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로교총연합회(대표회장 한영훈 목사, 이하 한장총)가 25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1층 그레이스홀에서 '한국교회 연합기관 이대로 좋은가(부제: 미래지향적인 한국교회 연합운동)'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이들은 한교총·한기총·한교연 연합기관의 통합이 시대적 요청임을 강조했다.

한영훈 대표회장은 인사말에서 "지금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것은 한국교회 예배의 회복"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교계 연합기관들이 주 안에서 하나돼야 할 것이다. 오늘 이 세미나가 한국교회에 새 이정표를 제시하는 일에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서영 상임회장은 "한국교회 연합기관의 존재 목적이 선교라는 것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며 "지금의 문제는 교단 이기주의와 멤버, 곧 사람 때문이다. 이 두 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같은 일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희성 교수, '연합주일 갖기' '공교회성 교육' 제시

'성경에 근거한 연합운동 역사와 본질'을 주제로 발제한 이희성 교수(총신대 구약학)는 "교회 연합운동의 주체가 되는 지도자들은 성경 진리에 대한 인식과 신앙고백이 있어야 한다"며 "외형적이며 제도적인 연합을 논의하고 있으나, 우리는 먼저 교회 연합의 성경적 본질과 원리를 이해하고 성경의 가르침에 순종하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를 세워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공교회의 머리가 예수 그리스도이심을 믿고 고백할 뿐만 아니라, 교회 연합의 논의 과정에서 이를 실천하고자 하는 자기 비움의 헌신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며 "장로교회의 교리와 개혁주의 신학에 충실하면서도 복음주의적인 입장에 있는 교회들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통일성 가운데 다양성을 견지하며 그리스도의 공교회를 세워가야 한다. 바울이 말한 공교회성을 믿고 고백하기 때문"이라며 "칼빈은 당시 영국교회 대주교 크레머에게 보낸 편지에서 복음주의 입장에 있는 교회들이 서로 교제를 기피하는 것을 지적하고 '교회 연합에 조금이라도 도움될 수 있다면 대양(大洋)을 열 번이라도 건너겠다고 심정을 토로했다"고 했다.

이어 "칼빈의 이러한 태도, 한국 초기 선교사들의 연합정신은 오늘날 교회 연합의 과제를 앞에 둔 우리들에게 귀감이 된다. 교회의 연합을 위해 그렇게 간절하게 기도하셨던 예수님의 기도와 바울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자"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행동지침으로 연합주일 지키기, 교회 내 공교회 가르침 활성화, 연합부흥회 등을 제시한 그는 "개인의 봉사와 전도에 대한 가르침은 넘치지만 교회론이 부족하고 거시적인 공교회에 대한 가르침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변창배 목사, 교권제일주의·이기주의 등 지적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한 연합운동의 방향과 방안'을 주제로 발제한 변창배 목사(전 예장통합 사무총장)는 "한국교회 대사회 리더십과 영향력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교회연합기관이 과도한 교권 경쟁에 몰두하면서 방향을 잃고 한국교회를 이끌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 목사는 "한국교회는 선교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연합운동을 전개했다"며 "그러나 해방 후 장로교회를 중심으로 교파 분열이 일어났다. 연합기관도 다수 임의단체가 설립되었다. 그러다 한교총 대표회장 소강석 목사를 중심으로 2020년부터 보수적인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통합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 목사의 '한국교회 연합기관, 하나될 수 없을까'라는 글을 인용하며 연합의 걸림돌로 ▲교권 제일주의 ▲교단 우선(이기)주의 ▲공교회 의식 없는 개교회주의 ▲독선적 신념의 우리만의 이너서클 ▲이단 문제 등을 제시했다.

한국장로교총연합회(대표회장 한영훈 목사, 이하 한장총)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한 연합운동의 방향과 방안'을 발제한 변창배 목사(전 예장 통합 사무총장). ⓒ송경호 기자

변 목사는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첫 번째 방향으로 '위드 코로나 시대 준비'를 제시하며 "우선적인 대응 방향은 자율방역을 통한 예배와 교회활동의 정상화, 한국교회 감염병 대응에 대한 대사회 소통 강화, 감염병 시대의 새로운 선교 과제에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연합기관을 중심으로 각 교단과 선교단체, NGO, 각급학교, 병원, 지역교회가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두 번째 방향으로 '디지털시대에 대응하는 장기 전략 모색'을 꼽은 그는 "눈앞의 문제에 매몰되지 말고 깊이 숙고하며 장기적인 대응 전략을 모색하며, 근본적인 생활방식의 전환을 이루는 종교적인 일대 회심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출산 고령화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 △남북교류 및 평화적 통일 대비 △미중 간 경제 갈등, 지구촌 패권경쟁 심화 △지구촌 디지털시대로 변화 △기후위기 △원자력발전소 사고 △빈부·지역·남북·세대 간 소통 △한국사회 불평등지수 △세대간 단절 등을 한국교회가 연합해 대처해야 함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