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 성향 빅토르 오르반(Viktor Orban) 헝가리 총리가 재선에 성공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그의 승리 비결은 '기독교 민주주의, 보수, 애국 정치' 브랜드를 내세운 것이 인기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헝가리 중앙선거관리국에 따르면, 4일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여당 피데스가 약 53%의 득표율로 199석 중 과반인 135석을 차지했다.
야권 연합인 헝가리연합은 34.89%의 득표율로 56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나머지 8석 중 7석은 6.15%의 득표율을 기록한 민족주의 정당이 차지했다.
오르반 총리는 승리 후 연설에서 지지자들에게 "우리는 가장 크고 압도적인 세력과 싸워야 했다. 국내 좌파, 해외 좌파, 브뤼셀(EU 본부) 관료, 모든 돈을 지닌 소로스 제국, 국제 주류 언론,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싸워야 했다"며 "오늘 밤 부다페스트에서 우리의 기독교 민주주의, 보수, 애국 정치의 승리를 전 세계가 목격했다"고 말했다.
3일 치른 선거에서 헝가리 유권자들은 LGBT 이슈와 관련된 여러 국민투표에도 참여했다.
이들은 "공교육에서 부모 동의 없이 미성년 자녀들에게 성적 지향을 가르치는 것", "미성년자들의 성전환 수술 홍보",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적 콘텐츠의 무제한 도입 허용", "민감한 젠더 이슈의 비디오 노출" 등의 법안에 대해 압도적인 거부 의사를 밝혔다.
특히 미성년자 성전환 수술 홍보(95.89%)에 대한 반대가 가장 높았고, 미성년자 아동의 음란물 노출(95.32%), 민감한 젠더 이슈의 미디어 노출(95.17%), 상담(95.17%), 부모의 동의 없이 아동과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가르치는 것(92.34%) 순이었다.
오르반 총리의 재선은 헝가리 의회가 오르반의 동맹인 카탈린 노박을 헝가리 최초의 여성 장관으로 선출한 지 3주 만에 이뤄졌다.
오르반 행정부에서 가족, 청소년 및 국제 문제를 맡고 있는 노박 장관은 지난 2019년 CP와의 인터뷰에서 "헝가리 정부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적극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미 행정부는 헝가리의 친가족 정책과 우리가 지난 9년 동안 도입한 조치에 대한 세부 사항을 알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총리 재임 기간, 오르반 정부는 출산율 감소를 되돌리기 위해 가족을 더 쉽게 부양할 수 있도록 고안된 정책을 제정했다. 특히 부모가 새 집을 사거나 지을 수 있도록 보조금을 제공하는 프로그램(Family Housing Allowance Program)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가족이 받는 금액은 자녀 수에 따라 증가한다. 한 자녀가 있는 가정은 2,160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세 자녀가 있는 가정은 3만 6천 달러를 받을 수 있다.
헝가리 정부의 추가적인 출산 장려 정책에는 무료 탁아소 및 유치원 운영, 3년 유급 육아휴직, 학자금 대출 지원, 4자녀 이상을 둔 어머니의 소득세 면제 등이 있다.
또 2020년 정부는 결혼을 '한 남자와 여자 사이의 제도'로 인정하고, 동성 커플의 자녀 입양을 금지하는 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이성 부부만이 자녀를 입양할 수 있다.
앞서 헝가리 의회는 젠더(gender)를 '일차적인 성 특성과 염색체에 기반한 생물학적 성'으로 정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또 '국제적인 낙태권은 없다'는 제네바 합의 선언에 서명한 31개국 중 하나로 동참했다.
서유럽의 많은 지역이 세속주의와 사회주의를 수용하는 데 반해, 오르반 총리는 강력한 보수주의 정책을 시행하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미국 내 보수주의자들에게서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동시에 "오르반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2020년 대선을 앞둔 유세에서 조 바이든 당시 후보는 헝가리를 '세계 전체주의 정권' 중 하나로 꼽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의 모든 깡패(국가)'들을 포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오르반 총리는 2021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헝가리를 겨냥한 서방국가의 자유주의 정치인들과 사상가들의 적대적 수사는 헝가리가 '보수적 국가의 대안'으로서 '좌파 자유주의 정부보다 훨씬 더 성공적인 국가'라는 질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오르반 총리를 비판하는 이들은 그에 대한 혐오감이 진정한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판적인 공화당원들과 텍사스의 루터대학교 신학교수인 H. 데이비드 베어 박사는 웹사이트 불워크(Bulwark)에 게재한 기고를 통해 "오르반 총리는 시스템 조작으로 재선에 성공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베어 박사는 "헝가리는 오래 전 민주주의의 자리를 떠났고, 경쟁적 독재 체제로 가는 길에 접어들었다"며 "오르반은 언론을 통제한다. 그는 교육 시스템을 통제한다. 그는 경제의 많은 부분을 통제한다. 그는 후원 시스템을 통해 지역 정치를 통제한다"고 비판했다.
오르반 총리는 현재도 러시아-우크라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지하는 입장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그는 러시아의 석유 및 가스 수입에 대한 유럽연합 제재 움직임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 전쟁에서 헝가리를 제외하는 것이 정책의 가장 우선순위"라며 "우리는 전쟁을 규탄한다. 특히 우리 이웃 국가에 발생한 전쟁을 반대한다. 우리는 폭력에 반대하고 동맹국과 함께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