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성공회 캔터베리 대주교가 영국 상원 회의에서 ‘조력 자살 금지’ 개정안이 “안전하지 않다”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영국 크리스천투데이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영국 상원에서 열린 2차 법안 공청회에서 저스틴 웰비 대주교는 “애석하게도 나는 이 법안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목사이자 교구 사제로서 나는 죽어가는 사람들, 병든 이들, 유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고 밝혔다.
그는 의원들에게 “슬픈 사실은, 모든 사람이 완벽하지도 않고, 모든 가정이 행복하지도 않으며, 모두가 친절하고 동정심이 많은 것은 아니”라며 “보호장치가 아무리 많아도 인간의 심장을 완벽하게 할 수 없고, 아무리 규제해도 적합한 유아원이나 실수가 없는 의사를 만들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이 이런 식으로 바뀐다면 아무리 안심해도 취약 계층이나 장애인이 동등하게 안전과 가치를 느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법안은 수명이 6개월 미만인 말기 환자가 의사의 도움을 받는 조력 자살을 허용하도록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영국 국교회의 제임스 뉴콤브 의학윤리 수석 주교는 상원에서 “말기 환자의 자살을 장려하기 보다는 완화 치료를 개선하는 데 우리의 시간과 노력, 자원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며 현행법 개정에 따라 큰 영향을 받게 될 의사-환자의 관계를 우려했다.
그는 “최근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젊은 의사들이 자신들을 “전국의 다음세대의 고통완화 처치 자문위원들”이라 묘사한 편지를 보면 대부분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의사들이 환자를 돌보는 방식의 엄청난 변화의 위험성에 대해 썼다”고 소개했다.
이어 “조력 자살 허용이 환자-의사 간의 역학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우리 업무에 매우 필수적인 신뢰를 파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조지 캐리 전 캔터베리 대주교(1991-2002)는 법안에 찬성하고 나섰다. 그는 영국 성공회의 주교회가 조력 자살 합법화에 반대하는데 대해 “많은 교인들을 포함한 우리 국가의 대다수와 보조를 맞추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 법안을 상정한 몰리 미처 남작부인은 공청회 연설 도중 버켄헤드 전 노동부 장관의 편지를 낭독하며 그가 불치병이 걸린 후, 조력 자살을 찬성하기로 마음을 바꿨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영국 상원 의원인 앨튼 경은 의회가 지난 20년간 조력 자살을 논의한 시간이 62시간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이 법안을 만든 사람들의 선한 의도와는 달리 ‘취약 계층에게 미치는 위험’과 ‘의료윤리 훼손’에 대해 같은 답이 나오지 않는 의문으로 남아있다”고 반박했다.
상원의 2차 공청회는 전체 하원에 보고되기 전 법안을 검토하는 위원회 단계이며, 3차 공청회에서 상원 표결이 진행된다.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조력 자살을 금지하는 법 개정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