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프로듀서, 푸틴 “본인이 정교회 통합 이끌 메시아라 믿는 듯”
조리아 주교 “복음과 하나님 율법에 정반대 인물”
글랜저 교수 “공산주의가 장악한 러 정교회, 정치도구화”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양국 간 긴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정교회 주교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적그리스도에 비유했다.

최근 영국 BBC의 글로벌뉴스 팟캐스트 선데이는 종교 및 윤리 프로듀서인 해리 팔리(Garry Farley)와 우크라이나 정교회 대변인인 예브스트라티 조리아(Yevstratity Zoria) 주교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팔리 프로듀서는 양국이 ‘공유하는 영적 공간’을 갖고 있다는 푸틴의 신념을 언급하며 “9세기에 동방 정교회가 이 지역에 도착했다는 것”이며 “그는 다른 많은 러시아인들과 함께, 러시아를 그 당시 존재했던 제국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본다”고 했다.

그는 “모스크바와 러시아 정교회는 발전했고 정교회 내에서 거대한 권력이 됐다. 그러나 2019년 우크라이나 정교회가 러시아로부터 분리되어 독립을 인정받았다”며 “종교는 푸틴의 정체성과 정신에 매우 중요하며, 그는 주현절(Epiphany) 축제를 기념하려고 얼음 물에 몸을 담그고, 세례 십자가를 착용한다”고 했다.

팔리는 푸틴이 “모스크바 아래 동방 정교회의 재통합을 위해 자신을 일종의 메사아적 인물, 즉 구세주로 보고 있다”고 추측하며, 우크라이나의 정교회가 “독립적”이며 “모스크바의 권위를 거부한다”고 전했다.

이에 조리아 주교는 푸틴을 “메시아적인 인물이 아닌 우리 시대의 적그리스도”라며 “그가 하는 모든 일이 복음과 하나님의 율법에 완전히 어긋나기에 적그리스도”라고 강조했다.

팔리는 양국 간 갈등의 바탕이 되는 종교적 배경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그는 “러시아인들에게 종교는 매우 중요하다. 71%가 정교회 신자라고 밝히고 있고, 러시아인의 절반 이상이 진정한 러시아인이 되기 위해서는 정교회 기독교인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의 중요한 지정학적 요인으로 “강력한 국가 정체성과 연결된, 강한 종교적 정체성의 결합”과 “러시아 정교회가 블라디미르 푸틴과 매우 가깝다”는 사실을 꼽았다.

또 “러시아 정교회의 수장은 침공 직후인 이번 주에 푸틴을 칭찬했다”고 그는 지적했다.

미국 개혁주의 전통 복음주의 교회 출판물인 ‘복음연합(The Gopel Coalition)’은 지난주 페리 글랜저(Perry Glanzer) 베일러 대학의 교육재단 교수의 논평을 실었다.

글랜저는 논평을 통해 “옛 공산주의자들이 대부분 러시아 정교회를 통제하고 있으며, 그들은 이 힘을 러시아판 기독교 민족주의를 지원하는 데 사용한다”라고 밝혔다.

글랜저는 이것이 “교회를 국가의 도구”로 만든다며, 러시아 정치인들이 “시민 사회를 재건하고, 종교의 자유를 개선하며, 종교 교육을 확대하려는 새로운 노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지배적인 러시아 정교회가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고 비판했다.

2년 동안 러시아에 거주했고, 우크라이나에서 오랜 기간 연구한 그는 러시아 정부가 “러시아 기독교인들이 기독교를 발전시키기 위한 기관을 세우는 것을 지속적으로 어렵게 만들고, 때로는 불가능하게 만들었다”면서 “전도를 불법화” 하며 “도덕적 개혁을 요구하는 개신교와 러시아 정교회를 박해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러시아 정부가 러시아계 미국인 기독교 대학인 도네크츠 신학대학(Donetsk Theological Seminary)을 문 닫게 했다고 주장했다.

글랜저는 “푸틴의 광적이고 치명적인 꿈을 확대하기 위해 2017년 러시아 용병들이 우크라이나로 진군해 (대학에) 본부를 차렸다”라며 기독교를 근절하려는 러시아의 노력이 국경을 넘어 확산됐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그는 러시아가 기독교를 대하는 태도를, 한때 가톨릭을 불법화한 구소련 국가였던 우크라이나와 대조했다.

그는 “러시아의 정치 지도력과는 달리, 러시아의 개입 이전에는 종교의 자유를 장려한 국가인 우크라이나에서 기독교 기관들이 번창했다”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최초의 가톨릭 고등교육기관인 ‘우크라이나가톨릭 대학교(UCU)’의 긍정적 영향에 대해 강조하며 “도덕적으로 부패한 공산주의 아래 지도력의 상처를 감수했음에도, 우크라이나에서 시민사회가 다시 시작되고 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반면 그는 “러시아인들이 국경 너머에 있는 시민사회의 징후와 희망을 없애기 위해 사냥에 나서고 있다”며 현 상황을 토로했다.

지난달 28일 케네소우 주립대학의 크리스티나 후크(Christina Hook) 분쟁관리학과 조교수는 필로스 프로젝트가 주최한 줌 웨비나에서 우크라이나의 최근 종교사와 그곳에서 벌어지는 사태를 설명했다.

후크는 “2018년 이전까지 우크라이나에는 세 가지 유형의 정교회가 있었다. 독립 정교회, 키예프 총대주교청, 모스크바 총대주교청”이라며 “분열이 일어났을 때, 교회 신도의 대다수가 우크라이나 정교회로 옮겨갔다”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새 지도자는 우크라이나인들이 강해져야 한다고 매우 공개적으로 외치고 있다”면서 “모스크바 전통과 연관된 어떤 교회에도 재산 피해를 입히지 않도록 장려하고 있다”고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