은 그녀가 자연사했다고 주장하지만, 비평가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이다.

나다 알 나시프 유엔인권고등판무관 권한대행은 “특히 그녀의 가족이 정의와 진실에 접근을 보장하는 독립적 권한 있는 당국”을 통해 공정한 조사를 받도록 요구했다.

유엔은 아미니의 죽음이 도덕경찰이 최근 몇 달간 거리 순찰을 확대하면서 “히잡을 허술하게 착용한 여성을 상대로 언어적, 신체적으로 괴롭히고 체포함으로써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지난주 아테네, 베를린, 브뤼셀, 로스앤젤레스, 뉴욕, 파리, 스톡홀름 토론토, 밴쿠버, 워싱턴 등 국제 주요 도시에서도 연대 시위가 확산됐다. 일부 시위대는 이란 정부에 대한 항의 표시로 머리에 쓴 두건을 태우고,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을 보였다.

CNBC에 따르면, 이란 시민들은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퇴진을 요구하며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란 구호를 외쳤다고 보도했다.

반면, 이란 일부 도시에서는 반정부 시위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들은 시위대를 ‘이스라엘의 군인’ 또는 ‘폭도’로 지칭하며 당국에 시위대의 처형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서와 차량에 방화를 일삼았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지난주 유엔총회 연설에서 정부는 “국가 안보와 평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단호히 다룰 것”이라며 이번 소요사태를 “폭동”으로 규정했다.

미국 정부 산하 독립기구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는 아마니의 죽음과 이란 정부의 무력 진압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샤론 클라인바움 USCIRF 집행위원은 “마흐사 아미니의 끔찍한 죽음은 이란 정부가 종교를 근거로 여성을 폭력적으로 탄압한 수개월간의 정점이다. 그녀의 죽음에 책임 있는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바이든 행정부에 공식적인 규탄을 요구했다.

USCIRF는 "2021년 말, 이란 정부는 부적절한 방식으로 머리를 가린 여성에 대해 이 규칙을 더욱 엄격하게 집행할 것임을 상세히 기술한 정책 문서를 작성했다”면서 “2022년 7월, 보안군은 단속이 시작됨을 발표했고, 이 기간 동안 당국은 여성들을 심문하고 괴롭혔으며, 밴에 밀어 넣어 체포한 뒤 고문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위는 2009년 이란 대선 결과에 저항한 반정부 시위로 1500명이 사망한 ’녹색 운동(Green Movement)’ 이후 이란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미국의 이란 역사 전문가인 에반 시겔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시위대는 훨씬 더 대담하다”면서 “수십 년간의 억압과 굴욕에 대한 분노에 휩싸인 그들은 억압 기관, 특히 증오 대상이 된 경찰과의 시가전에서 자신들의 힘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시위가 “여성에 대한 정권의 시대에 뒤처진 태도에 저항한 최초의 시위”라고 평가했다.

오픈도어스 USA의 2022 세계 감시 목록(World Watch List)에 따르면, 시아파 무슬림 국가인 이란은 세계 최악의 기독교 박해 국가 중 9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