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대해 오던 두 명의 러시아 정교회 성직자가 벌금형에 이어 징역형에 처할 위기에 놓여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에 따르면, 게오르기 에델슈타인(Georgy Edelshtein) 신부와 요안 부르딘(Ioann Burdin) 신부는 2월 24일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 작전과 키릴 총대주교(Patriarch Kirill)를 향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에델슈타인 신부는 지난달 30일 프랑스 언론매체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침략자, 우크라이나는 침략의 희생자”라며 “제가 나쁜 신부가 된 것 같아 두렵다. 나는 모든 전쟁에 반대한 적은 없지만, 땅을 빼앗거나 공격적인 전쟁에는 항상 반대했다”고 밝혔다.
두 신부의 시위는 침략 다음날인 2월 25일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서한에 서명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서한은 부르딘 신부가 사역한 카라바노보 시에 위치한 그리스도부활교회 홈페이지에 게재되었다가 삭제 당했다.
서한은 “우크라이나 주민의 피는 이 명령을 수행하는 군인뿐만 아니라, 러시아 통치자들의 손에 남아있을 것”이라며 “그들의 피는 전쟁을 승인하거나 침묵한 우리 각자의 손에 달려있다”라고 경종을 울렸다.
반면, 고위 성직자인 코스트로마의 페라폰트 대주교(Metropolitan Ferapont)는 이 두 신부가 이 지역 성직자 160명 중 2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서한을 비난했다.
부르딘 신부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은 하나님의 나머지 십계명과 같이 나에게 있어 절대적”이라며 “어떤 내용을 넣거나, 왜곡하거나, 제한해도 다른 해석이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3월 6일, 부르딘 신부는 그리스도부활교회에서 러시아의 침공이 가져온 인명 피해에 대해 설교한 뒤, 행정법 위반 혐의로 이날 경찰에 체포됐다.
하르키우 인권 보호 단체에 따르면, 경찰은 부르딘이 우크라이나에 주둔한 러시아군과 민간인 공격을 언급함으로써,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켰다고 비난했다.
3월 10일, AFP 통신은 크라스노셀스키 지방법원이 부르딘에게 유죄를 선고하고, 400불 이상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보도했다. 또 러시아군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범할 경우, 최대 3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부르딘 신부는 4월 초 사역에서 물러나, 정교회 잔류 여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에델슈타인 신부도 예배를 드리는 것은 허용되지만, 사실상 교회에서 은퇴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