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초기 증상, 일부 성병과 유사
역학적 위험 환자 신체검사 등 주의 필요
해외에서도 "양성·동성애자들 사례 많아"

국내 첫 원숭이두창 환자가 7일 퇴원한 가운데, 치료를 맡았던 의료진은 이 환자의 초기 증상이 성병과 유사하다고 보고했다.

해당 의료진 등 공동 연구팀이 대한의학회지(JKMS)에 게재해 공개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이 30대 남성 환자는 양성애자였고, 관련 병력은 없었다. 독일에서 체류했던 이 남성은 현지 동성 친구가 원숭이두창 검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질병관리청에 이를 알렸다고 한다.

연구팀은 "원숭이두창의 특징적 증상이 나타나기 전 음경 궤양이 발생한 것으로 볼 때, 성적 접촉이 감염 경로였을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더 많은 사례를 추가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원숭이두창 초기 증상은 매독, 헤르페스 또는 림프육아종 같은 일부 성병 감염과 유사할 수 있다"며 "원숭이두창에 대한 역학적 위험 요소가 있는 환자들의 신체검사와 함께 주의 깊은 병력도 알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해외 일부 전문가들은 특히 동성 간 성접촉을 통해 원숭이두창이 감염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영국 보건안전청(UKHSA)은 원숭이두창 감염자 대부분이 동성애자, 양성애자, 남성과 성관계를 하는 남성이라며 주의를 촉구한 바 있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도 초기 데이터 분석에서 "양성애자나 동성애자 또는 다른 남성과 성관계 이력이 있는 남성의 확진 사례가 많다"고 보고했다.

현재 유럽과 북미 원숭이두창 환자들은 주로 동성애자나 양성애자,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한 남성들에게서 발견되고 있다. 반면 아프리카의 경우 남녀 감염자 비율이 비슷하고, 감염 동물과의 접촉을 통해 발병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일 런던 한 연구진도 "원숭이두창의 정의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유럽과 미국 등지의 원숭이두창의 경우 성병과 증상이 비슷해 발병 사실을 놓치기 쉽고, 성기와 항문 주변 병변이 많고 열은 덜 나는 등 진단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원숭이두창과 관련한 중요한 정보임에도, 메디게이트와 청년의사, 메디컬투데이 등 의학 관련 언론들에서 주로 보도하고 있을 뿐, 일반 언론에서는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이는 질병관리청의 지침 때문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본지의 원숭이두창 환자에 대한 위 보고서 내용과 대응책 관련 질의에 "연구논문은 생명윤리위원회(IRB) 승인을 거쳐 연구를 진행하여 작성되고, 연구자는 해당 논문을 저널에 투고·게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논문 게재는 연구 내용을 단순히 공유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내용과 결과에 대해 동료학자들의 평가를 받고 과학적 근거를 강화하고 구축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그러한 이유 때문에 연구논문은 학자와 연구자들의 지식 공유 공간인 저널에 공개되고 있다"고 전제했다.

또 "해당 연구논문에 공개한 민감정보(연령, 성별, 성적지향성)는 원숭이두창의 감염병, 전파경로 등을 연구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정보"라며 "IRB 승인이 이뤄진 연구논문에서 구체적인 환자에 대한 특성 공개는 의학 학술적 측면에서 가치가 있고 존중받아야 한다. 해당 연구논문에 민감정보 게재는 학술·학계의 영역으로 연구책임자가 연구윤리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며, 외부에서 관여할 수 없다"고 했다.

질병관리청 측은 "원숭이두창의 방역적 측면에서의 정보공개 원칙은 '재난 및 안전과리 기본법' 제38조 2항에 따른 주의 이상의 위기경보 발령 시 감염병 환자의 이동경로, 접촉자 현황 등의 정보는 역학적 이유, 법령상 제한, 확진자 사생활 보호 등 다각적 측면을 고려해 감염병 예방에 필요한 정보에 한해 공개하고 있다"며 "감염병예방법 제34조의2 및 동법 시행령 제22조의2에 근거해 성명, 성별, 나이, 국적, 거주지 주소(읍·면·동 단위 이하), 직장명 정보 등 개인정보, 그 밖의 감염병 예방과 관계없다고 판단되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에서는 확진 환자의 성명, 성별, 나이 및 읍·면·동 이하 거주지 주소 등 감염병 예방과 관계 없다고 판단되는 정보는 공개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것.

이와 함께 "감염병 발생 시 신속 정확한 정보공개는 국민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만큼,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 언론보도가 이뤄져야 한다"며 "그러나 개인에 대해 필요 이상의 과도한 정보 공개 및 취재는 당사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낙인을 발생시켜 개인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2차 피해를 가하게 되기에 언론의 신중한 보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들은 "2020년 4월 28일,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과학기자협회에서는 「감염병보도준칙」을 제정, 취재를 통한 차별 및 낙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감염인과 가족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사생활을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을 동 보도준칙에 담아 정보공개 윤리에 대해 언론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난 2020-2021년 코로나19와 관련해 특정 종교나 집회 관련 확진자들에 대해서는 정확한 인과관계 연구와 직접적 연구논문 발표 없이도 다수 언론들이 무차별적 공개와 낙인찍기를 일삼았다는 점에서, 당시와 모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당장 오는 16일 서울광장에서 개최 예정인 퀴어축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